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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Jan 08. 2019

퍼스트 맨(First Man, 2018)

철저한 거리 두기, 그 용감한 건조함에 대해서






사족 1. 우주씬.
나는 이 영화의 우주씬이 그리 놀랍지 않았다. <그래비티>에서 더 발전하거나 변화된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래비티>는 인류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우주를 표현함에 있어 '적막함'과 '무력함'이란 기존에 없던 도구를 선사한 선지자이자 축복과도 같은 영화이다. 그런 면에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스타워즈>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비티>는 더 많은 대접을 받아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인터스텔라>보다 훨씬 더. <퍼스트 맨>의 비주얼이 안 좋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 영화의 비주얼은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 <그래비티>를 통해 손에 넣은 붓으로 그린 그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 하지만 모든 영화에게서 새로움을 기대할 순 없을 것이다.

사족 2. 촬영.
내가 <퍼스트 맨>에서 제일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이 바로 촬영이다.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익스트림 포커스업은 피로감을 줬다. 끊임없는 포커스의 변화와 줌 사용은 내가 '이야기 속에 있다는 착각'이 아닌 '지금 나는 영화라는 매체를 보고 있다'는 자각을 지속적으로 불러 일으켰고, 이것은 끊임없이 영화의 몰입을 방해했다.

사족 3 재미.
아무리 인물에 대한 가치를 배제한다고 해도, 충분히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그런 면에서 <퍼스트 맨>은 그의 전문 영역(!)인 음악 외의 영화에 대한 데미안 셔젤의 한계를 확인한 영화이기도 하다.

사족 4 닐 암스트롱은 왜 달에 가려 했는가.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외향적 성격이 대부분인 우주비행사들 중 그는 극히 드문 내성적 성향인 인물이었다는 것, 그는 주변인물에게 그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을 굉장히 꺼렸고, 그의 부인의 중언에 따르면 그는 철저히 가족을 외면했다는 것. 위의 몇 가지 사실을 통해 나름 추측을 해보자면, 안 그래도 내성적이고 에너지를 속으로 응축시키는 인물인 닐 암스트롱이 딸의 죽음을 계기로 끝없이 침잠하려는 찰나,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우주비행사가 되려는 목표 오직 하나에 침잠해있던 모든 에너지를 끌어올려 집중시킨 것이 아닐까 한다. 우주비행사, 그것은 곧 사려지려는 그의 삶에 새로운 의미와 목적이자 그의 전부가 된 것이 아닐까. 우주비행사가 된 계기는 아마도 X-15 시험비행 중 아주 잠시 경험한 우주, 그 고요하고 광활하고 적막한 공간이 딸의 죽음과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그에게 어떤 강력한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이 아닐까. 결국 그에게 달 착륙은 냉전, 애국, 국가, 인류, 가족도 아닌 극히 '개인적 차원'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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