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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Mar 24. 2019

트리플 프론티어(Triple Frontier, 2019

또 하나의 그렇고 그런 흔한 넷플릭스 공산품



혹시나, 역시나.


이 영화를 본 후 느낀 점은 일전에 리뷰를 올렸던 또 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벨벳 버즈소>와 같습니다. 부드러운 넷플릭스 특유의 컬러 그레이딩은 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재연되고, 빈약한 음악과 사운드는 영화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며, 술자리에서 와인에 취해 후딱 끝낸 것 같은 시나리오는 빈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감독과 작가 이름은 눈속임이고 넷플릭스가 개발한 AI가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이 영화에서도 변함없이 듭니다.



캐릭터

영화의 주요 인물 다섯 캐릭터 중 매력적인 인물은 한 명도 없습니다. 몇몇 인물은 언제는 돈을 밝히다가 언제는 버리고 가 고집부리 갑자기 돈을 밝히곤 합니다. 이러니 이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감이 올리가 없습니다. 인물 간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잘 지내 갑자기 다투더니 또 금세 화해합니다. 왜 갑자기 다투다 화해하는지 이해할 도리가 없습니다. 이렇게 일관성과 동기가 결여된 인물의 선택과 행동, 내적 갈등, 인물 간의 갈등은 장식처럼 달랑달랑 매달려 전시만 되어 있을 뿐 캐릭터 구축과 극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이 영화에 벤 에플렉과 오스카 아이작을 뺀 나머지 인물은 모두 소비됩니다. 그들의 동료인 세 인물은 캐릭터도 존재감도 결여되어 있고, 오스카 아이작의 착하고 순종적인 여자 친구는 돈가방과 함께 종적을 감추고,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전설의 마약왕은 어린이 부하들만 보낼 뿐 자신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이런 마약 보스, 이런 복수는 또 처음 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기로 손꼽히는 이들이 남미 마약 조직이 아니던가요.





개연성

관통상을 입은 한 인물은 붕대만 둘렀을 뿐 전혀 치료를 받지 못했는데, 처음에는 아픈 척이라도 좀 하더니 몇 날 며칠 굶은 채 이어지는 강행군 속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쌩쌩해지는 피콜로 같은 놀라운 회복력을 보입니다. 애초 거의 1톤에 육박하는 돈다발을 당나귀에 싣고 험준한 안데스 산맥을 도로도 아닌 숲 속을 헤치며 지나간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이쯤 되면 막 나가자는 것이지요? 요즘 나오는 액션 영화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시나리오의 구멍 중 하나는 군 특수부대 출신이란 설정으로 모든 걸 퉁치고 간다는 것입니다. 작가는 이렇게 웅변하는 듯 합니다.


에이, 왜들 이래, 촌스럽게, 다 알잖아. 특수 부대 출신이 이런 것도 못하겠어? 한두번 보는 거 아니잖아?


전직 군 특수부대 출신이란 설정이 만병통치약인양 너무 쉽고 간편하게 쓰이는데, 안일하고 게으른 작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즘 영화들 이렇게 쉽게 쉽게 지나가는 거 정도가 지나쳐요.



기타

뭐 영화 전체가 다 그렇긴 하지만 후반부의 액션 시퀀스는 유독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전 쇼트에서는 분명 주인공 차량과 그 뒤를 쫓는 악당 차량 간격이 벌어져 있었는데, 다음 쇼트에서는 부왕~ 하며 악당 차량이 금세 꽁무니에 따라붙고, 걔네 처치하면 다음 쇼트에서 갑자기 또 다른 악당 차량이 부왕~ 하며 꽁무니에 따라붙는 씬이 ctrl+c, ctrl+v 반복니다.



결론

이 영화도 리뷰가 아까운, 쉽게 만든 그렇고 그런 많은 넷플릭스 공산품 중 하나입니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 어떻게 이렇게 엉성한 시나리오가 버젓이 영화화될 수 있는지 이젠 넷플릭스의 제작 프로세스가 궁금해집니다.


이쯤 되면 다른 메이저 배급사처럼 깐깐하고 타이트하게는 아니지만 뭔가 최소한의 수준은 만족시킬 대책이 넷플릭스에게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런 조악한 영화가 계속 쏟아지고 있는데 넷플릭스는 언제까지 방관만 할 예정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마존, 훌루, 디즈니 플러스, 애플과 경쟁하기 위해선 아직 콘텐츠의 질보다 양이 우선이라고 판단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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