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아픔을 점심 삼아 먹었습니다

by 글그림



축축한 탯줄처럼 이어진 반지하 방은

세상의 무게에 짓눌려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것은

발목 아래 흙먼지 섞인 그림자


장마가 길어지는 날이면

습한 공기가 잠식했고

벽지의 맥을 따라 눅눅한 검은 꽃을

연달아 피워냈다


햇빛마저 무거운 짐처럼 느껴지는 곳

눅진한 물기가 창턱을 핥고 간 자리는

물때가 녹슨 닻처럼 가라앉았다


하늘 끝에 위태로운 옥탑방

날카로운 바람은 금 간 상처를 할퀴었고

여름은 끓는 솥처럼 익어갔고

겨울은 서리 낀 빈 냉동고 같았다


냉기는 벽을 뚫고 들어와

잠든 몸을 주검처럼 만들었고

밤이 되면 별들이 가까웠지만

세상으로부터 떨어진

외로운 공간이었다


지하의 눈은 무너질 듯한 천장을 향하고

내려앉을 듯한 중력

벗어나지 못하는 고독에 입을 다문다


옥상의 눈은 잘려나간 단면을 내려보았다

세상의 불빛 잡을 수 없는 꿈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보이지 않는 줄에 매달린 듯

반지하와 옥탑방의 사람들은

서로의 삶을 짐작할 수 없는 거리에 있었다


각자의 공간 속에서

서로를 모른 채 하루를 견뎌내며

세상은 다른 얼굴로 다가왔다


반지하는 축축하고 무거운 압력으로

옥탑방은 건조하고 매서운 고통으로


습기와 마름, 차가움과 뜨거움을

삶의 귀퉁이에서

웅크린 채 온몸으로 받아낸다

월, 수,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