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아주 가끔은
밤길을 건너온 목소리 하나가
마음에 닿을 때가 있다
내가 먼저였는지
네가 먼저였는지
멀기만 했던
모습의 얼굴이 지나간다
그래서
기억을 잊으려 한다
지운다는 건
네가 남긴 계절을
다시 걸어야 한다는 뜻이니까
물속에 녹은 답답한 산소를 들이마시며
바람을 밀고 가는 풀잎 하나가 된다
어깨에 내리는 비에도
무너지지 않는 계절이 되어
아마도 마지막에는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 자리에 누워
나의 울음을 외면하는 하늘에 얼굴을 맞대고
파란색이 멀고 무력하게 다가오는 걸 볼 테지
그 순간이 오면
다시 잊으려 할 것이다
손을 놓았던 방법을 곱씹으며
사람을
사람들을
흔들리는 풀처럼
멀리멀리 밀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