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는 흰자만 있을 뿐 동공은 없다
물기 묻은 채
기척 없이 아침을 넘어온다
배추 나비의 흰 가루처럼
허공을 더듬어 구름이 되려 한다
타이어가 안개를 밟은 자리는
눈길처럼 자국이 남는다
말을 덜어낸 도화지가 되는 풍경
방향도 경계도 뿌연
안갯속에서는
목소리가 먼저 도착한다
마실 나온 실바람은
삽짝 아래를 맴돌고
깃털을 말리는 새
돌다리에 묶인 고요
개천의 개구리울음
풀잎은 이슬의 무게를 견뎌야 하고
잠시 먹먹함을 기억하는 동안
하루치 햇살이
느리게 부풀고 있다
안갯속엔 그림자가 없다
빈 화면의 소음처럼
반쯤 채워진 채
잠시 살다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