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잘하는 것만 하면 되지!
살다 보면 종종 공명(共鳴, Resonance)이라는 단어를 보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보컬 트레이너가 소리를 낼 때 어떻게 하면 소리를 더 멀리, 더 명확하게 낼 수 있는지 설명하거나 공명의 위치를 머리나 가슴이나 비강 등으로 달리하게 되면 목소리의 질감이나 톤이 어떻게 달라진다느니 뭐 그런 설명들이 떠오릅니다.
미리 털어놓자면, 나는 노래를 못합니다. 아무도 총을 들이밀면서 ‘좋은 말로 할 때 솔직히 털어놓으시지’라는 협박 같은 걸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 ‘노래’를 떠올릴 때마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일이 있어서 말입니다. 고등학교 친구 중 한 명이 내게 던진 돌 같은 것이었는데, 그 친구는 노래를 썩 잘하는 편이었습니다. 언젠가 그 친구가 자기 사촌 형이 그 당시 국내 최고의 가수 중 한 명이라고 털어놓았습니다. (물론 나는 물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 노래마저도 유전인거냐!’ 원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원망의 대상은 딱히 없습니다)
그 친구와는 당시에 노래방에 자주 갔습니다. 노래방에서 그 친구는 어려운 곡들도 아주 훌륭하게 잘 불렀던 것에 비해, 나는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무의식이 자존감에 해가 된다고 판단해서 상당 부분 삭제한 것 같습니다. 어렴풋하게 기억하기로 이렇게도 불러보고, 저렇게도 불러봤는데 결국 소리만 빽빽 지르다 나왔다, 이런 느낌입니다. 못하면 그만 둘 법도 합니다만 어린 나이에 잘 부르고 싶은 마음이 꽤 컸는지, 나는 노래방에 가자는 친구들의 제안을 거절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어느 순간 노래를 잘 부르고 싶다는 것에 흥미를 잃은 적이 있었는데, 그즈음 그 친구가 노래방 가자고 하는 제안을 거절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 친구의 말이 지금도 생각이 나는 겁니다.
그래, 잘하는 것만 하면 되지!
그 순간 나는 무언가를 예상치 못했다는 듯이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뭐지? 이 자식, 공격인가? 잠깐만, 아니야… 그렇다고 하기엔 표정에 악의가 없어… 애매한데…’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만약 그 친구가 의도를 가지고 공격을 한 것이 맞다면(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아주 효율적이고도 효과적인 고차원의 공격을 한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나는 것 보면 말입니다.
나의 경우에는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고 지내는 고등학교 친구가 손에 꼽을 정도인데, 아마 다섯 정도. 살다 보니 자연스레 내가 멀어지기도, 상대가 멀어지기도 하면서 그렇게 됐습니다. 그 친구는 아직도 연락을 하며 지내는 친구 중 하나입니다. 성인이 된 이후로는 같이 노래방을 간 기억이 없는데, 아직도 노래를 잘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 정도로 노래와 관련된 센스가 있는 편이 아니어서 보컬 트레이너들이 공명(共鳴)에 대해서 설명할 때는 사실 거의 체감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공명(共鳴)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볼 수 밖에 없겠습니다. 공명의 사전적 정의는,
“진동체에 고유 진동수와 동일한 진동을 외부로부터 가했을 때, 큰 진폭으로 진동하는 것.”
이라고 합니다.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설명인데, 쉽게 말하면 이런 겁니다.
진동체는 진동하는 물체를 말하는 것이고, 진동은 물체가 상하(또는 좌우)로 움직이는 현상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진동수(주파수)는 진동이 반복되는 횟수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보통은 1초를 기준으로 삼고, 1초 동안 진동하는 횟수를 ‘헤르츠(Hz)’로 표현을 합니다. 예를 들어, 진동수(주파수)가 5Hz라는 것은 어떤 물체가 1초 동안 5회 진동을 한다는 의미인 거죠.
사실 이쯤 와서 드는 생각인데 나는 물리학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인데, 지금 내가 이걸 설명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상식선이라 생각하고 가볍게 넘어가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도 이 설명을 보고 난 이후 공명(共鳴)의 사전적 정의를 다시 보면 그래도 말이 조금 쉬워집니다.
공명이란 물체의 고유한 진동수와 동일한 진동을 가하면 진폭(진동의 폭)이 커지며 진동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공명은 실생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우리가 휘파람을 불 때 입술을 통해 빠져나가는 공기의 흐름은 특정 주파수를 갖게 되는데, 이 주파수가 입 안쪽 공기의 주파수와 일치할 때 휘파람 소리가 나게 되는 것인데, 현악기에서 소리가 나는 것도 동일한 원리입니다.
또한, 전자레인지(Microwave oven)도 물 분자와 공명하는 주파수의 전자기파로 물 분자를 진동시켜 열을 발생시키는 원리입니다.
물리학적인 의미의 공명이란 이런 것입니다.
그러나 모두 잘 아시겠지만, 공명은 지금까지 설명한 이런 물리학적인 의미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가끔 어떤 영화나 책을 볼 때 또는 어떤 예술 작품을 감상했을 때 느껴진 감명이나 감동 같은 것들로 가슴이 벅찼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이 공명이 일어난 순간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작가의 진짜 속마음이나 의도는 알 수 없겠지만, 어쩌면 크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고요. 다만 내가 생각한 작가의 의도와 나의 해석이 일치하는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가슴이 벅차오르고 내 감동의 진폭은 커집니다. 그때가 바로 공명이 일어나는 순간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