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전이라는 사전적 정의에서부터 1년 반 남짓 살아온 내가 담을 말은 아닌 것 같지만, 1년 이상 살았고, 앞으로 3년 이상을 더 기약하고 있다면 굳이 창피해하며 피할 필욘 없을 단어가 아닌가?
늘 상 바쁘고 스트레스 쌓여 대만의 위스키를 섭렵하는데 주말과 휴일을 바치다 보니 남는 게 크게 없었고.
대만의 뜨거운 여름은 밖을 나다니는 사람들을 심하게 위협하기 때문에 외부로의 출입을 삼가고 있었지만 이래선 안되지 암 그렇고 말고.
쉬는 날이면 수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6시부터 8시까지 자유 수영 레인의 수가 꽤나 많아 한 레인당 3명 선에서 쾌적하게 수영을 즐길 수 있지만, 8시 이후엔 강습 레인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에 8시가 되면 자유 수영은 포기해야 한다.
8시 이후에 긴 휴일이 시작하는데 덥다고 계속 안 나갈 순 없지.
양명산에는 코스가 수백 개 이상이 넘는다고 한다. 초입부터 정상까지 걸어서 가는 루트도 수백 개가 넘지만 중간 즈음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도 꽤나 많아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타이베이의 산 중 하나다. 샹산도 즐기나 일단 양명산의 느낌을 아래 사진과 같이 살짝 보여주고 싶어서 짤막하게 글을 남겨본다.
지열곡 초입까지 마을버스를 타고 이동해, 지열곡 초입부터 곧 터질지도 모를 거 같은 연기와 매캐한 유황 내음을 맡으며 등산을 하다 보면 난 어딘가 싶으며 은근 이색적인 정취에 빠지게 된다. 사실 자욱한 연기는 온천수를 뽑아 장사를 하는 수많은 온천리조트에서 연결해 놓은 파이프와 펌프에서 나는 연기지만 그래도 멀리서 보면 온천수가 넘실대며 만들어 내는 연기 같다.
지열곡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노천탕도 있고, 가파른 산길도 보이는데, 생각보다 짧은 시간 내에 도착하니 혹시 이 글을 보고 흥미가 생긴 분 들은 대만여행 때 코스에 한번 넣어보길.
등산을 매주 가는 프로등산러가 되려면 관절이 멀쩡해야 하는데 어린 나이 때 등산을 너무 심하게 해 연골량이 부족해 등산을 자주 가면 도가니가 쑤신다. 그래서 종종 찾는 시립미술관.
오랜만에 검색을 해봤더니 한국에서도 전시회가 있었던 윌리엄 켄트리지의 전시가 있는 게 아닌가. 입장요금이 30 대만달러밖에 되지 않아 은근 가성비가 좋은 현대시립미술관은 타이베이에 사는 사람들에게 꽤나 이로운 장소인데, 오가는 길에 있는 농수산물 장터와 에코 공원 운동장에 있는 식당들은 나같이 잉여로움을 즐기는 사람에겐 좋은 옵션 중 하나이다.
하지만 현대미술은 아직도 나에겐 너무나 어려워. 윌리엄 아저씨의 미술은 더더욱 어려워. 9월에 오픈 예정인 반고흐나 클로드 모네 같은 직관적인 그림이 아직 좋은 거 같아...
대만은 공연 관람비가 꽤나 비싸고 굳이 짧은 여행기간 내에 코스 중 하나로 넣는 건 추천하지 않지만, 당대 미술관 같은 곳은 그래도 한 번 들러 대만에 있는 중국본토의 미술도 한 번 관람해 보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