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내게 오던 가을은 소리를 낼 것 같았다
머리 위의 모든 것은 헐벗었고 발아래 모든 것은
떨어져 저마다 소리를 내며 바스러져 갔다
두 팔 벌려 안아보았던 고목은 이제 몇 해를 더 살지
못하고 밑동이 베여 쓸쓸하게 속살을 드러내었다
수화기 너머로 안부를 나눴던 인사들도 이제 낡고
낡아져서 낙엽 비린내가 진동한다
잘려나간 고목의 껍질처럼 메마른 손바닥을
자꾸 보게 된다 추운 탓에 마디마다
붉게 물들었지만 온기는 없다
얇은 구두 밑창으로 한기도 밀려온다
몸이 굳어져감을 느낀다 이대로 나무가 되었으면
하는 상상을 한다 온마음으로 잎을 내고 꽃을 피우고
다시 놓기를 몇백 번쯤 반복하며
너를 이해하고 나면 나도 밑동이 잘려나가는
나무가 되어야겠다 여전히 온기가 없는 손바닥을
네 얼굴처럼 바라보며 가을은 지나간다
2024.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