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함이 묻은 바람
빨랫줄의 손수건
가장 얇은 것부터 지친다
네가 떠난 방에서
종일 문을 긁던 선풍기가
목을 꺾으면
파란 날개가 뒤집히며 쏟아낸
더운 말들이
책장과 침대사이에 엉긴다
여름은 말이 많은 계절이다
말은 썩는 것보다
먼저 부풀어 터진다
반들반들한 수박 껍질 위에서
한때 웃던 아이들의 손가락은
서로를 가리키며 물든다
베란다에 걸린 홑이불처럼
사람들도 각자의 시간을 널어두고
그늘 아래 눕는다
종일 습하던 라디오가
오후 두 시쯤
작은 폭발음을 낸다
몇 마디쯤 날아가 창틀에 붙고
그늘은 키가 커진다
도시가 덮은 뚜껑 아래
전기포트는 숨을 헐떡인다
차가운 아이스아메리카노로도
식지 않는 것들
이제는 식어야 할 것들
밤이 되면
다음 날을 위해
36.5도의 감정을 냉장고에 보관한다
여름의 끝은 폭염보다
말라붙은 거짓의 단면에 있다
썩지 않아도 터지는 것들이
벽에 번져 간다
사라지지 않는 물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