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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믈리에 릴리 Aug 19. 2024

집의 모습, 삶의 모습

목련나무를 그리워 하며

“아파트에 살고 싶어요.”
상견례 후 시어머니께 드린 한마디였다.
어릴 적부터 단독주택에서 살던 나는 아파트에 사는 게 소원이었다.

우리 집은 겨울에 추웠다.
마당은 일거리가 많았고 가끔 쥐도 나와서 두려웠다.
지금도 단독주택은 일 많고 불편한 공간으로 기억된다.
게다가 세입자들의 크고 작은 문제들도 있었다. 
좋은 기억보단 안 좋은 기억이 더 많이 남아있다. 

결혼한 이후에 주로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파트는 안전하고 편리하다.
하지만 우리 가족만의 공간이라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고급 초콜릿 상자 속 나누어진 초콜릿들처럼
건물의 한 칸씩만 나눠갖고 있는 느낌이다.

예전에 살던 곳은 신도시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였다.
10개 단지가 넘는 계획형 도시 속에서 오히려 주택이 낯설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1학년에 입학해서 집 그리기를 하면 반 아이들이 모두  아파트만 그렸다.
뭔가 마음이 이상했다. 

작년에 이사한 곳도 아파트 단지이다.
하지만 초등학교가 주택가에 있었다.
아파트 단지만 벗어나면 
단독주택, 상가, 빌라 등 다양한 주택의 형태가 공존하고 있다.

아이들은 층수만 다르고 모양은 똑같은 친구 집도 가보고,
집의 골목과 입구부터 다른 친구 집도 알게 되었다.

시장을 지나 학교를 가며 매일 인사를 하는 아주머니도 생기고,
간식 먹는 재미도 갖게 되었다.

어릴 적 나도 시장을 지나 학교에 등교했다 했다.
그래서 아이들 등굣길을 함께할 때면 그때의 추억이 떠오른다.
아빠가 일하던 모습만 기억했는데 이제 봄이 되어 피는 목련 꽃을 볼 때마다
우리 집 마당의 목련나무가 생각난다.

건너편에 공원이 있고, 골목만 돌아서면 시장이 있었다.
학교가 가까워 7살 병설 유치원부터 혼자 걸어 다닐 수 있었다. 
편리함과 추억을 모두 주셨구나.
아이를 키워보니 부모님의 지혜가 새삼 감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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