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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hlog Dec 19. 2021

날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날 더 강하게 해 줄 뿐.

#1 운석커피 로스터스 인터뷰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날 더 강하게 해 줄 뿐이다.

"당신의 첫 단골 카페는 어디인가요?"

봉천동에 위치한 3평 남짓, 작은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

1년 전 이 맘 때쯤 처음 알게 되었다. 다양한 카페의 스페셜티 커피를 마시러 다니기 시작할 때였는데, 집 근처에서 만족할 만한 카페를 찾지 못하던 중 만났다. 물론 커피도 좋지만 사장님이 정말 흥미로웠다. 나와는 반대되는 성격, 책이나 철학 이야기를 술술 풀어냈고고 자기 주관이 뚜렷해 보였다. 자주 방문면서 다양한 스페셜티 커피를 경험할 수 있었고 궁금한 것도 많이 물어봤다. 대화하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기 일수다. 이제는 매주 1번은 꼭 방문하는 첫 단골 카페 운석커피로스터스. 같이 커피 한 잔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Interviewee @unseokcoffeeroasters


Josh(이하 J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항상 손님과 사장님으로 만났지만 인터뷰하러 오는 건 처음이네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황진혁(이하 H ): 관악구에서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 운석커피 로스터스를 운영하고 있는 황진혁입니다. 커피를 재밌게 하고 있고, 앞으로도 재밌게 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운석커피로스터스 황진혁 대표


J: 카페를 창업하게 된 계기와 스페셜티 커피를 하기로 한 이유가 궁금해요.

H: 제가 굉장히 바쁜 매장에서 일을 했어요. 에스프레소가 하루에 300잔 넘게 나가는 매장이었죠. 하지만 제 시급은 최저 시급보다 조금 높은 정도였어요. '내가 나가서 돈을 벌면 더 잘 벌 수 있겠다' 해서 창업을 했어요. 제 노력의 대가를 좀 더 정당하게, 노력한 만큼 더 벌고 싶었어요.


스페셜티 커피를 처음 접한 건 예술의 전당 테라로사였어요. 제가 일하던 곳에서 접했던 커피는 아주 강하게 로스팅된 이탈리아 스타일 커피였어요. 그런 커피를 마시다 점장 형이 테라로사에서 다양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해서 갔죠. 그때 마신 커피는 브라질 엔리케였어요. 호두랑 땅콩 컵노트가 적혀 있는데 향이 진짜 똑같이 나는 거예요. 이게 뭐야? 하고 충격 먹었죠. 그게 스페셜티 커피래요. 산지의 맛이 잘 나타나는 너무 강하게 볶지 않은 커피. 그때부터 매력에 빠진 것 같아요. 솔직히 발로 내려도 맛있겠구나 생각했어요.


제가 내리는 커피는 어떻게 내려도 탄맛이 나고 잘 내리려고 해도 안 되는 거예요. 지금은 그것도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서 좋게 생각하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 어려웠어요. 손님들한테 맛있는 커피를 소개를 해야 하는데, 잘 내리려고 책을 찾아보고 적용해 봐도 맛이 안 나오는 거예요. 지금 와서 보면 당연하죠. 너무 강하게 로스팅해서 맛의 범위가 한정적이었죠. 그래서 스페셜티 커피를 더 배우고 싶고, 잘 내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J: 프랜차이즈 카페의 직원으로 있을 때와 나와 자기 브랜드를 운영하실 때 확실히 다를 것 같아요.

H: 사람들이 프랜차이즈 카페에 들어설 때는 브랜드 다음에 직원이나 구성 요소들을 봐요. 하지만 개인 카페, 더군다나 저희는 조금 매니악하죠. 개인 카페는 그런 인식 없이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느낌이에요. 손님 입장에서도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중간 허들이 없어요. 불친절하면 불친절 한대로 다 드러난다고 보고요. 친절한 것도 직관적으로 드러나고요.


좋게 말하면 손님과의 벽이 없다. 나쁘게 말하면 손님과의 쿠션도 없다. 예를 들어 브랜드에서 무슨 실수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저 사람의 인간성이나 개인적인 걸 보기 전에 브랜드에 대한 걸 먼저 인식을 해요. 그래서 어떤 후처리를 하기 쉬워요. 그런데 개인 카페 같은 경우에는 그게 없잖아요. 쿠션 없이 바로 사장 혹은 직원이란 말이죠.


J: 실수를 해도 브랜드 이미지가 약간 완충해 줄 수 있겠군요.

H: 그렇죠. 이건 굳이 실수뿐만 아니라 맛적인 부분, 공간적인 부분도 그래요. 그래서 브랜드 파워라는 말이 있는 것이고, 브랜드가 작용하냐 작용하지 않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개인 카페는 브랜드로써 작용하기가 어렵죠.


J: 사장님이 추구하시는 커피 스타일이나 좋아하시는 커피는요?

H: 제가 추구하는 커피 스타일은 맛적인 부분과 맛 외적인 부분이 있어요. 맛 외적인 부분, 가치적인 부분이 크다고 보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커피예요. 이걸 왜 맛적인 부분에 넣지 않냐면, 제 말이 지금 굉장히 추상적이거든요. 대부분이라는 단어, 부담 없이라는 말도 추상적이에요. 그래서 저는 가치적인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맛적인 부분에서는 산미가 너무 튀는 커피, 극단적으로 라이트한 커피나 극단적으로 다크한 커피들보다는 미디엄 다크나 미디엄을 선호를 하는 편이고요. 나라를 생각하면 인도, 중남미 커피를 좋아해요. 그리고 늘 변하지만 변함을 수용할 수 있는 커피인 것 같아요. 바리스타들이 항상 "추출 변수를 억제해서 일관되게 나가야 된다"라고 해요. 그런데 저는 '자연이 주는 건데 애초에 억제할 수 있나?' 생각해요. 최대한 품질 유지하는 건 맞지만 저에게 일관성은 그런 변화들을 캐치해서 먹을 때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커피로 만드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그런 거죠. 어떤 년도는 작황이 안 좋을 수 있고, 어떤 날은 습해서 평소 추출하던 거랑 달라 질 수있어요. 거기에 맞게 변화를 하는 거죠. 아까 말씀드렸던 맛적인 부분에서는 극단적인 신맛이나 쓴맛이 나지 않게 중간 부분을 노리되, 먹을 만하게 나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먹을 만한 커피는 어떻게 보면 심심한 커피잖아요. 무언가 감동을 주는 느낌은 아니라고 보거든요. 그런데 소소한 일상 속에서 스며들던 것이 문득 캐치될 때 굉장히 큰 감동을 줄 수 있어요. 그런 먹을 만하다의 가치를 높게 봐요.


변화를 수용하고, 손님들에게 극단적인 신맛 혹은 쓴맛을 주지 않는 정도로 설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중배전의 커피를 사용하면 그 범위 안에서 조금 쓸 수 있고 조금 실 수도 있는데 아주 극단적으로 가지 않는다는 얘기죠. 그에 맞게 오늘 좀 시네, 이 신걸 손님들이 어떻게 기분 좋게 드실 수 있을까 생각해서 조정하는 게 저의 일관성인 것 같아요. 직원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웃음)



J: 손님들은 사장님이 추구하는 커피를 좋아하시나요?

H: 제가 좋아하는 커피는 의외로 매니악하게 좋아하시는 분들은 별로 안 좋아합니다. 오히려 처음 스페셜티 커피를 접하시는 분들이 좋아해요. 저는 워시드 커피를 선호하는데, 제 경험상 스페셜티 커피를 많이 드시는 분들은 바리스타가 아니라면 내추럴 커피를 선호해요.


J: 저도 아직까지 내추럴 커피가 좋아요.

H: 워시드 커피는 너무 은은하고 깔끔하기만 하다. 이런 평이 있는데 한편으로는 스페셜티 커피에 처음 입문하시려는 분들에게 좋은 것 같아요. 내추럴 커피는 신기해서 충격을 받으시는 분이 있고요. 혹은 너무 과해서 입에도 안 대는 분이 계시거든요. 손님들이 제가 좋아하는 커피를 마냥 따라가지는 않는 것 같아요.


J: 오히려 워시드 커피는 처음에 약간 어려울 수 있지 않을까요? 아무 맛도 못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H: 그래서 저는 바리스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 커피에는 제3의 물결까지 있다고 얘기해요. 제1의 물결은 인스턴트커피, 제2의 물결은 스타벅스, 에스프레소 베이스 커피 그리고 제3의 물결은 블루보틀, 스텀프 타운, 인텔리젠시아 같은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 "스페셜티가 다른 게 뭐냐?" 얘기할 때 항상 산지의 맛, 투명성을 강조한단 말이죠. 이에 대한 설명이 없으면 저는 그게 왜 스페셜티 커피인지 모르겠어요. 그걸 설명해 주는 게 제3의 물결이 가지고 온 하나의 변화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상당히 공격적인 얘기이기는 한데 그 어려움을 해결해 주지 못하면 "스페셜티 커피를 팔 수 있을까?" 생각해요. 저는 손님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어요. 자극적인 걸 추천하는 것보다 은은한 걸 추천을 하고 설명을 잘해드리면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이거 레몬 향이 나요." 얘기를 해드리면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여기까지는 가거든요. 그래서 좀 더 안전하지 않나 생각해요.


여담인데 저는 위스키를 좋아해요. 처음 위스키를 추천해준 친구가 아일레이라는 굉장히 우디하고 피트한 향이 강한 위스키를 추천해 줬거든요. 저는 처음 맛보고 3개월 동안 위스키를 입에도 안 댔어요. 지금은 굉장히 맛있지만, 그 당시는 강한 향이 거북하게 느껴졌거든요. 스페셜티 커피도 처음 접하는 손님에게 과한 무산소 발효 커피나 혹은 내추럴 커피가 그런 뉘앙스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서 저는 워시드 커피를 많이 소개해드려요. 제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커피라 더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 것 같아요.


J: 자리가 많지 않은데도 단골손님이 많은 것 같아요.

H: 앞에 말씀드린 개인 카페의 장점, 중간에 벽이 없어요. 그 사이에서 손님과 저와의 시간이 쌓이면 서사, 스토리가 생긴다고 봐요. 인간은 같은 스토리를 공유할 때 같은 문화권으로 묶이고 서로 공감하고 어떤 관계가 형성이 되잖아요. 커플 이셨던 분들이 청첩장을 주시러 오시는 경우도 있고, 만났다가 헤어지시는 분도 계시고 또 새롭게 분들도 계시고, 이런 것들이 공유되면서 여기 만에 히스토리가 쌓이는 거죠. 서사가 역사로 만들어지거든요. 그러면 이 공간이 굉장히 특별해진다고 봐요. 단골손님들이 올 때마다 이야기를 같이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되어서 감사하죠.


이 부분은 섭섭하게 느낄 수도 있는데, 사실 저는 단골손님이라는 말을 믿지 않아요. 제 인스타 글을 보시면 아시듯이 저는 항상 그 순간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손님이 여기 들어오는 것도 한 번, 나간 것도 한 번. 만약 어제 같은 분이 오셨어도 다른 기분, 다른 옷이었을 것이고 나갈 때도 다른 기분, 다른 어떤 상태일 거예요. 사람은 매 순간 변화하기 때문에 그 시간에 그 사람은 한 번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단골이라는 개념보다는 매 순간에 좀 더 집중하는 것 같아요. 그 순간순간을 쌓아나가는 느낌이 좋고, 좋은 느낌을 들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한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J: 새로운 접근이네요.

H: 저는 좀 특이하게 생각해요.(웃음)


J: 어떤 손님께서 논문에 감사하다고 언급해주셨잖아요.

H: 정말 감사하죠. 저도 놀랐어요. 그 논문을 하나도 이해 못 하겠는데 천체의 중력파, 자기장 이런 내용이었어요. 저는 브랜드가 절대 억지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약간 도발적인 표현인데 브랜드는 고객과의 관계에서 서서히 역사가 만들어지는 것이지, 무언가를 미리 설계해 놓고 고객들이 옮으로써 브랜드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게 만들어진 브랜드가 오래가는 걸 보지 못했어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들이 쌓이면서 저만의 브랜드가 생겨날 거라고 믿어요. 정말 감사하죠. 자주 와주시는 분들이 없다면 절대 생성이 안 되거든요. 모든 문화는 서사가 있어야 발전을 하잖아요. 브랜드를 문화라고 한다면 손님과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있어야 브랜드가 만들어진다고 생각을 해요.


J: 저도 그 서사에 참여하고 있네요.

H: 네 저도 그렇고요. 서사라는 단어가 어려워서 그렇지 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냥 이야기?


J: 돌아보니 운석 커피 온 지 1년이 됐더라고요. 작년 12월 둘째 주, 딱 이때쯤 처음 왔어요. 처음으로 단골이 된 카페이기도 하고 첫 인터뷰도 여기서 하게 되어서 저한테 스토리가 많은 공간입니다.

H: 감사합니다.


운석커피에서 처음 마신 커피, 파나마 게이샤로 기억한다.


J: 원두 구독 서비스도 진행하고 계시잖아요. 구독 서비스로 어떤 고객 경험을 주고 싶은 신가요?

H: 지금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네 사실 어려워요. 아시다시피 제가 다른 걸 준비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이디어는 많은데 조금씩 자제하고 있고요. 지금 하는 걸 최대한 열심히 하고 있어요. 구독 서비스를 하는 이유는 고객분들의 커피 경험을 더 확대하고 싶어서에요. 소믈리에가 와인을 추천해주면 납득을 해요. 내 입맛에 맞지 않아도 이게 산지의 맛이구나 하거든요.


그런데 커피는 입맛에 안 맞으면은 납득을 못해요. 커피가 내 입맛에 안 맞아도 받아들일 수 있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러면 정보가 생기잖아요. 이 농장은 이런 맛이구나, 나랑 안 맞아도 정보가 쌓이고, 배워가고 누군가에게 추천을 해 줄 수도 있고요. 스페셜티 커피 농장은 굉장히 다양하지만 막상 유명한 농장은 몇 개 없어요. 그 말은 내가 그 농장과 스타일을 알게 되면 와인을 추천해 주듯이 추천해 줄 수 있다고 보거든요. 제가 가르치려는 의미가 아니라 손님들이 배워가면서 보다 높은 커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힘을 가졌으면 하는 거죠. 그래야 커피 씬(Scene)도 더 발전할 거라고 믿고 운석 커피도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을 거라 믿어요.

그리고 항상 차별점을 두고 있어요. 저는 정기배송과 구독 서비스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만약 둘이 같다면 구독이라는 단어가 존재할 필요가 없다 생각하거든요. 단어의 구별이 있다는 것은 차이가 있는 거예요. 인식의 차이에서 그게 뭘까 항상 고민하고 차이를 계속 만들어내려고 노력합니다. 그게 끝나는 순간 아마 구독 서비스도 끝이 아닐까 생각해요.


J: 저는 정기 배송과 구독 서비스를 똑같은 개념으로 생각했어요. 다르군요.

H: 똑같다고 생각하면 똑같다고 봐요. 그런데 언어적인 측면에서 똑같다면 굳이 구독이라는 단어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 생각해 본 거예요. 구독이라는 단어는 개인에게 맞춰지는 개별성이 들어간다고 봐요. 저희는 주차별로 나가는 커피가 정해져 있단 말이죠. 그 커피가 맞을 수도 있고 안 맞을 수도 있어요. 그걸 메꾸기 위해서 레시피를 다양하게 공유한다던가 다른 무언가를 준비를 하는 거예요. '내가 커피를 구독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여기에 조금 더 집중해서 계속 발전시켜 나가고 싶어요. 그냥 단순히 원두 배송을 하고 레시피 영상만 찍는 것은 개별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봐요. 개인 케어를 받고 있다는 걸 심어주기 위해 계속 고민해요. 그래서 준비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것도 그런 느낌이 들게끔 하려는 것이고요.


J: 차별성을 생산해내고 더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거네요. 앞으로의 먹거리는 구독 서비스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H: 누군가에게는 먹거리가 될 수도 있어요. 안 하던 거니까요. 저에게 일 가르쳐준 점장 형이랑 그런 얘기를 했어요. 커피에서 어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게 꼭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는 것을 최대한 변형시켜 다른 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스페셜티 커피 쉽게 마실수 있어요. 남들이 다 알고 많이 퍼진 시점에서 다음으로 뭘 할 거냐는 각자의 선택인데 저는 구독 서비스로 제가 주고 싶은 느낌, 가치가 있어서 하려는 거죠.


J: 상대성이론, 반 다이크 브라운, 개츠비 블렌드 최근에 나온 노벰버 레인까지 메뉴 이름이 흥미롭습니다.  

H: 개인적인 욕심이에요. 작으니까 제 마음대로 해도 되잖아요. 뭔가 창조를 하고 싶을 때 노래라든가 책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요. 정말 쉽게 설명드리면 저라는 로스터는 커피가 물감이에요. 저만의 그림, 좋아하는 색깔을 커피로 표현해 보는 거죠. 그런데 저는 네임드 예술가가 아니어서 저만의 세계를 표현하면 공감을 사지 못해요. 하지만 건즈의 노벰버 레인을 아시는 분들은 이래서 노벰버 레인이구나, 과학 하시는 분들 많으니까 이래서 상대성 이론이구나 공감하시죠.


반 다이크 브라운이라는 색은 채도는 높은데 톤은 묵직해요. 반 다이크 브라운 커피는 중배전 커피인데 색은 다크하지 않아요. 근데 맛은 다크 로스트 같은 느낌이에요. 디자인이나 미술 하시는 분들은 이래서 반 다이크구나 공감을 하고 거기서 우리만의 티키타카가 나오는 거죠. 그분 머릿속에는 운석 커피의 반 다이크 브라운이라는 게 새롭게 생기지 않을까요?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생기고 나중에 브랜드로 이어질 거라고 믿어요.


November Rain


J: 저는 자주 마시지는 않지만 알코올이 들어간 메뉴도 꾸준히 개발하시는 것 같아요.  

H: 이탈리아에 가본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커피 바에서 다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제가 좋아해서요. 이것저것 해보는데 술이 단가도 세지 않습니까? 굳이 안 할 이유가 있나 해서요. 특별한 이유는 없고요. 그냥 좋아하고 재밌어요.


J:  생각보다 커피 칵테일하는 카페를 찾기 어려워요.

H: 그렇죠. 하지만 3~4개월 뒤에 많아질 것 같아요. 커피 가격이 폭등하고 있고 단가는 뽑아야 하는데 술이 괜찮으니까요. 바에서 커피 하기 쉽거든요. 그런데 카페에서 술을 하기 어려워요. 커피 아로마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와인까지는 좋아하시는데, 40도 넘는 스피릿은 별로 안 좋아하세요. 위스키는 알코올에 적응해야 하고 노트를 느끼는 방법도 다르니까요. 와인은 스월링 하지 않습니까? 슬러핑도 하고요. 위스키는 슬러핑하면 식도가 탈 거예요. 향후에는 좀 더 많아지겠죠?


J: 운석 커피에서는 오래되거나 잘 듣지 못하는 장르의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아요.

H: 노래 선택은 사실 특별한 기준이 없어요. 한 때 매장에 스티커를 붙이고 싶어서 락 음악을 들었어요. 스티커는 또 락 스타가 많지 않습니까? 들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락이랑 다르네, 락에도 굉장히 여러 가지 장르가 있구나 커피랑 비슷하네 생각했어요. 또 다양한 장르를 들으면서 좋은 가사나 음악을 알게 되면 같이 공유하고 싶어서 틀어요. 작으니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몸집이 작으면은 게릴라에 용이하거든요. 조금 더 커지면 균일성을 갖춰야 된다고 봐요.


J:  요즘 카페들은 인테리어, 조명, 오브제, 배경음악 등등 통일성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아요.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노래도 운석 커피의 매력이라 생각해요.

H: 개인이 아무리 표준화를 잘해도 똑같은 것에는 매력을 못 느끼잖아요. 신선함에 매력을 느끼죠. 음악의 장르는 정해야겠지만 저는 날마다, 분위기마다 바꿀 것 같아요. 지금은 약간 두서없이 트는 감이 있긴 해요. 비 오는 날은 이렇게 저렇게 틀어보고 하면서 어느 정도는 표준화하되 그 안에서 유동적으로 할 것 같아요. 너무 짜 맞춰진 건 매력이 없다고 봐요.


J: 스페셜티 커피를 하시는 입장에서 다른 카페에 가시면 어떤 점이 눈에 들어오나요? 

H: 먼저 여기가 저에게 뭘 말하려는 지를 봐요. 일하는 사람과 가게의 느낌이 잘 일치할 때 굉장히 좋은 분위기 나와요. 아무리 좋은 스피커를 갖다 놓고, 좋은 인테리어를 해놔도 따로 노는 카페가 있어요. 그러면 매력을 못 느낍니다. 두 번째는 친절도를 봐요. 첫인상이 중요하지만 저는 마지막 인상이 더 중요합니다. 처음에 매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사장님과 직원의 친절, 서비스가 좋아서 나갈 때 웃으면 그 카페는 다시 가거든요. 예를 들면 '뜨거우니까 조심해서 드세요' 같은 사소한 멘트에서 큰 친절을 느껴요. 손님 입장을 잘 이해해주는 그런 카페를 좋아해요.   


J: 새로운 가게를 준비하고 계신데 공간의 콘셉트나 느낌 어떨지 기대가 됩니다.

H: 사실 지금도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구현하고 싶은 콘셉트이나 느낌보다는 제가 놓쳤던 부분을 다시 바로잡고 싶어요.


J: 어떤 부분을 놓치셨나요?

H: 저는 최근에 그렇게 친절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내가 만든 공간은 결국 일하는 사람과 고객이 만든다를 까먹고 있었어요. 이 공간은 내가 운영하는 곳이지, 메뉴도 내가 만들고 내가 하고 싶은 커피가 좋은 커피지 하면서 어느 순간에 고객이라는 요소가 빠져 있었어요. 콘셉트에 선행해서 가치나 철학을 먼저 잡아가고 있어요.


J: 자기만의 브랜드를 하시면서 시도해보고 싶으신 것이 있는지 궁금해요.

H: 일단 구독 서비스를 좀 더 체계화하고, 두 번째는 누가 들으면 좀 웃긴 얘기일 수 있는데 손님이 집에서 남는 원두를 가지고 오시면 내려드리는 거죠. 저는 해볼 만하다고 봐요. 이걸 내가 시도도 안 해보고 별로일 거야는 싫어서 해보려고 해요. 했다가 때려치울 수도 있어요. 이거 별로네 하면 또 다른 게 나오겠죠. 왜 별로인지도 알 수 있겠고요. 지금 뭔가 막 떠오르지 않지만 해볼 거는 생각보다 많을 것 같아요.  


J: 사장님 인스타에서 '특별한 커피가 있는 ' 물론 좋지만 '영감을 주는 ' 되고 싶다고 하셨. 운석 커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H:  저한테 커피는 매개체거든요. 제가 전달하고 싶은 가치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수단이 커피여서 커피를 하는 것뿐이에요. 제가 그림을 잘 그렸다면 그림으로 표현했을 거예요. 커피가 좀 더 편해서 선택한 거죠. 예전에는 운동을 했어요. 운동이 편했으니까요.


제가 추구하는 가치는 상황이 정말 절망적이고 내 뜻대로 안 될지라도 하루하루 살아가고 견뎌냈을 때 그 속에서 좋은 경험을 얻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거예요. 살면서 힘든 것은 당연하다시피 많죠. 거기서 저항해냈을 때 또 다른 가치가, 오히려 생명력이 나온다 생각해요. 거지 같지만 나는 살아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할 뿐이다. 포기하지 않는 정신. 코로나 같은 힘듦이 와도 나는 패배하지 않는다. 계속 살아간다. 표현 수단이 커피일 뿐이에요.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면 인생이 피곤해진다잖아요.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약올리면서 보여주고 싶은 사람도 있어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면 정말 좋다. 재밌게 살자. 양 극단에 있는 걸 동시에 전달하고 싶은 거죠. 인생은 절망적이기 때문에 이 힘듦이 해결될 것 같지 않고, "코로나인데 창업하면 괜찮냐?" 주변에서도 다들 얘기했죠. 저는 애초에 코로나가 해결될 거라고 믿지 않구요. 지나가면 또 다른 게 온다고 생각해요. 또다시 돌이 굴러오기 때문에 돌을 굴리는 행위가 재밌고 그 자체를 받아들인 거예요. 내 일에 어떤 압박이 와도 견뎌내며 살아가면 그 속에서 좀 더 단단해진다 느낄 수 있게 하는 거죠.


지금 이렇게 횡설수설한 이유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워서에요. 하지만 이렇게 얘기하게 되면 어느 정도 윤곽은 잡히잖아요. 시간이 필요하고 다듬어가는 가는 중입니다. 그때 인스타에 올렸던 영감은 카뮈가 얘기한 부조리에 저항하는 현실이에요. 현실은 부조리하다. 어떻게 살 건가? 그냥 자살할 건가? 자살하면 안 되죠. 돌에 깔려 죽을 수는 없잖아요. 부조리한 걸 부정할 수도 없죠. 그냥 돌을 굴리는 거예요. 굴리다 보면은 다리에 근육이 붙고 다음 돌을 굴릴 때는 꽤 쉬운 것 같아요. 이 정도 고통은 감내할 만하다. 더 큰 돌이 굴러오고 이겨냈을 때 내 근육은 더 단단해지겠구나 생각하는 거죠. 뒤를 돌아보면 꽤 먼 길로 온 것 같아요. 꽤 많은 사람들이 여기를 거쳐갔고 많은 이야기가 생성이 됐고, 그것만으로도 걸어온 길들이 제가 잘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는 요소가 되는 것 같아요.


J: 부조리한 현실을 저항해 나갈 때 그 안에서 또 다른 가치와 생명력을 찾을 수 있군요.

H: 그런  전달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J: 아까 잠깐 얘기가 나왔었죠. 생두 값도 오르고 제3의 물결도 거의 끝났다고 보시는데 커피 시장이 어떻게 변해간다고 생각하시나요?

H: 저는 원자재 폭등, 인플레이션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봅니다. 원가 상승은 제조업에 있어서는 굉장히 치명적이에요. 힘들지만 저희는 실제로 납품 가격을 올렸습니다. 한편으로는 커피 산업의 굉장한 발전 기회라고 봐요. 스티브 잡스가 "죽음은 인류가 느낄 수 있는 혹은 발명한 최고의 발명"이라고 얘기하지 않습니까? 무언가가 생기기 위해서는 파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기존의 틀이 부서져야 새로운 게 나오듯이 한번 쇼크가 와야 당연하게 '커피는 싸다'는 생각도 바뀔 거예요.


전기도 그렇잖아요. 전기가 싸다고 하는데 지금은 가격이 올랐죠. 전기 자동차가 상용화됐을 때 전기값이 지금이랑 똑같을까요? 전 아니라고 봐요. 그때 사람들은 전기를 비싸다고 인식할 거예요. 그러면 전기에 투자도 많이 할 거고, 전기에 높은 부가가치를 부여하겠죠. 커피는 지금까지 너무 싸게 유통되었어요. '스페셜티 커피를 설명하는데 많이 노력한 건 알겠는데 왜 이렇게 비싸?' 저는 이런 것들이 없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이런 쇼크는 나쁘지 않다. 실력 없는 곳과 저가 커피가 많이 망할 거예요. 남의 인생을 함부로 얘기한 것일 수도 있는데 저한테도 해당되거든요. 저 조차도 망한다면 실력이 없는 거니까 거기 까진 거겠죠.


호주 친구한테 들었는데 샤사 세스틱이라는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의 에스프레소가 2만원이라고 해요. 그 한 잔을 먹기 위해서 줄을 선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커피 산업이 급격하게 발달했고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도 나온 국가인데 우리나라에서 그게 될 거냐는 얘기죠. 냉정하게 얘기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싸다고 생각할걸요. 커피는 싼 음료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깨지는 게, 고 부가가치로 가는 길이라고 봐요.


그리고 월드 챔피언 같은 훌륭한 분들이 아무리 많이 나온다고 해도 "나 바리스타나 할까?"라는 사람들이 쉽게 넘어오면 바리스타라는 직업의 절대적인 퀄리티는 절대로 높아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1%가 아무리 퀄리티를 올려놔도 99% 혹은 50% 이상이 낮은 퀄리티를 유지하면 그 직업에 대한 전문성은 떨어진다고 보거든요. 자원이 희소성을 가질수록 고 부가가치를 가지는 것처럼 직업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J: 평소 철학과 독서 이야기를 흥미롭게 해주셔서 저는 올해 꽤 많은 책을 읽었어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평소에 책을 굉장히 많이 읽으시는 것 같아요.

H: 평소에 책을 꾸준히 읽지는 않고요. 뭔가 꽂히면 관련된 책을 다 읽는 타입이에요. 제가 최근에 꽂혀 있는 책들은 매장 이전 준비로 스타트업이나 혹은 커피가 아니더라도 기존에 성공했던 업체들의 역경을 담은 책들이에요. 예를 들면 일본에 사자 커피, 치타야 서점, GE, 나이키, 맥도널드 창업 스토리요. 싹 다 긁어모아서 훑어봤을 때 눈에 읽히기 쉬우면 2-3시간이면 읽으니까 하루에 2-3번은 읽는 것 같아요. 언제는 커피 머신이 알고 싶어서 시중에 나온 커피 머신 관련된 책을 다 읽었어요. 교보문고 얼마나 좋습니까? 이해가 되건 안 되건 그냥 닥치는 대로 읽는 것 같아요. 여러 책을 읽으면서 세계관이 머릿속에 들어와 내용들이 연결되는 것 같아요.


또 책을 읽어서 좋은 점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재밌게 소통할 수 있거든요. 건축에 대한 책을 읽으면 건축하는 분과, 미술에 대한 책을 읽으면 미술 하는 분과 소통할 수 있죠. 그 사람의 세계관을 알면은 제 커피를 소개하기 쉽죠. 예를 들어 미술하는 분께 "이 커피는 약간 바스키아 같아요, 기존에 있던 틀을 깨고 나온 커피거든요." 설명하면 그분은 그 커피를 좀 더 이해하기 쉽겠죠.


J: 기억에도 더 많이 남을 것 같아요.  

H: 그 사람의 언어로 표현을 해주면 좋아요. 무턱대고 이 커피는 "재스민 같은 향이에요." 보단 좋은 것 같아요.


J:  철학책은 어떻게 읽기 시작하신 건지도 궁금해요.

H: 저는 굉장히 히키코모리 같은 사람이었어요. 은둔형 외톨이. 제가 카페에 지원하고 점장 형이 저를 뽑았죠.그런데 뽑아놓으니까 애가 너무 폐쇄적인 거예요. 자기 생각만 많이 하고 완전 이기주의. 그래서 그 형이랑 자주 대화하면서 책을 많이 추천을 받았어요. 심리 책도 읽게 되고 철학 책도 그 형을 통해서 많이 접했죠. 지금은 그 형이 좋아하는 철학자와 제가 좋아하는 철학자가 달라요. 철학에 빠지게 된 건 철학이 저를 위로해줬어요. 인생의 어떤 대미지도 있고 멘털이 부서질 때 철학자의 책을 읽으면 그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을 받아요. 네가 잘못된 게 아니야, 세상이 잘못된 것도 아니야, 애초에 너는 바꿀 수 없는 걸 바꾸려고 한 거야. 그걸 살아가고 거기서 생명력을 느낀 게 삶이야 하고 위로를 받는 거죠. 거지 같고 힘든데, 인식이 바뀌면서 난 이걸 버텨냈구나, 나는 꽤 강한 사람이구나. 사실 나 좀 강할지도? 생각해요.


그리고 왜라는 질문이 아주 무섭습니다. 사람들이 잘 안 하거든요. 그 왜라는 질문을 하게 해줘서 철학에 빠진 것 같아요. 세상을 철학을 통해 바라보게 됐을 때 힘듦을 견딜 수 있는 저항력을 키워주고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수용력을 길러준다고 생각해요. 철학에 너무 빠지게 되면 다른 사람에 대한 폐쇄성을 가지게 돼요. 그래서 적당 수준에 빠지면서 읽는 걸 권장하는 편이에요. 철학 책을 읽으면 좋은 점이 세상을 이해하는 관점이 달라져요. 이런 사람도, 저런 사람도 있구나, 내가 꼭 맞는 게 아니구나, 맞다는 게 뭘까?라는 고민도 해볼 수도 있고요. 어떻게 살아야겠다가 서면 엇나갈 때 어떻게 해야 할지도 나오거든요.


J: 운석 커피 오면 뭔가가 항상 바뀌어 있어요. 메뉴판, 스티커 디자인과 바 구조도 많이 바뀌었잖아요. 그래서 저는 사장님 뭔가 새로운 변화에 있어서 주저함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까 말씀하신 건 또 아니라고 하셨죠.

H:  우유부단한 편이라서 하나가 걸리면 불안해서 바꿔요. 그래도 장점은 우유부단함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는 것? 두 번째는 진보라는 단어가 주는 좋은 가치를 믿어요. 정치적인 진보말고요.(웃음) 진보는 항상 작은 곳에서 일어나요. 지킬 게 많아지면 진보적으로 행동하기 어렵거든요. 즉 진취성은 잃을 게 없을 때 좀 더 가능한 거죠. 내 공간은 작고 지금 크게 가진 게 없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부담스럽지 않게 바꾸는 것 같아요. 바꿔보고 손님들 반응이 좀 별로면 또 바꿔요.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저 역시 실수는 하는데, 아니다 싶으면 바꿀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여러가지 시도해 보고 바꾸는 게 좋은 것 같아요.



J: 보통은 두려워서 잘 안 하거든요. 저도 약간 그런 편이긴 한데, 많은 용기를 내고있는 요즘입니다.

H: 사람들이 오히려 생각을 잘 못하는 부분인데요. 책임질 게 없으면 정말 하기 쉬워요.(웃음)


J: 요즘 가장 집중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H: 당연히 매장 이전을 준비에 가장 집중하고 있고 관심 있는 분야는 아시다시피 투자입니다.


J: 그렇죠, 투자 얘기 많이 했죠.

H: 투자에 집중하고 있고 다른 건 솔직히 일하기 바빠서 신경 쓸 틈이 없어요. 자영업자의 숙명이기도 한데요. 자영업 하지 마십시오.(웃음) 맨밥이 맛있어서 하고 있는 일인데 맨밥 같은 인생이어서 일만 하고 있습니다.  


J: 일주일에 하루 쉬시잖아요. 재충전의 방법이랑 워라밸은 어떻게 챙기세요?

H: 사실 조금 미친 얘기일 수 있는데 재충전이 필요 없어요. 왜냐하면 일 하면서 괴롭지 않기 때문이에요. 워라밸이라는 단어는 별로 안 좋아해요.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가 한 말이 공감 갔어요. 중요한 건 워킹 앤 라이프 하모니다. 맞다라기 보다는 저한테 적합한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사는 것 같아요. 일과 조화되어 사는 거지 워킹 앤 라이프 밸런스는 현재를 소모하게 만들고 미래까지 불안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유쾌한 기분이 든다면 좋지만 제 주변에는 워라벨을 하면서 행복해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J: 살면서 일이 중요한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에게는 적합한 단어는 아니네요.

H: 저도 일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일 할 때 살아 있음을 느껴요. 그렇다고 워커 홀릭은 아니거든요. 그냥 자연스러운 거예요. 일이 막 미친 듯이 재밌다는 아니고 그냥 이렇게 살아가는 게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그래서 힘들 때도 스스로한테 괜찮아요. 요즘에 문 잘 안 열지 않습니까?(웃음)


J: 준비하는 게 있으니까요. 평소에 안 그러시잖아요.  

H: 손님들에게 뭔가 저항하는 영감을 주고 싶은데 사실 제일 큰 느낌은 그런 거죠. 당신은 열심히 살았고, 살고 있고, 지금 걱정하지 말고 그냥 커피 한 잔 마시고 또 열심히 살자. 어차피 당신이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고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해서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당신은 충분히 노력을 했다. 당신이 노력하기 때문에 망하지는 않는다라는 걸 저한테도 적용하고 손님들한테도 말하고 싶어요.


요즘은 너무 자기 채찍질하기 바쁜 세상이에요. 그렇죠? 자기 채찍질하는 사람들이 엇나가면 남한테도 채찍질하고,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거기에 상처 받는 사람들은 나 진짜 열심히 안 하나? 생각하는데,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편안함을 주는 커피를 하고 싶어요.


J: 그래도 쉬는 날 아무 일정도 없다면요?

H: 전시회 갑니다. 한가람 미술관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이랑 만화책 보고 따릉이 타고 유튜브 보고 일상적으로 똑같이 살아요. 전시회는 공부하기 위해서 간 것도 있어요. 이상하게 커피만 많이 하시는 분들은 폐쇄적으로 바뀌더라고요. 혼자 일하니까 그걸 경계 안 하면 저조차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삶에서 멀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J: 마지막으로 오늘 인터뷰 어떠셨나요? 

H: 굉장히 유익한 시간이 있었어요. 이런 걸 하는 것만으로도 커피 업계의 작은 변화라고 생각해요. 큰 변화는 항상 작은 데서 시작된다고 보거든요. 보통은 잡지에서 하잖아요. 개인이 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는 자체도 신기하고 좋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J: 사장님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고 저한테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처음이라 긴장 많이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편하게 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제 질문보다 더 좋은 답변들을 많이 해주신 것 같아서 잘 마무리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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