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昌)은 언제나 그랬듯
나를 외면했다
다음 달은 창(窓)이 있는 호실로
가기를 결심했으니
오지 않는 잠을 탓하는 대신에
책을 읽는다
자정(子正)을 넘어선 불빛 덕에
뒷면의 희미한 글씨를 따라
사람들의 발자국을 본다
벽에 붙은 귀들은
층층이 결핍을 듣는다
슬리퍼를 끌지 않으려는 발걸음
오래된 기침 소리
밤마다 천장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소리
분명 윗방 여자의 눈물이었을 텐데
서로의 울음을 묻지 않기로
합의했다
총무의 또각또각 발톱을 깎는 소리는
복도를 마디마디
끊어내는 것만 같다
아버지로부터
대출을 받자는 밤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에서
묵은 술 냄새가 번져 나왔다
나는
다음날 조용히 짐을 꾸려
반지하 호실로 내려갔다
창(窓)은 언제나 그랬듯
나를 외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