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룸메이트를 방친구라 부르지 않을까.
한 유튜브 영상에 외국인이 한국어로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 외국인은 댓글에서 '방친구'라는 단어를 썼고 지나가던 한 한국인(으로 보이는 이) 왈 방친구는 옳은 한국어가 아니며 룸메이트라고 고쳐야 한다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외국인이 쓴 방친구를 한국인이 룸메이트로 바꾸는 모습. 무척이나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언젠가부터 우리는 대부분 외국어 용어를 한국어 필터로 거르려는 노력이나 고민 없이 그대로 외래어로 쓰고 있습니다. 왜 우린 룸메이트를 '방친구'나 '방짝'이라는 훨씬 간명한 한국어 대신 '룸메이트'라는 외국어를 쓰고 있는 걸까요. 왜 우린 SNS를 사회 관계망 서비스라는 무척이나 길고 딱딱한 언어로 직역해서 사용할까요.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서 좀 더 짧고 직관적인 용어로 바꿀 수는 없었던 걸까요?
빠르게 사라지는 아름다운 한국어의 빈자리를 외국어/외래어가 메우면서 우리의 한국어가 점점 궁핍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언젠가 엘런 머스크가 언론과 이런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기술은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냉전시대가 끝나고 미 정부가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가는 로켓 연구에 소홀하면서 로켓 기술은 지금까지 별 발전이 없었다"라고 말이죠.
발전은 인위적인 노력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교과서 속 깊은 곳에 박제된 옛 단어들을 꺼내 실생활에서 사용하고, 외국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수많은 용어들에 상응하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내는 등의 의식적인 노력이 있어야 우리가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한글이 아름다운 그 모습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비늘.
물비늘은 물의 표면이 태양에 반사되어서 빛나는 모습을 뜻하는 순한국어입니다. 언젠가 춘천을 가는 길이었습니다. 높고 파란 하늘에 바람 한 점 없는 맑은 날. 도로 옆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는데 태양에 반사되어서 반짝반짝 빛나는 그 아름다운 모습에서 잊고 지냈던 '물비늘'이 떠올랐습니다. 아마 그때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국어가 진정 아름답다고 느낀 순간말이죠.
당신은 어떻습니까. 저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나요? 혹시 더 있어 보인다는 착각 때문에 외국어를 남용하고 있지는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