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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현 Josh Kim Feb 12. 2024

EP9:월남전, 생사를 오가며 깨달은 삶의 이야기

참전용사 택시기사님이 들려주시는 대한민국 그리고 삶의 이야기 Part.2

저번화에 이어서…


나 : 선생님 매일 죽음의 문턱에서 생사를 오가는 경험을 하시다 보면 깨닫는 바가 많이 있으실 것 같아요. 어떤 것들이 지금까지 선생님 안에 남아 있으신가요?


전쟁에서 살아남아 깨달은 것들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선생님 : 그 전쟁통에 있으니 살아간다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수도 없이 생각했어요. 삶과 죽음의 문턱에 매일 서있으니 말이죠…. 오늘 나와 함께 마주 보며 밥을 먹고 서로에게 힘을 주던 전우는 내일을 함께하지 못했고 나의 목숨을 구해줬던 사람을 내일은 내가 구해주기도 하고 내일 또 다른 사람을 구하다 목숨을 잃고… 생사를 함께 하던 동료가 지뢰나 수류탄으로 인해 신체 일부가 잘려 나가는 상황을 옆에서 같이 겪고 이를 지켜봐야 했어요. 전장에 다쳐 쓰러져 있던 나의 전우들, 그들을 절대 두고 올 수 없기에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했는지 모를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초인적 힘을 사용해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다시 데려오기도 했어요. 지금도 그때 함께 했던 전우들 생각하면 눈물이 나네요.


그 힘든 전쟁통에서도 밝은 에너지로 우울함을 떨쳐주었던, 분위기 메이커 전우는 수류탄 파편을 제거하는 수술을 한 후 자기 신체의 일부를 잃은 것에 완전히 전의 상실하고 이로 인한 정신적 문제가 발생하여 평생 우울증으로 고통받아야 했어요.


이런 환경 속에 계속 노출되다 보니,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했을 때 산다는 것의 반대편에 있는 죽음이란 나의 의지나 나의 노력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찾아오는 것이잖아요. 그렇기에 현재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에서 나와 함께 호흡하고 함께 오늘을 맞이하고 서로에 대해 기억하고 행복의 공유하는 이 순간, 결국 사람이 제일 중요하고 그게 바로 살아가는 이유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이 전쟁통에 온 것도 내 가족과 조국을 위함이고 오늘 총을 들고 죽음의 경계선을 다녀오는 것은 내 동료를 지키기 위함이고 내일 다시 한번 또 달려 나가는 것은 오늘내일 함께하지 못하지만, 나의 함께 했던 그 사람들을 위함이었어요.


살면서 주위에 보면 막 경주마처럼 주위 보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들 있어요. 물론 훌륭하고 멋진 일이죠.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삶의 아름다움은 주위를 돌아볼 때 발견할 수 있더라고요. 잠시 멈춰도 되니, 잠시 앞을 보지 않아도 되니 때론 잠시 서서 내가 있는 곳을 천천히 살펴보고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자세히 바라보고 그 순간을 즐기고 누리는 것, 거기에 삶의 아름다움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아요.


나 :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참 마음이 저리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살아 돌아오실 수 있어서 기쁨도 있고 삶을 대하는 태도 또한 엄청나게 변화가 있으셨을 것 같아요. 어떠셨어요?



현재 나에게 주어진 매일의 삶에 대한 감사

저는 정말 운이 좋았어요. 살아남아 이렇게 아직 숨이 붙어있으니 말이죠. 파병이 끝나고 살아 돌아왔을 땐 다시 태어난 것 같았어요. 다시 나에게 삶이 주어진 것 같았어요. 그때부터 매일의 삶이 불만족스럽든 부족하든 상관없이 감사하며 살 수밖에 없었어요. 매일 살아있음이 이렇게 감사했던 적이 없었어요.


그리고 함께했지만, 지금은 함께하지 못하는 자들의 인생과 그들과의 기억을 내가 대신 짊어지고 살아가라는 하늘의 선물 같은 생각이 들어서 삶에 책임감을 더욱 가지게 했어요. 그 이후로 고국에 돌아와서 지금까지 정말 장담하건대, 단 한 번도 함부로 제 인생을 살지 않게 되었죠. 나와 생사를 함께 했던 나의 사랑하는 동료들을 생각하면 정말 허투루 시간을 사용할 수 없었죠. 이건 그들이 나에게 선물해 준 인생이기도 하고 하늘이 다시 한번 나에게 준 삶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옆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소중하고 함께 이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나 귀하고 감사함을 느끼며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신기하게요, 감사를 하면 뭔가 감사할 일들이 생기고요. 내 감사의 에너지가 다른 사람한테도 영향을 주고 그러더라고요. 사람이 이상하게 자꾸 부정적이고 안 좋은 것들만 잘 보이고 찾게 되거든요? 근데 그 관점을 바꾸는 순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내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져요.

그리고 이런 감사는 나 혼자 잘나서 되는 게 아니고 주위 사람을 통해서 그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함께 만들어지더라고요.


나 :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오늘 정말 많은 교훈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젊은 사람에게 또 해주고 싶으신 말들 없으신가요?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삶은 귀하다. 각자 주어진 시간은 다르지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

선생님 : 아유 그저 내 경험과 내 이야기일 뿐이지 이게 손님한테는 다르게 적용될 수 있죠.


나 : 그래도 손자한테 이야기하신다고 생각하시고 또 이야기해 주십시오 선생님.


선생님 : 음 사실 그리 대단한 건 아니지만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삶, 즉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시고 그 시간을 최선을 다해 보내시라고 말해드리고 싶어요. 뭐든 인간에게 무한한 건 없더라고요. 우리의 삶이 유한하기에 소중한 것이고 그렇기에 주어진 시간 의미와 가치를 담아 살아야 하고 그렇기에 얼마나 주어질지 모르는 그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나이를 먹어도 마찬가지예요. 


저희 늙은 사람들 다 은퇴하고 그러면 다 무기력하게 살고 언제 가나 언제 가나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거든요? 이제 우리는 삶을 마무리해 가는 단계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 나이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하고 배울 수 있는 거 있으면 배워보고 우리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최선을 다하며 삶을 마무리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젊은 분들은 아직 젊음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그 가치를 잘 모를 수 있어요. 이 나이 돼서 느끼는 점은 어리면 어릴수록 그 시간의 값이 더더욱 높아진다는 거예요. 대부분 나이 먹은 사람들 시간이 더 귀할 것 같잖아요? 한 살이라도 더 살아서 장수하는 게 복이라고 하니까? 물론 귀하지만 여기 손님처럼 젊은 사람의 시간과는 비교할 수 없어요. 그렇기에 젊을수록 더 나의 시간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 그리고 거기에 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좋은 선택인지 더 많이 생각하고 결정하는 게 필요해요.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됩니다. 젊음을 그저 흘려보내면 안 됩니다. 꼭 이 말 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그 최선을 다함이 꼭 나 자신만을 위한 인생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살리고 그들이 행복해지고 그들에게 필요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해요. 결국 나의 성공도 나의 성취도 나의 인생도 그들을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죠. 당장은 손해 보는 것 같고 나 사는 것도 빠듯하고 내 거 챙기는 것도 바쁠지 모르겠지만 결국 그런 넓은 마음과 시야를 가진 사람에게는 꼭 몇 배로 돌아옵니다. 살아보니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이 끝도 행복하게 마무리하고 축복된 삶을 사는 것들 봐요.


마지막으로 너무 성공이라는 단어에 집착하지 마세요. 이 사회가 만든 성공의 기준이 아닌 본인이 생각한 본인 인생의 성공 기준을 만들어보세요. 그 성공은 돈, 명예가 아니라 가치와 의미 그리고 행복에 초점을 둬보세요. 그렇게 본인이 스스로에게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지, 타인의 잣대로 나의 성공 기준과 성취를 느끼지 마세요.


그렇게 나는 목적지에 다다랐고 선생님의 아쉬운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지금에서야 이렇게 담담하게 말씀하시는 것 같지만 이야기를 나누며 선생님은 여러 차례 목소리가 떨려왔고 눈물을 흘리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가 들려주는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오기까지의 과정과 삶에 대한 깊은 이야기는 오랜 시간 내 마음속에 깊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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