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꽃물을 들이면
한동안 사라지지 않을 거라 했지만
새로운 손톱이 자라면서
그해 여름도 함께 밀려 나갔다
손끝을 바라보며
사라지는 것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궁금했다
끝이 자란다는 것은
지워지는 일일까?
말할 수 없는 말들이 꽃이 되고
입술에 맺혔다가
바람이 불면 떨어졌다
손끝에서 물들던 꽃잎들은
사실 어디에도 닿지 못한 채
겨울을 지나고 있었을 뿐이다
잎이 잘려나간 자리마다
손톱은 다시 자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