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집에 태어나 젊을 때 원 없이 놀았던 후회 가득한 인생이야기
업무 이동을 위해 오늘도 택시를 호출했다. 날씨는 맑았지만, 너무 무더운 날씨였다. 택시 앱도 더위를 먹었는지, 내가 지정한 위치에서는 멀리 떨어진 곳에 택시가 도착해 있었다. 기사님도 도착하셔서 내가 없는 것을 확인하시고 전화가 와서 위치에 도착했는데, 어디 있냐고 물어보셨다.
물론, 손님으로서 기사님이 나의 위치와 다른 곳에 도착을 하셨기 때문에 차를 돌려서 내 위치로 오는 게 맞았지만, 그래도 배려하는 마음으로 내가 직접 그곳으로 걸어갔다. 이후 운전하시면서 앱에서 제공하는 내비게이션 방향을 놓치시는 바람에 살짝 시간도 늘어났다. 처음에는 불만스러웠지만, 그래도 본인이 실수한 걸 아셨는지 조금 미안한 표정을 짓는 기사님을 보면서 나도 마음이 풀렸다.
그렇게 조용한 분위기에서 나도 더위가 조금 가신 다음에, 기사님이 관심 있으실법한 이야기를 건네며 아이스브레이킹을 시도했다. 그렇게 오늘도 나의 인생수업은 시작되고 대화를 나누며 분위기가 유해지자 늘 건네던 질문을 오늘의 선생님께 드렸다.
나: 선생님, 젊었을 때 후회하거나 아쉬웠던 일은 없으신가요?
기사님은 망설임 없이 당연히 있다고 대답했다.
선생님: 아, 당연히 있죠. 첫째는 공부, 둘째는 공부, 셋째도 공부. 공부를 안 한 게 너무 아쉽고 후회되기도 해요.
제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모두 한의사였어요. 나름대로 괜찮은 환경에서 자랐죠. 우리가 여섯 형제인데, 남자애들이 아주 사고도 많이 치고 그래서 돈도 많이 썼겠죠. 그래도 기본적으로 잘 사니까 휘청거리는 거 없이 크게 문제없이 지낼 수 있었죠. 하지만, 환경이 너무 안정적이라서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어요. 어릴 적부터 노는 데에 정신이 팔렸죠.
돌이켜보면 집이 경제적으로 안정감이 있으니까 그때 공부에 대한 의지가 있었다면, 그 시절이라도 유학을 갈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 시기에는 유학을 가는 사람이 드물었기 때문에, 참 인생이 또 다른 방향으로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왜냐면 내가 그나마 형제 중에서는 잔머리가 좋아서, 공부를 해도 잘했을 것 같단 말이죠. 그래서 생각해 보면 아버지의 직업을 이어 3대째 한의사가 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물론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겉으로 한의사 직업을 강요하거나 압박하지는 않았지만, 한 명이라도 가업을 이어가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소망을 이루지 못해 아쉬습니다. 얼마나 멋져요 3대째 한의사를 이어가는 가문! 왜 그때 공부를 그리하기 싫어했는지 참…
왜 우리 어릴 적부터 어른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 중에 하나가 "젊을 때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죠. 어렸을 때는 공부? 그때는 전혀 생각이 없었어요. 오히려 저는 어른들이 공부는 평생 해야 한다고 하시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노는 것도 건강하고 체력 있는 젊을 때만 할 수 있으니까 먼저 놀고 그리고 좀 지겨워져서 이제 슬슬 공부하겠다 생각이 들면 그때 해야지 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놀아도 그게 경험이 될 거라는 생각이었거든요. 그래서 열심히 놀았죠. 친구들 사이에서 늘 제일 잘 노는 얘, 인생 즐길 줄 아는 얘, 같이 있으면 늘 재밌는 얘로 통했어요.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술을 마시고 먹고 놀면서 지내다 보니까 슬슬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재미가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나 앞으로 뭐 먹고살지 맨날 부모님한테 손 벌릴 순 없고 무슨 일을 해야 하지 나 뭐 잘하지라는 고민이 문득 들더라고요. 그때야 비로소 공부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때는 이미 공부하는 법도 모르고 앉아있는 습관도 없으니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았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아졌어요. 아, 어른들 말 좀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땐 반항심으로 어른들 얘기는 옛이야기, 너무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어요. 확실히 한 살이라도 어리고 젊을 때 머리가 돌아가는 것과, 나중에 돌아가는 건 천지 차이인 것 같아요. 결국 공부보다는 몸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하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마지막으로 택시 운전으로 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제 자식들에게는 좋은 공부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어릴 때부터 공부 습관을 길러주려고 잔소리를 많이 했었죠.
저는 뭔가 진득하게 성취해 본 경험이 없어서 나랑 안 맞는다 생각 들면 너무 빨리 포기했던 것 같아요. 공부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무조건 공부 열심히 해서 성공해라 보다는 공부를 통해서 식견을 넓이고 그 속에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발견하고 그걸 기반으로 미래를 그려가는 것이 중요하기에 자식들에게 강조를 많이 했죠. 그래서 자식들에게는 사람마다 각자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안 맞는 거 있을 수 있다. 다만 뭔가 성취하고 뭔가 해나가기 위해 기초를 만들어야 하고 그건 공부를 통해 오는 거 기 때문에 그 기초를 닦는 것을 포기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많이 하죠. 제가 공부를 너무 일찍 포기했기 때문에 그 성취감을 느껴보지 못하니까 뭐든 쉽게 포기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제 자식들에게는 그렇지 않길 바라는 저의 진심 어린 말들이죠.
지금 돌아보면, 나는 인생을 너무 짧게 바라보았던 것 같아요.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목표는 뭘 가져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매일의 즐거움이 최고로 느껴졌어요. 물론 매일 즐겁게 사는 거 중요하지만 저는 허황된 쾌락의 즐거운 삶을 젊을 때 살았고 그런 잠깐의 즐거움과 행복이 그때는 최고로 느껴져서 그런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근데 돌아보니 제 인생을 지탱하는 요소에 그때 놀았던 게 딱히 도움 되는 게 없어요.
나: 그렇군요. 사실 어른들이 자주 하는 이야기라고 하지만, 선생님의 경험을 들어보니 뭔가 더 와닿는 느낌이 드네요. 그러면 선생님은 지금까지의 삶을 돌이켜보면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시나요?
선생님: 당연히 뭐라고 해야 할까요? 사람이죠. 좋은 사람들을 옆에 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인맥이라는 말이 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인생을 살다 보면 얼마나 많은 순간 속 전환점을 만들어주는지 모르겠어요. 사람관계에서 이리저리 치여 살다 보면 인간들 없이 혼자서 살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실은 서로 도움을 주지 않으면, 서로 돌봐주지 않으면, 서로의 장단점을 채워주지 않으면 인간은 살아갈 수 없어요. 친구 중에서도 좋은 친구를 옆에 두어 인생의 여러 위기를 극복하기도 하고 어려운 순간을 넘길 수 있도록 주위 사람들이 도와주는 것을 많이 봤어요. 물론 그 반대로 인해 인생의 나날이 힘들어지기도 하지만요.
나는 예전에 계속 노는 데에만 관심을 두고 있었잖아요? 그럼 누가 나랑 같이 있겠어요? 맨날 술 마시고 놀기 좋아하고 오늘만 살면 되는 사람들만 주위에 있고, 나도 그런 환경에 계속 있었거든요. 그런 사람들은 금방 없어지는 법이에요. 돈이 떨어지면 같이 술을 마시지 않게 되면 한순간에 없어지는 사람들이에요. 그런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얕은 관계를 가진 사람들인 거죠. 난 이 나이에 내 주위에 진정한 친구들이 별로 없어서 나이가 들수록 참 외로워.
살면서 물론 자산을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진실되고 깊은 관계를 자신의 자산으로 쌓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이야기를 듣고 있는 순간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했다.
나: 선생님, 오늘 많은 인생의 교훈을 듣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유 아니에요. 그저 아쉬움과 후회 많은 늙은 사람 이야기일 뿐이에요. 조금이라도 젊을 때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얻을 수 있도록 공부 열심히 하세요. 살아보니 삶은 참 빠르게 흘러가네요. 너무 근시안적으로 살지 말고, 당장의 즐거움에만 급급하지 말고, 더 넓은 시야로 삶을 바라보세요.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진실된 인연을 형성하세요. 돈이나 물질보다 가치 있는 것은 바로 인간관계입니다.
삶의 여정에서 조금 더 일찍 자신의 꿈과 목표를 찾고 실현해 나가세요. 현재의 선택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고, 후회 없는 삶을 위해 노력하세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재 손님에게 주어진 인생의 가치를 깨닫고 소중히 여기세요. 좋은 인연과 함께 행복한 인생을 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