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교를 떠나 공립학교로 가는 아이들
얼마 전 "중국 80년대생 중산층 가정의 국제학교 탈출"이라는 뉴스를 봤다. 자녀를 둔 부모로서 자연스럽게 뉴스에 눈이 간다. 최근 중국내 글로벌 국제학교가 외국기업의 탈중국, 외국인 학생수 감소, 중국 정부의 교육정책 변화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다. 과거의 '국제학교 진학' = '해외 명문대학 진학'이라는 공식이 무너지고 있고, 중국의 많은 중산층 학부모들은 국제학교를 떠나 공립학교나 공립학교의 국제반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한다.
24년 2월 쑤저우에 왔을때 기존의 영어, 수학, 토플, SAT 학원들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부에서 사교육을 막는다는 듣기는 했지만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기사를 읽고 중국정부가 시행하는 교육정책을 보고나서야 그 이유를 알게됐다.
국제학교는 외국기업, 특히 중국 주재원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복지 중의 하나였다. 2012년 중국에서 근무할 당시, 주변 동료의 자녀들은 상하이 소재의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당시 상하이에 있는 중급 레벨의 국제학교에서 한 아이의 연간 학비는 평균적으로 약 6만에서 7만 위안(약 1,100만 원)이었다. 2018년이 되자 그 비용은 한 명당 10만에서 12만 위안(약 1,800만 원에서 2,200만 원)으로 증가했다. 외국인인이 아닌 중국인 가정의 경우는 그보다 더 높은 20만에서 30만 위안(약 3,600만 원에서 5,400만 원)에 이르렀다.
코로나 이후,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많은 가정의 경제회복도 더디게 나타났다. 국제학교의 높은 학비는 가정 재정에 큰 부담으로 돌아왔다. 현재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쑤저우 등 대도시의 연간 학비는 평균적으로 20만위안~30만위안 (3,600만원~5,400만원)에 달한다. 일부 프리미엄 학교는 40만위안 (7,200만원)에 달하기도 한다. 여기에 여름캠프, 유학프로그램 등 추가활동비를 포함하면 실제교육비는 더 높아진다.
중국 중산층 가정에서도 수업 비용은 큰 부담이다. 중국의 교육열도 한국이상으로 심하다. "아무리 가난해도 교육은 포기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해서 부모들은 자녀에게 최상의 학습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매진을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부모들은 자녀의 학업 성취를 위해 과도하게 몰아붙이는 '지와(鸡娃)' 치킨맘 문화가 자리 잡았다. 그로 인해 자녀 교육에 대한 압박도 증가했고 과도한 양육비 지출 등 저출산의 부정적인 이유를 대기도 했다.
이런 대내외 환경변화와 맞물려 중국정부는 2021년 쌍감(双减) 교육정책을 시행했다. ‘쌍감(双减)’ 은 학생의 학교생활에서 가장 큰 두가지 부담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는 학교내 숙제이고 두번째는 사교육이다. 정책을 통해 의무교육 단계에서 학생들의 과중한 숙제와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중국학교의 숙제량은 자녀가 중국내 유치원에 다니다보니 간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유치원 5세부터 중국시, 동요, 영어 등 엄청난 양이다. 매일저녁 부모들이 유치원자녀의 숙제를 해야한다는 말을 실제 실감했다.
중국 중산층 가정은 2024년 하반기에도 여전히 글로벌 경제의 침체로 인해 교육비 (가장 마지막에 줄일 수 있는 항목) 마저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주변 중국인의 얘기를 들어보면 "월급이 3만 위안(570만원) 인데도 여름 방학조차 제대로 보내기 어렵다"고 한탄한다. 원래 계획했던 해외 유학, 다양한 유명 강사의 취미 수업 등 수십만 위안의 비용은 이미 중산층 가정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많은 가정이 비싼 해외 여행 일정을 취소하고 아이의 취미 수업을 선택적으로 줄였으며, 방학 활동도 "고급 패키지"에서 "경제 패키지"로 전환하고 있다.
국제학교의 명문대 진학률 저조, 원어민 교사수의 부족, 외국기업의 탈중국화 등이 일어나면서 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바로 반에 있는 학생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일부 반에서는 학생의 3분의 1이 빠져나갔다고도 한다. 이런 상황을 보여주 듯 일부 도시에서는 국제학교가 문을 닫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2022년에는 선전의 차터하우스(Shenzhen Charterhouse)가 폐교했고, 2024년에는 후더(厚德)와 청두 외곽의 성외 인수(成外仁寿) 캠퍼스 등 사립학교도 폐쇄되었다. 현재 약 630여개의 국제학교가 남아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더 많은 폐교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일부 부모들은 저렴하면서도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공립학교의 국제반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공립학교의 국제반은 실제로도 훌륭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교육 자원과 관리 체계도 잘 갖추어져 있는 편이다. 비용 역시 국제학교에 비해 훨씬 저렴하기도 하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쑤저우의 공립학교 국제반 평균 학비는 연간 약 8만 위안(약 1,400만 원) 정도이다. 이는 국제학교의 학비에 비해 훨씬 합리적인 금액인 셈이다. 또한 공립학교 국제반은 국제학교와 달리 중국 교육 체제로 언제든지 복귀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하어 불확실한 유학 계획을 가진 부모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변화하면서 중국내 공립학교도 보충수업, 학원의 대체제 역할을 하기위해 전통적인 보충 수업보다는 창의적이고 체험적인 ‘연구 학습(研学)’ 프로그램들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역사 탐방, 자연 탐사, 과학 실험과 같은 형태의 수업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변화의 물결이 중국 내 국제 교육 시스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많은 학부모들은 중국 내 국제학교를 떠나 영국, 미국, 싱가포르와 같은 진정한 국제 교육을 제공하는 국가로 자녀를 보내기 시작하고 있다. 그곳에서는 교육의 본질적인 가치를 추구하며, 학생들이 종합적인 능력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참고로 중국에서 국제 교육을 선택하는 가정들은 주로 북경,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이들 지역의 가정이 전체의 약 70%를 차지한다. 또한 강소성과 절강성 지역이 13%를 차지있다. 북경, 상하이, 광저우, 선전, 강소성과 절강성이 전체의 83%를 차지한다. 이들은 내륙 지역에 비해 국제 교육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연 소득이 30만 위안(약 5,400만 원) 이하인 중산층 가정은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교육 지출을 줄이거나 공립학교로 옮기고 있다. 반면, 연 소득이 100만 위안(약 1억 8천만 원)을 넘는 상위 중산층 가정은 여전히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 2023년 상하이 교육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상하이 내 국제학교 등록률이 약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비 상승과 경제적 압박으로 공립 학교로 간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국제학교 현실과 아이교육을 위해 해외로 직접 보내는 가정, 그리고 공립학교로 돌아가는 상황을 보며 사회적 빈부격차를 만드는 시작이 여기서부터 만들어지는게 아닐까 걱정이 된다. 또 이것을 어떻게 해결하고 풀어나갈지 앞으로의 정책방향을 주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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