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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현 Josh Kim Mar 07. 2024

EP10:조선업에 25년 몸담은 기사님이 전하고픈 말

젊을 적 25년 고강도 노동을 하며 일했던 기사님이 들려주는 인생이야기

모처럼 바다를 보고 싶어서 휴가차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부산에 도착하여 바다도 보고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며 돌아다니다가 저녁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를 호출했다. 택시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기사님께서 얼른 가겠다는 문자를 직접 보내주셔서 취소하지 않고 기다렸다. 그렇게 도착하신 택시 기사님은 처음부터 너무 밝게 인사를 해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탔다.


서울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이동하면서 보이는 부산의 이곳저곳들에 대해 어떤 곳인지 설명도 해주시고 택시 운행하면서 요즘 젊은 사람들이 어디로 제일 많이 가는지, 심지어 어떤 곳이 부동산적으로 입지가 좋은지까지 이야기해 주시면서 본인이 놓쳤던 아파트 자리 등에 관해서도 이야기도 해주셨다.

타지에서 왔다고 잘해주시려는 기사님의 마음이 너무 감사했고 이야기의 물꼬를 터주셔서 자연스레 질문을 드렸다.


나 : 선생님은 젊은 시절 후회되거나 아쉬우신 게 있으신가요?


선생님은 멋쩍게 웃으시면서 이야기를 시작해 주셨다.


가족과의 시간이 너무 적음에 대한 아쉬움

선생님 :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 것이 너무나 후회가 됩니다. 이제 좀 시간이 생겨서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는 이미 아이들도 너무 크고 제 아내와 저도 나이가 들어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저는 젊을 적부터 은퇴할 때까지 우리나라 큰 조선업 회사에서 일을 했어요. 25년이라는 시간을 그곳에서 보냈었죠. 그때는 우리나라 조선업이 크게 성장하는 시기이기도 했고 지금처럼 노동자들의 근무 시간제한이 있 다든지 이런 제도들이 잘 마련되어있지 않다 보니 정말 매달 거의 쉬는 날 없이 일을 한 적도 있었어요. 물론 그만큼 그래서 우리 처자식을 먹여 살릴 수 있어 참 다행이죠.


당시 조선업이 지금 우리나라의 반도체나 IT 업처럼 국가 중요 사업이기도 하고 국가를 먹여 살리는 산업이었기 때문에 힘들었지만, 조선업에 몸 받는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더 열심히 일했었죠.


조선업이 잘 클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도 많은 투자와 정책들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해 주었고 자랑하려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굵직한 대기업들은 이때 조선업 분야의 매출을 통해 다른 사업들의 균형발전을 만드는 여건을 만들기도 했었죠.


근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정말 고강도 노동이고 업무 환경도 굉장히 열악하기 때문에 다치기도 많이 다치고 정말 몸이 안 아픈 곳이 없어서 작업장에 가면 저 말고도 다들 파스 냄새가 진동할 정도로 몸에 파스 붙이고 일하고 그랬죠. 또 작업장이 너무 시끄러워서 지금까지도 작은 소리를 잘 못 들어요. 이게 귀마개를 끼고 일해도 얼마나 시끄럽고 그런지…


그렇게 젊은 시절을 보내다 보니 늘 일하기에 바빠서 여행이나 여유 있게 같이 시간을 보내지 못했어요. 감사하게도 제 처자식들이 너무 착해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 불평불만 없이 그 시절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이해해 주고 고생한 걸 잘 이해해 줘서 감사한 마음이 크죠. 제가 지금 이렇게 은퇴하고 택시를 하는 것도 그런 자식들에게 짐이 되거나 또 도움이 필요할 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서 하고 있어요. 물론 제 개인을 위해서도 하는 거지만요.


손님은 꼭 좋은 사람들과 가족들과 여유 있는 시간을 많이 보내길 바라요. 무조건 어디 해외를 가거나 여행 가는 거 아니더라도 그냥 같이 나가서 커피 한 잔이라도 하는 게 서로에게 되게 좋은 추억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평소 못하는 대화도 그렇게 해보고.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언어 공부에 대한 아쉬움

선생님 : 공부… 공부를 더 열심히 했으면 어떨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공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특히 언어 공부를 제대로 해보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쉬워요. 만약 제가 언어를 열심히 했더라면 훨씬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젊을 적 할 수 있는 일과 기회들이 훨씬 많지 않았을지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공부는 때가 있다는 말이 너무 공감되고 지금은 방금 말한 것도 뒤돌아서면 잊어버리기 때문에 좀 더 어릴 때 여러 가지를 공부하고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에요.. 어쩌면 공부로 인해서 어린, 젊은 날 제 꿈의 크기와 그릇이 더 커지지 못한 것이 아닐지 하는 마음에 에 너무나 아쉬운 거죠. 살아보니 세상은 참 많고 할 일도 많은데, 늘 좁고 작게 살아온 느낌이 들어서요. 그릇이 커야 담을 수 있는 것들이 많듯이 어리고 젊을 적부터 나의 그릇을 키워나가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겠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포기하지 않고 비록 나이 먹었지만 제 자리에서 공부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나름대로 독학으로 영어 공부를 하고 있어요. 매일 도로에서 지내다 보니, 표지판이나 도로에 보이는 것들 보면서 짬짬이 영어 공부 중이에요. 우리나라 보면 여러 곳에  한글과 동시에 영어로 표기되어 있는 것들이 많아서 그런 것들을 보고 기억해 두었다가 노트에 적어 집에 가서 사전을 찾아보면서 저만의 영어 노트를 만들고 있어요.


이렇게 아쉽지만 그럼에도 내가 현재 있는 자리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보는 거죠. 배움에는 끝이 없기에. 그렇게 조금조금 단어 공부를 하면서 영어에 자신감도 생기고 또 택시 운전 특성상 그리고 부산에 관광객들도 많이 오기 때문에 외국인 손님들도 자신 있게 태우고 나름 조금씩이라도 그들에게 영어를 사용해 보면서 혼자 알아내는데 너무 재밌어요. 그래서 젊었을 적에 더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이 드는 거죠. 시대가 좋아진다고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제가 직접 습득하고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은 중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포기하지 않고 계속 공부해 보려고요.



요즘 젊은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

그렇게 자연스레 자녀분들 이야기로 대화 주제가 넘어갔다. 선생님도 세 명의 자녀가 있지만 참 젊은 사람들이 살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면서 특히 지방에서 지내는 젊은 사람들의 일자리 걱정을 많이 하셨다.


선생님 : 요즘 젊은 세대들을 보면 너무 안타까워요. 그래도 제가 젊을 적을 돌아보면 비록 어릴 때는 정말 힘들게 자랐지만, 고등학교 대학교 나와서는 일할 수 있는 곳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취업이 젊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스트레스와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지 어떻게 알았겠어요.


부산도 꽤 큰 도시인데, 젊은 사람들이 일할 곳이 없어서 취직 문제로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몰라요. 저도 자녀가 3명인데, 둘은 벌써 다른 도시로 상경해서 일을 하고 있고 막내는 부산에 있고 싶어서 여기서 일자리를 찾고 있는데 참 쉽지 않더라고요.


자식 입장에서는 부모님께 계속 미안한 마음도 들고 마음은 얼마나 또 답답하겠으며, 부모 된 입장에서는 정말 열심히 교육하고 잘 키웠는데 본인이 원하는 길로 계속 못 가고 은근히 부모 눈치도 보는 것 같으니까 또 마음 아프고… 지방들이 이제는 산업도 제한이 되어있어서 그만큼 자신의 전공을 살리거나 본인이 관심 있는 산업의 회사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우리 젊은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사회도, 경제도, 취업시장도 늘 보면 항상 어려움이 있었어요. 물론 현재 처해있는 상황과 환경은 좌절이 되고 힘이 안 날 수 있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날마다 열심히 살아가는 자들에게는 늘 살아갈 수 있는 구멍이 생기고 환경과 기회가 가는 것 같다는 게 제가 느낀 점입니다. 그리고 이 진리는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인생이 짧지만, 또 길고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기에, 마치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가 우리 인생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요. 남들과 비교하면 조급해지고 불안에 싸여서 얼른 무언가를 성취해야 할 것 같은데, 느리지만 나의 속도대로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결결승선에 달하는  나를 볼 수 있다는 거죠. 그러면 내가 얼마나 빠른지 뭘 잘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스스로 잘 관찰하고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나의 마라톤을 뛸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우리 젊은 세대가 포기하지 않도록 힘이 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주는 건 저희 어른들이 해야 하는 역할과 책임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오늘 가면 저도 제 막내에게 응원의 한마디 해야겠어요.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했고 마음이 따뜻함을 품고 밝게 인사를 드리며 내렸다. 그래도 이런 어른들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귀한 교훈을 얻게 되어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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