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들은 관심을 필요로 하지 않아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by 조쉬코쉬

“아름다운 것들은 관심을 필요로 하지 않지.”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보던 중이었습니다. 이 대사가 나오는 순간 영화를 잠시 멈췄습니다. 손이 먼저 움직였죠. 그리고 잠시 곱씹었습니다. ‘그래, 아름다운 것들은 관심을 바라지 않지.’


그리고 나서 나는 자신에게 어떤 관심을 바라며 사는 것인지 되물었습니다. 언제나 그게 날 괴롭게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 나는 그 자체로 아름다울 수 없는 걸까, 왜 나는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알아보지 못하고, 즐기지 못할까. 왜 남보다 더 잘 나고 싶고, 남보다 뒤처지고 싶지 않고, 남보다 더 부유하고 싶고, 남보다 덜 가난하고 싶고, 남보다 더 잘하고 싶고, 남보다 덜 못하고 싶은 욕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걸까? 사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남보다’라는 관념은 실재하지도 않은 것인데 말입니다. 그 실재하지도 않는 관념 속에 허우적거리는 사이에 여전히 내 삶을 둘러싼 아름다움은 보지도 못한 채 무심히 시간은 흘러갑니다.


나는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항상 불안을 안고 삽니다. 생각해 보면 어릴 적부터 그랬어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걱정했던 만큼 미래가 나아지긴 했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꼭 그렇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내 인생을 좋은 쪽으로 바꿨던 결정들은 치밀하게 계획하고, 불안에 떨며 걱정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그런 것들과는 무관한 어떤 시간과 장소와 누군가를 통해 우연히 이루어진 적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아이러니했습니다. 그럼 도대체 나는 왜 그렇게까지 미래를 걱정해야 했던 건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런 불안함이 삶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그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비로소 큰 의문이 든 순간이었죠. 돌이켜보면 그렇게 걱정할 일도 아니었고,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들도 아니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내 대부분의 과거가 미래를 걱정하느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현재를 살지 못한 시간들로 채워졌던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왜 관심 같은 건 필요치도 않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살지 못했던 걸까, 연민까지 느껴질 정도로 불쌍한 마인드를 가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스스로 원하는 어떤 삶의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큰 그림에서 말하면 여유롭고 균형을 갖춘 그런 이상적인 모습이죠. 언제나 내일, 모레, 몇 년 후를 걱정하고 사느라 몰랐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어느 정도는 이미 원하는 하루를 살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걸 정작 나는 모르고 있었고요. 매일 적절히 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유지하고, 과식하지 않으며, 아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매일 독서를 즐기며 음악을 듣기도 하고, 매일 산책을 하고, 그러다가 한 번씩은 꼭 하늘을 올려다 보고, 귀찮지만 일을 하면서 집에 돌아와서는 글을 쓰는…그런 하루를 이미 보내고 있었습니다. 놀라운 발견이었죠. 그렇다면 이제 걱정이 없어졌냐?라고 한다면, 그런 하루를 내가 원하는만큼 충분히 오래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함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인지 그렇진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오늘 하루 정도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다는 것에 대해서, 내지는 내가 원하면 그렇게 하루 정도는 살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삶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많은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요. 지금 이 순간에는 그저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글을 쓰고 싶은 마음에 글을 쓰는 이 현재를 즐기고 싶습니다. 이것도 아름답다면 얼마든지 아름다운 순간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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