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띵똥망고아빠 Mar 25. 2020

인도, 코로나 그리고 탈출 시도

인도는 락다운 중

인도 정부가 3월 25일을 기점으로 추가 21일 락다운을 발표했다. 이미 3월 21일부터 31일까지 락다운을 걸었던 상태에서 약 2주 정도 추가 연장을 발표한 건데 이 여파가 생각보다 엄청나다. 락다운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은데-



20일 오후 8시 모디 총리는 이번 코로나 19 사태와 관련하여 30분 동안 아래의 내용으로 특별 TV 연설을 실시


 (1) 3월 22일 일요일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의료-미디어-홈 딜리버리-소방 등 필수 서비스 인력을 제외하고 전국 단위의 '대중 통행금지(Janta Curfew)'를 실시할 예정


 (2) 매일 최소 10 사람에게 이번의 통행금지 내용과 코로나 예방 조치 등을 알릴 것을 당부


 (3) 3월 22일 오후 5시 상기 필수 서비스 종사자들의 헌신을 격려하기 위해 발코니나 창문 등에서 5분 동안 박수를 치거나 벨을 울릴 것을 요청


 (4) 사회적 거리두기는 매우 중요하고 효과적이라고 언급, 최대한 가정에 머물고 재택근무할 것을 당부하면서, 비필수적인 모임이나 외출은 긴급한 경우가 아닌 한 최대한 삼갈 것을 요청

 

 (5) 65세 이상의 노인들은 앞으로 수주 동안 외출을 금할 것을 요청


 (6) 의료 기관의 과부하를 막기 위해 비필수적인 수술은 한 달 정도 미루고, 정기적인 건강검진도 삼갈 것을 요청


 (7) 생필품 사재기를 하지 말 것을 당부하면서, 정부가 생필품 공급이 부족하지 않도록 만전을 가하겠다고 언급


 (8) 코로나 사태로 인한 상당한 경제적 충격이 예상된다며, 정부는 재무부 산하에 'COVID-19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하기로 결정했다고 언급

 


당일 기준 인도의 누적 확진자 수는 173명 / 그중 완치자는 20명, 사망자는 4명


 



문제는 이러한 제너럴 한 발표문을 바탕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고, 안 하며, 못하게 하려는 보수적인 인도인의 행정역량이 엄청나게 발휘(?)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 와 닿게 정리해보면;

- 정부기관, 도시 운영시설에 관련된 제한된 운영 외엔 사무실, 식당, 공장 등 셧다운

- 모든 대중교통수단 중지

- 외부 통행금지


이로 인해 회사를 출근하지 못하게 되었고,

둘째 아이의 아빠가 되는 기쁨을 나누지 못하게 되었으며,

가족의 품으로 잠시나마 돌아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아빠가 되지 못하게 되었다.


탈출기에 대해서 잠깐 얘기해보자.



1) 3/22일부터 3/28일까지 인도 전역 공항 이착륙 금지

3/27일에 이용하려던 대한항공 뭄바이-인천 직항 편이 4월 25일까지 중단되었으며, 에어인디아 뭄바이-델리-인천 편 역시 사라졌다. 두바이 경유는 불확실하고, 방콕 경유 역시 항공사에서 확답을 주지 못하며, 일본 경유는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찾는 자에게 길이 있으니 3/29일부터 운행이 예정되어있는 뭄바이-싱가포르-인천 경유 편을 찾아내어 어렵사리 항공사와 연락 후 예약을 성공했는데...


* 참고로 여행사와 연락을 추가로 하게 된 이유는 시스템상 예약은 가능하지만 각 국 공항 운영 기준에 따라 한국인이 입국이 어려운 경우를 대비함에서였다


2) 항공사의 운항편수 조절 & 싱가포르 공항의 환승 금지 발표

3/22일부터 인도 락다운 결정 시 인도 정부에서는 국내를 포함한 해외여행을 금지시켰다. 따라서 싱가포르 항공사는 여행자 수 감소를 반영하여 발 빠르게 운항편수를 조절하였고, 필자가 예약한 싱가포르 항공편이 갑작스럽게 삭제된다. 다행히 동료가 싱가포르 항공 뭄바이 지점장의 연락처를 가지고 있어, 일정을 변경한다.

 하지만 얼마 안 되어 3/23일부터 싱가포르 정부는 창이공항의 환승 금지를 발표하였고, 싱가포르 항공편은 모두 취소가 되었으며, 결국 타 항공사를 찾아보기 시작한다.


3) 인도 공항의 추가 락다운 그리고 UAE 정부의 락다운 결정

두바이 경유 편을 찾았으나, 두 시간도 채 안되어 에미레이츠 항공의 모든 운항 편 중단 선언을 접하게 되었고(모래성이 파도에 휩쓸리듯 순식간에 사라지는 이 기분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찾은 게 아부다비 경유 편. 가격은 편도임에도 불구하고 약 180만 원에 달하는 비즈니스 클래스 수준의 금액이었으나 그게 대수랴. 예약을 결정하였고 티켓팅을 완료하였다. 그런데 왠열 인도 정부에서 공항 락다운을 3/28일에서 3/30일로 연장하였고, 이에 따라 일정을 31일로 변경하였는데, 변경한 지 약 3시간 만에 UAE 정부에서 3/25일부터 2주간 락다운을 결정하며 인도 탈출 시도기는 천일야화로 끝나는 듯해 보였다.


4) 인도 정부의 21일 추가 락다운 결정

3/31일까지 락다운을 염두에 두고 4/1일부터 움직일 수 있는 항공편을 알아보려 마음다짐을 하고 있었는데, 하하하 인도 정부에서 3/31일까지 예정했던 락다운을 4/15일까지로 늘리게 된다. 당연히 공항 락다운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약 2주 동안 항공사, 여행사, 대사관 등을 연락하며 많은 시도를 하였지만 실패했다. 물론 귀국하더라도 정부 방침에 따라 2주간 자가격리로 인해 병원에서 그리고 곁에서 출산을 지키지는 못하지만, 가장 가까운 데서 바라보고 싶은 가장의 마음은 실로 비탄하지 않을 수 없다.


4월 8일 출산 예정인 아내는 이미 표를 찾기 시작한 그때부터 Plan B를 세워 움직이고 있었고, 못 오더라도 이해하겠다는 배려심으로 내 걱정을 덜어주려 하였지만, 대자연 그리고 팬데믹 앞에 나는 정말 무능한 존재임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개인의지로 쇼생크도 탈출하고 무인도도 탈출하는 영화를 즐겨봤는데, 이제 가장 애정 하는 영화 목록을 바꿔야겠다.


사랑해 아내, 사랑해 아들 그리고 못 가서 미안해.


- 2020년 3월 25일 인도 뭄바이에서 ㄸㄸ&ㅁㄱ아빠가 -




작가의 이전글 가족은 함께 살아야 가족인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