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오래도록 서성이는 길에는
말갛게 씻어둔 그릇이 비어 있기도 하고
무심히 밟힌 꽃잎이 젖어 있기도 하네
가까스로 닫은 문틈으로
당신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는 길
오직 빗소리만 남아
자박자박 걷고 있는 길
가끔은 혼자서 비추는 달빛을
밟고 다녀간 것만 같은 발자국
이토록 낯선 밤을
마른 입술로 깨물며
당신을 생각하는 일을
멈추지 못하는 길
다 잊어버린 당신의 목소리가
어디로도 가지 못한 채
오래도록 서성이다
다시 나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