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se Jan 08. 2019

애니 홀(Annie Hall, 1977)

담담한 일상과 진부한 사랑, 그것이 주는 위대함에 대해




"옛 농담이 생각나네요. 한 사람이 정신과 의사에게 말했죠. "형이 미쳤어요. 자기가 닭이라고 생각해요" 의사가 말하길 "형을 데려오지 그래요?" 그러자 그 사람이 말했죠. "그러면 계란을 못 낳잖아요"
남녀 관계도 이런 것 같아요. 비이성적이고, 광적이고, 부조리해요. 하지만 우린 계속 사랑을 할 거예요. 우리에겐 계란이 필요하니까."





몇 년 전 봤던 <애니 홀>에선 애디 앨런의 지적인 농담만 들어왔을 뿐 지금처럼 큰 울림을 주진 못했더랬다. 그동안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모두가 현실의 남루함과 절망, 파편적 행복, 순간적 재미와 자극만 이야기하는 각박하고 척박한 지금, 애디 앨런이 주는 이 담담하고 일상적인 사랑 예찬이 고맙기만 하다. 덤덤한 내러티브 속에 숨어 있는 훌륭한 플롯의 힘. 재료가 좋으면 조미료가 필요 없지. <애니 홀>은 두고 두고 꺼내 볼 영화가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쿠아 맨(Aquaman, 2018)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