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겹의 비가 쏟아진 뒤
눈꺼풀이 저절로 열렸다 닫힌다
생각의 이끼들이
눅눅함을 밀어내며 밀려 나왔다
기억은 조개껍질처럼 쌓이고
아껴둔 말들은
윤슬처럼 반짝인다
오래오래 사탕처럼
녹여먹던 후회들을
하나씩 되돌려 보내는 중이다
콧속을 맴돌던
재채기 같은 감정들이
천천히 가라앉는다
멀리서 본다면
쏟아진 마음의 거품 같을까
한때 미워했고
가만히 지켜보았던
스스로를 감추던 마음들
가장 깊은 곳에 가라앉는 건
이름도 없는 가벼움
건드리면 흩어질
수면 위에 핀 내 얼굴
무거운 건 마음이 아니라
버텨내던 버터 같은 삶이었다는 걸
이제는 비 내린 호수 위
기름막처럼 떠다녀도 괜찮다고
고개를 젖히며,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