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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경험해 본 중국기업의 선택 방식

신뢰를 통해 형성된 꽌시

by Josh

2017년 중국에서 중국회사에 다닐 때였다. 이 기업은 안마의자, 휴대용 안마기, 정수기, 원격건강 검진 등 안마관련 산업에서 전 세계 70%가 넘는 점유율을 가진 ODM 회사다. 주요 고객으로는 파나소닉 등이 있고, 일본외에도 미국, 홍콩,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가성비, 제품력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한국기업도 이 회사와 파트너를 맺어 한국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 1순위이다. 내가 파트너사로 관리하는 기업도 디즈니, 마블 등의 미국 기업들로 이 회사와 함께 콜라보로 제품을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날 한국에서도 누구나 나 이름을 들으면 알 수 있는 중견기업, 대기업, 그리고 생소한 중소기업 등 다양한 회사들이 이곳에 와서 새로 개발한 제품을 서로 납품받고자 했다.

이 중국기업이 최종적으로 중국기업이 제품을 납품한 곳은 어디였을까?

1) 한국 대기업 2) 한국 중견기업 3) 한국 중소기업

나는 위의 3개 회사들이 중국기업 대표, 실무진 등의 결정권자와 미팅을 하고 식사를 할때 함께 대동해서 모든 일정을 조율했다. 중국기업에서 일하다보니, 나의 상사는 중국인이요. 나의 국적은 한국이다보니 파트너사로 온 한국인들을 뒤에서 안도와줄래야 안도울 수가 없었다. 그당시에는 부득이하게 박쥐역할이 되어 양쪽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전달하는 브릿지 역할을 하게됐다.


결국 최종적으로 그들이 결정한 회사는 3) 한국 중소기업이었다.


한국 중소기업이 중국의 회사의 맘을 산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서 나는 중국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부분을 목격했다. 물론 이번의 사건으로 모두가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참고차원에서 고려해 볼 만한 부분이 있다.

1) 비즈니스의 태도

우선 한국 대기업과 중국 기업이 중국 회사를 만나고 대할 때 태도에 다소 문제가 있었다. 파트너사라고 하지만 결국은 갑과 을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기업을 제품을 만드는 을의 관계에 놓인다. 그렇다보니 한국기업이 가진 을의 입장에서 의례껏 준비하겠지라는 태도와 준비를 갖고 회의에 임했다. 발표준비, 통역 등의 커뮤니케이션 등 처음 만날 때부터 여러가지 준비가 미흡한 점이 보였다. 1시간 혹은 2시간이면 끝날 내용들이 언어상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4시간 이상이 걸리게 되고 중국회사는 그런 부분에 미흡한 준비를 못마땅하게 보고 있었다.


2) 구체적인 판매 전략 및 방안

두 번째, 중국회사는 한국시장에 신제품을 론칭할 때 궁금한 부분들이 있었다. 국내에서의 경쟁사의 동향이라든지,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 갖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 등 시장에 대한 세밀한 대응 전략이나 방법들을 알고 싶었다. 왜냐하면 제품이 독점적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제품을 납품하는 회사가 수익을 잘 못낼 경우 중국회사 입장에서는 매출액이 함께 떨어지기 때문에 세일즈 능력이 매우 중요한 기준이었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견 기업은 그 부분에 대해 시원한 대답을 하지 않고 기업의 규모와 한국시장에서의 기업브랜드 인지도, 영향력만을 강조했다. 대기업, 중견기업의 브랜드 인지도는 한국시장에서는 규모가 있을지라도 중국기업 입장에서는 모두 생소한 기업이다. 중국 시장 경쟁관점에서 보면 기업의 규모는 물론 중요하기는 하지만 필수요소는 아니다. 신생기업이 대형기업을 넘어뜨리는 일들이 이곳에서는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규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판매할 것인가라는 전략과 인사이트다. 물론 규모와 판매채널 보유등 기존의 갖고 있는 강점들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이다. 그럼에도 전략은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것 역시 그들의 마인드와 태도의 문제로도 연결되어 볼 수 있었으리라.

3) 세부적인 준비와 태도

반면 한국중소기업이 중국기업에 보여준 모습은 앞의 두회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중국기업과 파트너사로 함께 하기 위해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한듯 보였다. 한국시장에서의 경쟁력있는 인재를 영입하고, 시장에 대한 분석을 치밀하게 했다. 그리고 다른 회사가 말하지 않은 명확한 사업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매년 예상 매출액을 도출했다. 시장 가능성, 예상 수익률이라 부를 수 있는 부분을 80% 이상 확보가능한 수익률을 확신하는 데이터로 제시했다. 숫자로 그들의 불신을 신뢰로 바꾸고 있었다.


4) 지속적인 관계

이 사실은 나중에 알게된 부분인데 한국중소기업은 4년 전부터 끊임없이 중국기업과 컨택하고, 원하는 부분과 자신의 미흡한 부분을 파악하면서 준비해 왔다. 이런 태도와 노력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비즈니스 관계를 우호적으로 형성하였고, 최종적으로 파트너사로 함께 일할 수 있는 그들의 목적을 달성했다.

중국기업에서 일을 하면서 항상 듣는 말 중에 하나가, 네가 말하고자 하는 수익구조는 무엇인지,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지, 수익은 얼마큼 낼 수 있는지 등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내용이다. 실체가 없는 허상에 대해서는 가중치를 비교적 낮게 두는 모습이다. 컨설팅사에서 말하는 전략, 기획 등과 같은 부분은 중국사람들에게 보기 좋은 허울에 가깝다고 여긴다.


칭화대 MBA 한 교수가 한 말 중에 '전략은 원래 없다. 성공한 기업이 얻어낸 결과에 대해 스토리를 만들어 낸 것뿐이다'라고 한말이 기억난다. 그래서 내가 예전에 컨설팅 관련한 업무경험을 논하고 얘기할 때마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에 대한 Action plan을 물어본 이유가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중국에서의 비즈니스, 그들과의 담판은 항상 feasibiity를 가지고 논해야 한다. 구체적인 방안과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가능성은 요원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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