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베트남 여행 #3
다낭의 마지막 날은 바닐힐에 가보기로 했다.
이유는 워낙 유명해서..?!
아침부터 내리는 빗방울이 불안하긴 했지만 못 본 곳은 가봐야지 생각했다.
다낭에 도착해서 택시를 탈 때마다 기사들은 일정을 묻곤 했다.
아마 다음 이동 때 자신의 택시를 부르라는 뜻을 터이다.
왠지 그것이 못 미더워 대답을 얼버무리곤 했다.
우리를 호이안에 데려다준 기사는 무척 적극적이었다. 카톡까지 알려주며 돌아올 때 연락을 달라했고
호이안에서 돌아올 때 연락하니 자신의 아버지 차를 연결시켜 주었다.
그래서 이번 바니힐도 그 기사와 함께했다.
기사는 바니힐에 가는 길에 어떤 작은 사무실에 들러 미리 표를 사게 했다.
이거 믿고 사도 되는 건가? 따로 돈을 더 받거나 현지인 티켓으로 팔고 이익을 취하는 거 아닌가? 의심부터 들었다. 자신이 아는 사람의 여행사라고 했다. <두 얼굴의 베트남>에서 중국의 꽌시처럼 베트남도 관계가 중요하다는 얘기가 생각났다. 결론적으로 미리 표를 사서 긴 줄을 서지 않고 빠르게 입장할 수 있었다. 날씨가 나빴지만 이미 여행일정이 정해진 단체 관광객이 많았다.
케이블카는 높고 길고 신기했다.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을까?
안갯속의 케이블카는 신기했지만 나중에는 좀 지루하기도 했다.
대책 없는 낙관은 안개와 비로 눈앞이 보이지 않았다. 다낭에서 비가 오면 마사지나 받는 게 낫다는 다낭여행 카페의 글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놀이공원에서 아이들 놀게 할 생각으로 내가 더 기대했건만 놀이동산은커녕 이동도 힘들었다.
피할 수 없는 비에 옷도 젖었지만 손모양 다리는 봐야 하지 않겠나 싶어 여기저기 헤매다가 겨우 다리를 찾아 기념사진을 찍었다. 경주에서 맛나게 먹었던 십원빵이 이곳에서 다시 맛보며 그것을 위안 삼고 돌아왔다.
다음으로 시간이 되면 린응사를 볼 생각이었으나
고생길이 훤해 깔끔하게 포기
공항 근처로 이동해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갔다.
고기를 먹고 싶다기에 저렴한 곳을 찾아갔는데, 로컬이라 예상했지만 가게는 문도 없어 젖은 몸이 더욱 으슬으슬했다.
한국에서 배워온 고기 음식 같은데
왜 굳기 팽이버섯을 저렇게 힘겹게 말아서 주는 것인지... 우리는 다시 그걸 벗겨서 먹어야 하건만... 그래도 우리를 보고 당황했던 직원들은 통하지 않는 말로도 원하는 것을 해주려 노력했다. (계란볶음밥을 시키고 이게 아니라 맨밥을 달라는 말을 어찌어찌했는데 계란볶음밥대시 계란프라이를 얹은 맨밥을 주어 잘 먹었다.)
너무 누추한(?) 곳을 골라서 미안했는데 가족들은 맛있다며 잘 먹었다. 추운 날씨에 국물이 먹고 싶어 마지막에 전골 같은 걸 시켰는데 실패. 케첩탕 같은 맛이었다. 베트남에서 지낼 적에 다른 음식들을 너무 안 먹어 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맞은편 커피숍에서 쉬다가 공항으로 향했다. 우리는 하노이로 올라간다.
한국에서부터 슬리핑 버스를 타자는 나와 비행기를 타자는 남편은 서로 눈치 게임이었다.
어차피 자면서 가는 거라 고생 좀 해도 된다고 했지만 남편은 그냥 시간도 아낄 겸 비행기로 가자고 했다.
하지만 여행 첫날부터 독감으로 아픈데도 버텨내는 남편을 보며 결국 내가 져주었다.
20대의 우리는 하노이부터 시작해서 호찌민까지 슬리핑 버스로 이동하고 호찌민에서 하노이로 올라올 때 비행기를 탔었다. 그때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국인 가족이 같은 버스에 탄 것을 보며 아이가 크면 저렇게 같이 여행할 수 있구나 신기했는데 어느새 우리가 그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남편은 고생하기 싫다고, 나이 먹으니 편한 것을 찾았다.
사연 많은 다낭 공항에는 하노이로 가는 비행기 탑승객이 정말 많았다.
여행객도 현지인도 비행기로 가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내가 너무 고집을 부린 걸까?
그렇게 다낭에게 굿바이 인사를 남기고 그리웠던 하노이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