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by 글그림



밤이 오래도록 서성이는 길에는

말갛게 씻어둔 그릇이 비어 있기도 하고

무심히 밟힌 꽃잎이 젖어 있기도 하네


가까스로 닫은 문틈으로

당신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는 길


오직 빗소리만 남아

자박자박 걷고 있는 길


가끔은 혼자서 비추는 달빛을

밟고 다녀간 것만 같은 발자국


이토록 낯선 밤을

마른 입술로 깨물며


당신을 생각하는 일을

멈추지 못하는 길


다 잊어버린 당신의 목소리가

어디로도 가지 못한 채

오래도록 서성이다


다시 나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길

월, 수,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