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간 병사, 부사관, 장교를 걸쳐 사회에 나와 경험한 인생 이야기
날이 흐렸던 어느 날, 급하게 부탁받은 업무로 인해 들고 가야 하는 짐이 너무 많아 혼자서 낑낑대고 있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앱을 통해 빠르게 택시를 호출하고 기다리는데, 내 짐을 보고 기사님도 적잖이 당황한 눈빛이 나와 마주쳤다. 택시 기사님께 죄송한 찰나였는데, 감사하게도 기사님은 매우 밝은 인사와 함께 짐을 싣는 데 도움을 주셨다.
나: 아고 선생님, 짐을 너무 많이 실어서 죄송하고 또 직접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혼자서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게 더 좋죠. 손님을 모시는 데 이 정도는 제가 당연히 해야 하는 서비스니까, 너무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차 안 온도는 어떠신가요?
나: 온도 적당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목적지까지 내비게이션대로 가면 좋을까요?
나: 네, 그래 주시면 됩니다.
선생님: 그럼 도착 예정 시간은 지금으로부터 약 35분 정도 걸릴 겁니다. 그럼 안전한 운행 하겠습니다.
이렇게 출발 전에 차의 온도, 목적지 시간 등을 물어보시고 설명해 주시는 분은 또 처음이라 기분 좋게 출발하였고 기사님을 보니 오늘도 왠지 좋은 선생님이 되어주실 것 같았다.
그렇게 오늘도 택시에서의 인생 수업이 시작되었다.
나: 선생님, 뜬금없이 질문인데 실례지만 혹시 20대나 30대로 다시 돌아간다면, 또는 그 당시를 회상한다면 후회하거나 아쉬웠던 게 있으셨을까요?
선생님: 어떤 이유로 물어보시는 거죠? 제가 택시 운행하면서 처음 듣는 질문이라 아주 당황스럽네요.
한동안 말없이 깊은 생각에 잠기신 선생님은 마침내 본인의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시기 시작했다.
선생님: 저는 10년간 군에서 생활했습니다. 저는 조금 독특한 군 생활을 했는데, 처음에 병사로 군 생활을 시작해 부사관으로 이어갔고 다시 장교로 임관해서 아마 국내에는 몇 없는 병사, 부사관, 장교를 모두 경험해 본 사람이지 않을까 싶네요.
나: 정말요? 제가 살면서 선생님 같은 군 경험 가진 분은 처음 봅니다. 대단하시네요. 그럼, 군번도 세 개나 있으시겠어요.
선생님: 네, 그럼요. 군번 세 개가 있고 지금도 군번 다 외우고 있죠.
그러시더니 바로 병, 부사관, 장교 각 군번을 거침없이 말씀하셨다.
선생님: 군 생활은 저에게 정말 잘 맞았어요. 개인적으로 주어진 일을 잘 맡아서 하는 편이고 규칙적인 생활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은 군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어하고 또 군 생활을 이어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데, 저는 정말 잘 맞았죠.
선생님: 저는 고등학교를 막 마치고 입대하면서 사회생활을 못 해본 상황이었기 때문에 군대에서 배울 점들이 정말 많았어요. 배움의 즐거움도 있었죠. 시키는 일들 이외에도 간부님들에게 이런저런 궁금증들을 물어보면서 군대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웠어요. 그분들이 가지고 계시는 노하우들도 많이 배웠죠. 이런 노하우들이 군 생활 이후 저에게 참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어린 시절을 그리 충족하게 지내지 못했기 때문에 대학교는 생각도 못 했고 그래서 그런지 제 안에, 배움에 대한 갈망이 엄청나게 컸던 것 같아요. 어떤 환경이든 상황이든 늘 배울 점들이 있는 것 같아요. 누구는 본인이 처한 환경과 상황에 대해 불평하고 죽을상을 하며 그저 흘려보내는 사람이 있고, 그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기회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죠.
이게 군 생활을 하면서 발견한 것 중에는 잘 되는 사람들이 가진 특징이었어요. 제가 병, 부사관, 장교를 거치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을 거잖아요? 그래서 보면 사회 나가서 잘 되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더라고요.
손님도 군 생활을 하셔서 잘 아실 텐데, 군대에서 보내는 시간은 거기 있는 병사들에게 동일하게 주어지죠. 그런데 보면 어떤 사람들은 같은 군 생활을 하면서도 남는 시간에 자격증 공부하고 수능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책을 읽기도 하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등 자기 계발을 끝없이 하는 소수의 인원이 꼭 있어요. 대부분 인원이 티비를 보면서 허송세월하는 그 군대에서도 그런 친구들이 꼭 있죠. 나중에 소식을 들어보면 그때 그 시간을 잘 활용하던 친구들은 전역하고 사회 나가서도 어떤 일이든 본인들의 길을 잘 닦아 가더라고요.
나: 저도 군 생활을 하면서 주위를 보면 그런 사람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선생님의 말씀에 정말 공감합니다. 선생님은 그럼 군 생활 간 어떻게 보내셨어요?
선생님: 저는 책도 많이 읽었지만 운동을 좋아해서 남은 시간에 체력 단련을 열심히 했었어요. 그게 습관이 되어 군 생활을 하다 보니 몸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었고, 군 생활 동안 열심히 몸 관리하던 것이 지금까지도 생활에 도움이 되고 있어요. 덕분에 지금도 좋은 체력으로 일하고 건강할 수 있도록 해줘서 참 감사하죠. 젊을 적 다져놓은 건강관리가 조금 나이를 먹으니 진가를 발휘하는 걸 나이가 들면 들수록 느껴져요.
그래서 느낀 점이 젊을 때 건강관리가 너무 중요하다는 거예요. 이건 제가 직접 경험을 해서 말씀드리는 건데,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체력 관리하고 몸을 만들어야 나중에 다른 또래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도 월등히 좋은 컨디션에서 일하고 즐기면서 살 수 있거든요. 아무리 젊을 때 열심히 돈 벌어놔도 건강을 잃은 친구들은 다 자식들만 누리지 정작 본인은 하나도 못 즐기는 것을 보았죠.
젊을 땐 출신 대학, 집안, 직장 등이 또래 사이에서 차이점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나이가 들면 건강과 체력 차이가 또래에서 가장 큰 차이점이자 중요 요소더라고요.
건강은 절대 돈으로 돌이킬 수가 없어서 젊을 때 더 열심히 관리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드네요. 젊을 때는 아직 어리니까 괜찮다, 아직 쌩쌩하다 말하며 놀러 다닌다고 밤도 많게 술로 매일을 지새우기도 하고 하지만 그거 정말 큰 실수입니다. 몸에 무리를 주는 건 마치 미래 나의 건강을 끌어다 쓰는 것과 같은 것 같더라고요. 손님도 어려 보이시는데, 건강 관리에 유의하시면 좋겠어요.
선생님 : 아까 젊을 적 어떤 게 가장 아쉬웠는지 질문 주셨죠? 젊은 시절 너무 한 곳에만 집중하고 바라보면서 살아와서 시야가 참 좁았다는 것이 제 인생에서 아쉬움 중 하나예요.
삶을 살아가다 보니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본인이 아는 세계에 갇혀서 본인이 아는 게 다인 양 정답인 것처럼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세상은 정말 넓고 다양성이 살아있고 우리가 다 알 수 없는 것 투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이 생각의 발상은 군 생활하면서 남는 시간 다양한 책들을 접하면서 생각이 들었죠. 저는 제 좁은 시야로 보는 생각과 세계에 갇혀있는 사고방식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근데 군 생활을 한창 하다가 어느 순간 저 또한 그러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그래서 인제 그만둘 때가 되었다. 생각을 하고 새로운 일을 찾기로 결심하게 된 거죠. 군 생활은 저에게는 안전한 울타리 같은 거였어요. 이미 너무 잘 알고 있고 익숙하기에 안정적으로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어려움이 없었죠. 물론 군 생활에 대한 후회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군 생활을 좀 더 일찍 마무리하고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보고 듣고 했으면 제 시야를 넓혀가는 시간을 가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시야를 넓히는 것도 나이가 조금 들기 시작하면 주저하게 되고 이미 책임져야 하는 것이 많아지고 하다 보면 원하는 대로 다 해나갈 수가 없어요. 그런 게 없을 나이대 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해요.
더 어릴 적에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시야를 넓혀갔다면 저의 꿈과 목표의 크기도 더 커졌을 것 같더라고요. 아쉬움이 있지만 그렇다고 내 삶의 순간들을 후회하진 않아요.
나 : 그래서 군 생활 이후에 그럼 다양한 경험을 하셨나요?
선생님 : 나름 하려고 노력했죠. 군 생활을 마치고 나니까 내가 무슨 일 하는 걸 좋아하는지 내가 좋아하는 업이 무엇일지 어떤 산업군을 좋아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우선 부딪혀보자 결심하고 다양한 일을 해봤죠. 식당에서 일을 해보기도 하고 건설 현장, 목공소, 호텔 서비스 등등 다양한 직군을 경험해 보았죠. 그렇게 여러 가지를 하다가 결국 자영업까지 하게 되었어요. 자영업 정말 어려웠어요. 위기도 많았고 힘든 일도 많았고 그래도 다행히 먹고살 수는 있었죠. 그러다 결국 자영업도 정리하고 병원 총무팀에 들어가서 거기서 쭉 있다가 퇴직하고 이렇게 택시 운전까지 하게 되었죠.
나: 선생님, 지금까지 인생의 좋은 결정을 위해 선생님만의 기준이나 방법들이 있나요?
선생님: 제 자식들에게도 가끔 하는 말들이 있습니다. 때론 직감과 마음에서 울리는 대로 선택하고 행동해 보라고요. 물론 모든 선택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주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회피하고 두려움 속에서만 살면 인생은 너무나 아쉬운 일들로 가득할 테니까요.
누구나 어떤 틀에서 벗어나고 사회에서 인간들이 만든 어떤 틀에서 벗어나는 것은 늘 두려움이 따르기 마련이죠. 결국, 인생에서 중요한 건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아가는 데에 있어요. 두려움에 맞서서야 비로소 새로운 경험과 기회를 얻을 수 있고, 그로 인해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믿어요.
그리고 어떤 선택이든 후회 없이 살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죠. 누구나 실수는 하게 되지만, 그 실수에서 더 큰 교훈을 얻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좋은 선택이 아닐까 싶어요.
아무튼, 이런 식으로 살면서 어떤 결정이든 두렵지 않게 마음이 울리는 대로 행동하고, 후회 없이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 가지로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선생님의 이야기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고민거리를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선생님: 아니에요, 오히려 감사해요. 언제든지 만날 기회가 생기면 좋겠어요. 행운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