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일상 글
작년 7월쯤 처음으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러고 나서 두 달 동안 쏟아내 듯 에세이 한 편을 완성했는데 그건 마치 30년 밀린 일기를 몰아서 써본 사람이라면 공감할만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이게 완성되면 출판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도 내 직감은 출판은 조금 더 두고 보고 시도하자는 생각이었고 한 달 정도 지난 후 다시 글을 읽어보면서 그때의 판단은 적절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형태의 행복감을 느꼈다. 평소 눈물이 없는 나였지만 속으로 많이 울었던 시간들이었고, 지난날을 돌이켜보다 보니 자연스레 슬픔, 그리움, 후회, 연민 같은 감정들의 진폭은 평소의 그것보다 많이 커져있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그런 것들을 사회적, 경제적 성공에 있어서는 절대 비효율적인 것들이라 생각하고 경계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그것은 자연스러움을 거스르는 또 다른 형태의 왜곡이었다. 나는 꽤 오랜 시간을 그렇게 지속적으로 스스로를 왜곡하며 살아왔던 탓에 자연스러운 게 무엇인지, 억압되고 있는 게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진정으로 모르고 사는 지경까지 된 것이었다. 그래서 기존 삶의 틀을 깨는 시도가 어떤 식으로든 필요했다. 에세이를 썼던 행위는 그 역할로서 충분한 가치와 의미를 다 했다. 내가 쓴 첫 번째 글을 그 이상으로 폄하하고 싶진 않지만 이건 앞으로 내가 글을 쓰는데 필요한 지극히 개인적인 출사표쯤으로 여길 때 가장 의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올해 4월경 소설을 한 편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쓸수록 자신감이 없어지는 건 왜일까? 오히려 지금은 읽을 수도 없을 정도로 참혹한 수준의 지난 글들을 쓸 때는 자신감이 넘쳤던 것 같은데 말이다. 그렇다 보니 앞서 한 권의 책을 만든 모든 이들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어떤 날은 노트북 위에 손을 올려두고 몇 자의 자음과 모음 그리고 백스페이스만 줄기차게 누르다가 노트북을 덮는 날도 있었는데 그런 날은 특히 괴롭다. 내 생각에는 그때가 가장 나약해지기 쉬운 시점인 것 같은데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냐면, 팔로워 0명의 SNS를 열고 '독서모임', '글쓰기 모임', '글쓰기 레슨', '공모전' 따위를 검색하고 앉아있기 때문이다.
사실 누구 못지않게 실패에 익숙한 사람으로서 이런 문제의 정답은 스스로 잘 알고 있는 편이다. 도대체 내가 아닌 누가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단 말인가. 그저 책 많이 읽어보고, 생각 많이 해보며, 다시 뭐라도 쓰는 걸 반복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그 생각으로 겨우 SNS를 닫지만 미봉책일 뿐, 며칠 뒤에 이 같은 행위를 반복할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어떤 면에서는 내 처지에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누구도 나를 모른다는 건 얼마나 큰 자유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며, 누구도 내게 아무런 기대가 없다는 건 말해서 뭐 하며, 내게 글을 재촉하는 사람이 없다는 건 얼마나 속 편한 일인가.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그게 두렵기도 한 이유는 며칠 동안 자발적으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과 원치 않은 무인도 생활을 평생 해야 하는 사람 간의 차이라고나 할까.
Someday, 과연 나는 그 조화로운 삶의 한 지점에 서 있게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