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너를 울리지 않기로 했다

by 글그림



길을 잃은 말들이

너를 닿지 않는 곳으로 데려갔으므로

나는 먼저 침묵했다


입술 끝에 남아 바람처럼

얼굴을 비추는

너의 입술 너머

말 대신 들리는 건

지워지지 않는 한 줄의 빛


슬픔은 목소리를 닮는 걸까

손을 흔들던 사람들은

이름이 사라지고

남은 건 오래된 지도에

표시 되지 않은 집의 윤곽


나는 이제

흐린 하늘에 걸린

빗방울에 매달리는 대신

주먹을 움켜 쥐고

돌아오지 않는 얼굴을 기다린다


주먹 안에선

작고 뜨거운 것들이

천천히 꿈틀거린다

내가 놓치지 않기로 한

마지막 이름

마지막 저녁


그러니까 슬픔은

잃어버릴 수 없는 것들을

빌려 쓰는 방식으로

아직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