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너는 오늘

by 글그림



나는 오늘

너를 바지 주머니에 넣어두고

익숙한 거리의 모퉁이를 돌다


전단지를 내미는 알바에게

괜찮다는 말만 백 번쯤 곱씹으며

스타벅스에 들어섰지


추억은 물자국이 남은 창문 같은 거였다

선명해질수록 더러워지는


웃고 나면 침묵이 들어앉아 있고

사람을 당황하게 하는 건

미소사이 미간에

겨우 숨겨둔 씁쓸한 표정이었다


너는 오늘

홀짝거리는 잔에 담긴

에스프레소 빛깔이어서

씁쓸함은 아스팔트에 붙어버린

껌 같은 맛일까 궁금해했다


오래된 습관처럼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 한 장을 찍는 사이에

달고 달디 단 울음을 쏟고 난 뒤

먹다 남은 조각 케이크를 보며


‘이건 슈가파우더고 이건 크림치즈

딸기 조각은 고백받은 사람의 귓불이야’


혼자 중얼거리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테이블은 밤처럼 검고

크로와상은 느끼해 보였다


떠나간 사람의 음성을

매일 듣는다는 영화 주인공을

생각하는 오후


나는 조금 애매한 날씨였나 보다


여름이

가을이 될 때까지

고여서 답답한

고양이가

아무 담벼락에나

앉을 것 같지는 않은

오늘


월, 수,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