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젊음을 불살랐던 택시기사님이 들려준 인생이야기
바쁜 일정을 소화하던 중, 다음 일정을 위해 택시를 탔다. 점심시간이라 차가 많아 강변북로로 들어가는 차들이 줄을 서 있었다.
그때, 앰뷸런스가 사이렌을 울리며 꽉 막힌 길을 힘겹게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일부 차량들은 앰뷸런스가 지나갈 수 있도록 양보하지 않고 지나가며 오히려 앰뷸런스의 이동을 방해했다.
택시 기사님은 말없이 조용히 운전을 하시다가 엠뷸런스를 지나치지 않고 양보하지 않는 차량들을 보며 얼굴이 일그러졌다. 분노한 표정으로 만약 자신의 가족이 앰뷸런스에 타 있다면 어떻게 그런 차량들을 보고 아무렇지 않게 지나칠 수 있겠느냐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말을 마치자마자 강변북로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는데도 불구하고 끼어들기 차량들을 보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선생님 : 손님, 운전을 하실 줄 아세요? 절대 저런 행동을 하지 마세요. 저런 행동 하나하나가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다 바쁘지만 질서를 지키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끼어드는 것은 상대방이 기다리며 사용한 시간과 질서를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바쁘고 급한 일이 있더라도 절대 남들의 노력과 시간을 저렇게 뺏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기사님의 말씀에 나도 맞장구를 치며 이야기가 이어졌고 그렇게 우리는 한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선생님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하고 싶은 거, 가지고 싶은 거, 가보고 싶은 곳들, 그 하나도 마음대로 해보지 못하며 사셨다고 한다. 그래서 그 환경을 절대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젊은 시절부터 회사에서 살다시피 하며 가난을 이겨내기 위해 온 젊음을 불태우셨다. 그리고 그 젊음을 희생한 덕에 가난에서 벗어난 경험이 있으셨다.
나는 택시를 타면 늘 택시 기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세상을 배우는 시간을 갖는다. 이번에도 나는 택시 기사님께 이렇게 물었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새로운 선생님과 택시에서 수업을 시작되었다.
나 : 선생님, 젊을 적 열심히 사셨는데, 그 시절을 돌아본다면 아쉬움이나 후회는 없으신가요?
택시 기사님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생님 : 다행히 제 젊은 시절에는 노력한 만큼 벌 수 있었고 뛰어 다니는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나름 그 당시 돈도 잘 벌면서 지낼 수 있었죠. 그렇다고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는 것은 아니고요. 보통 회사 다니시는 분들보다는 많이 벌었다는 뜻이에요. 그럼에도 당연히 아쉬움과 후회가 있죠 왜 없겠어요.
나 : "어떤 부분들이 그러세요?"
선생님 : 돈은 나름 벌었지만 가족들에게 그만큼 시간을 쏟지 못한게 참 아쉽게 느껴져요. 특히 제 자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있죠. 제가 지금 택시하면서 조금씩 벌고 있는 돈을 손자 손녀들에게 용돈도 많이 주고 그게 그렇게 아깝지고 않고 그렇거든요? 근데 그때는 왜 그랬는지 진짜 모르겠는데, 우리 자식들에게 용돈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고 그랬어요. 아마 그때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 지금 손자 손녀들에게 더 많이 주고 잘해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제 자식들도 저한테 그런 이야기를 농담 삼아서 해요. 손자 손녀에게 하는거 반만이라도 자식들한테 해줬으면 얼마나 좋았겠는지 하면서요. 근데 제 또래 주위 분들을 보면 대다수가 이런 경우들이 많은걸 최근에 알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든 생각이 나중에 손자 손녀에게 잘 해준다는 생각보다는 우선 내 자식에게 잘했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야 그래도 자식들이 등 돌리지 않고 이렇게 잘 지내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주위를 보면 자식들이랑 친밀도가 많이 떨어지는 분들도 보게 되어서 나도 내가 잘못 생각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최근에 있었어요.
손님 아직 결혼 안하셨죠? 물론 젊은 시절 열심히 하느라 가정에 시간을 많이 못 보내는 경우도 있고 하겠지만 자식을 낳으실 계획 있으시다면 그 돌아오지 않는 자식과의 시간과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기회들을 놓치지 않길 바라요.
선생님 : 그리고 또 후회되는건 아내의 말씀 좀 잘 들을껄 하는 후회도 있어요. 손님이 질문 주셔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살면서 아내 말을 안들어서 손해보고 후회했던 순간들이 꽤나 있었던 것 같아요. 허허 참 왜이렇게 고집불통처럼 아내의 지혜로운 말들을 잘 안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아까도 잠깐 이야기 했듯이 너무 힘들게 일하며 젊은 시절을 보내서 조금 살만해질때부터 열심히 노는데 집중을 좀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철없던 시절인데, 그때 아내가 저한테 이야기했던게 노는것도 좋고 원하는거 사는것도 좋은데 아이들 등록금을 미리 좀 준비를 해놓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었죠.
제가 어떻게 했겠요? 진짜 철이 없다고 생각되는게 나중에 애들 대학갈때쯤되면 또 돈 생기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안 모았었어요. 그때는 돈 아까운줄 모르고 제 취미생활에 열심히 사용했었죠.
하지만 정말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다는게 하필 첫 애가 대학을 갈쯤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일이 생기면서 첫 애가 대학갈때 고생좀 시켰었죠. 그러고 보면 아내는 미래를 보고 준비하고 생각했었는데, 저는 그러지 못했으니 얼마나 철딱서니 없이 살았는지 그 부분이 후회가 되요.
아내와 아이들에게 고마운건 이런 철 없는 아버지를 그럼에도 존중해주고 어려움이 왔을때도 같이 힘을 내어주고 그런 부분들이 가슴 깊이 남아있어요. 제가 퇴직하고 택시 운전대를 잡게 된것도 조금이나마 가족들에게 더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과 그 가슴 깊이 있는 고마움을 계속 표현하고 싶어서 하게 되었고 이렇게나마 조금씩 벌어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채울 수 있어 기쁜 마음으로 일을 합니다.
나 : 선생님, 모든 인간에게는 살다보면 늘 인생에서 결정들을 해야하는 순간들이 다가오곤 하는데, 선생님은 지금까지 살아오시면서 인생에서 좋은 결정을 하기 위한 선생님만의 기준들이 있으셨나요?
선생님 : 그렇죠. 인생에 늘 결정해야하는 순간들이 오죠. 그런데 사실 단 한번도 어떤 특별한 기준을 가지고 결정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 당시 그 순간 가장 최선을 다해 고르고 선택했을뿐이죠. 그렇기 때문에 선택에 있어서 후회나 아쉬움은 없어요. 왜냐면 그 누구보다 내가 그 문제를 깊게 생각하고 나를 소중히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에요. 물론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 말을 듣지 말라는 뜻은 아니고 그건 온전히 참고용으로만 생각하고 결국 제 자신의 선택에 스스로 확인을 주고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선택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한번 결정하고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든 그냥 책임지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 결정을 계속 돌아봤자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니까요. 다만 제가 잘못된 결정을 했다고 생각이 들면 내가 그 결정을 하면서 어떤 부분에서 실수를 했는지 어떤 것을 잘못생각했는지 생각해보면 그 다음은 더 나은 결정을 하게 되고 그렇게 계속 반복하다보면 결국 더 좋은 결정들을 할 수 있는 경험치가 쌓이는 것 같더라고요.
택시 기사님의 말씀을 듣고 있던 나는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게 되었다. 택시 기사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택시에서 내렸다.
택시에서 내리면서 나는 택시 기사님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렸다.
나 : 선생님, 오늘 정말 유익한 말씀 많이 듣고 감사했습니다. 앞으로 제 인생을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택시 기사님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생님 : 손님, 제 말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손님도 앞으로 행복한 인생을 사시길 바랍니다.
나는 택시에서 내려 목적지로 향했다. 택시 기사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나는 오늘도 또 하나의 인생의 교훈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