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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믈리에 릴리 11시간전

일상의 고단함, 가사 노동

-우리들의 눈치게임

살림은 가사노동이다.

가사에 노동이 붙는다.

신체를 움직여 에너지를 들여야 하는 것이다.


결혼 후에야 살림에 재능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손을 못쓸 정도로 아팠을 때 살림을 대충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살림을 잘하면 가장 마음 편한 건 바로 나라는 불편한 사실을 알고 있다. 


청소 후의 개운함을 알지만, 나에게 있어 청소는 늘 어렵다.

어떤 사람의 손을 거치고 나면 정돈되고 깨끗해지는 것이 마치 마법처럼 보인다.

그래서 직접 청소하기보다는 청소하는 영상을 보며 대리만족을 한다. 


청소에 대한 감각과 재능이 다르다는 건 불공평하다. 

하지만 깔끔한 집을 유지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 그리고 쏟은 에너지가 다르다는 걸 안다.


청소는 꾸준히 해야만 하는 숙제 같은 존재이다.

청소를 해서 표시 나는 것보다 안 해서 표시 나는 것이 훨씬 커서 얄궂다.

그런데 들인 노력에 비해 정리되고 깨끗해 보이는 결과는 미비하다.

청소를 하지 않는 기간이 길거나, 더러운 정도가 심하다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너무 어질러진 공간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게다가 남에게 도움을 받는 것에 한계가 있다. 

결국 내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청소해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의 습관에 맞추어 물건의 자리를 찾아 주어야 한다. 

오늘도 내가 청소를 위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청소는 못하고 좋아하지 않는다면, 가장 싫어하는 건 단연코 설거지다.

손에 물이 닿아 축축해지는 게 싫다. 

그래서 ‘손에 물 안 묻히게 해 줄게’라는 말이 생긴 걸까?

먹을 땐 맛있었지만 냄새나는 쓰레기로 전락한 음식물들을 처리하는 것도 여간 싫은 게 아니다.


한때 관절염과 손목터널증후군으로 고생했었다.

당시에는 남편이 설거지를 도맡아 했다.

하지만 남편도 손을 많이 쓰는 직업이라 손이 점점 아파졌다.

잠자기 전이면 두툼한 손을 손 마사지기에 넣고 잠들기 일쑤였다. 


이사하면 사자고 미루었던 식세기를 이사하자마자 구입했다.  

역시 많은 사람이 추천하는 건 이유가 있구나.

남편은 식기세척기를 산 이후에는 절대 설거지를 하지 않는다.

아마 다시 손대기 시작하면 안 된다고 마음먹은 거겠지. 


식기세척기 사용이 안 되는 그릇과 애벌 설거지가 있어 100% 설거지 탈출은 못했다. 

그래도 내가 한 것보다 더 깨끗하고 뽀드득 한 그릇들을 보면  ‘식세기님’ 소리가 절로 나온다.

두 번인가 에러가 뜨며 멈추었을 때는 정말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래서 기계의 물구멍에 음식물이 끼지 않게 잘 살피며 그릇들을 넣는다.


오늘도 ‘식세기님’에게 감사하며 설거지 100% 탈출의 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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