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확진 2일차
감염경로에 대한 자체 역학조사
세계에서 2번째로 코로나 환자 수를 많이 보유한 인도. 그곳에서 다사다난한 지난 1년을 잘 보냈지만, 2021년 2월 19일 신속 진단 항원 검사 2차례에서 양성이 나와 시설 격리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2월 14일 경부터 목감기 기운이 보여 하우스메이트들과의 거리 유지, 회식 불참, 점심은 혼자 먹는 등 조심을 하고 있었는데요. 2월 15일 검사 시 음성이 나와 크게 걱정은 안 했지만 2월 19일 차도가 없어 검사를 했는데 양성이 나왔습니다.
다행인 건 주변인과의 마찰이 적어 전파를 최소화해서 죄책감이 적다는 거, 그리고 아직 젊다면 젊은 나이인지라 목감기와 두통 증세 외엔 큰 증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데요. 그래도 무섭긴 하네요. 같이 해외 파견 생활하고 있는 직원들이 염려해 주시는 와중에 덤덤한 척 받아들이고 격리시설 호텔로 이동해서 조용히 요양을 시작했지만 혹시나 하는 우려가 없지는 않아요.
이 사실을 아내에게 먼저 알렸어요.
아내는 다소 복잡한 심경이 느껴지나 차분한 대답을 이어나가며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물어봤고, 저도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 나갔습니다. 끊고 나니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부모님들께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두 아이를 홀로 키우는 아내에게 아무런 이상 없다는 안심을 최대한 시키려 노력했던 거 같아요.
내가 왜 걸렸을까?
최근에 보면 역학조사를 통해서도 진원을 모르는 경우가 대다순데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이유는 당사자가 정확한 기억을 못 하고, 본인이 알면서도 쉽게 터놓고 얘기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서가 아닌가 싶어요.
마스크를 쓰면 안 걸린다는 전제하에 아래와 같이 의심 상황을 정리해봤어요.
2월 7일 : 영국인 동료 피터와 사무실 인근 펍에서 저녁식사 - 인도인이 약 30여 명 식사를 하고 있었고, 인도인 특성상 비말이 난무...
2월 10일 : 한국인 동료들과 두 군데 식당에서 저녁식사 - 역시 두 번째 식당이 상기 같은 곳이라 많은 위험에 노출되었음
2월 11일 ~ 2월 13일 : 회사에서 개인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커피를 마셨으나 집적적인 접촉은 없음
2월 14일 : 개인 사무실에서 점심 식사를 하였으며, 직원들에게 사준 점심 식사 브리야니를 건네받은 숟가락으로 먹었으며 저녁에 목이 칼칼한 증세를 느낌
2월 15일 : 아침에 코로나 검사를 했으나 음성. 이날부터 퇴근 후 개인방에서 자체 격리 시작.
2월 16일~2월 18일 : 점심 식사를 하지 않거나 직원들을 피해서 저녁식사를 하였음. 그리고 발주처 사무실에 마스크를 쓴 채 다회 방문.
2월 19일 : 몸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아침에 코로나 검사 재실시. 첫 검사 시 양성 표시가 미약하게 나와 두 번째 검사를 실시했고 확진.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약 2주 내의 잠복기와 함께 감염 여부가 판단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런 부분을 감안했을 때 가장 유력한 감염 진원은 외식이 아닌가 싶어요.
인도가 코로나 감염 환자 수가 2위이지만 검사 수가 워낙 적어 실제 그 환자 수는 약 10배 이상이 아닌가라고 말하는데, 저도 이 부분에는 동의를 하고 있어요. 주변을 돌아다니면 코스크, 턱스크 등 대부분 마스크를 안 하고 다니는 건 둘째치고 한국에서 말하는 깜깜이 환자(무증상 환자)가 많아 서로를 의심하는 일도 매우 적은. 그리고 생계를 위해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그런 부분을 조심하며 생활하기도 어려워 보이는 게 사실이에요.
재작년에 인도에서 가족과 생활하다 아내의 스트레스, 아들의 잦은 병치레, 둘째의 임신 등을 종합 고려해서 가족을 보내기로 결심했을 때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연이 겹쳤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약 2개월 후 급격하게 발병하기 시작했거든요. 그리고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지만 한편으로는 가족이 곁에 없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지금 제가 해야 할 일은 몸을 잘 추스르고, 실내에서 있는 동안 면역력이 더 떨어지지 않도록 꾸준하게 움직여 컨디션을 회복하고 빨리 항체가 생기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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