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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사과 나무 2

글그림

by 글그림

가끔 아파트 단지

둘레길을 걷다가


갈대숲 사이로

저무는 시간을 보며

너를 떠올리곤 했다


그때는 나를 버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것이 너를 위한 길이고

그것이 너를 행복하게 할 거라고


우두커니 서서

어리석은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렇게 서서

시간들을 보내며 계절이 흐르다 보니


나는 어느새 나무처럼

싹이 돋고 꽃이 피어 열매를 맺는다


우리가 좋아하던

꽃사과 나무처럼


저무는 시간에 물든

꽃사과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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