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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다시 만나, 하노이

2025년 베트남여행 #4

by 북믈리에 릴리

학생들은 만나는 게 왠지 반가우면서도 걱정이 앞섰다.

17년이 지난 내 모습이 볼품없어 보일까 걱정되었다.

나이 먹은 것도 그렇고, 뭔가 자신 있게 보여줄 모습이 아닌 것도 같았다.


17년 전 베트남에서 시장이나 식당에 가면 Em ơi(엠어이, 나이가 어린 상대를 부르는 말)라고 했는데

지난번에 베트남 마트에서 Madam(마담)이라 부르는 말에 적잖이 충격이었다.


학생들은 (고맙게도) '선생님 그대로예요'라고 말했다.

거짓말이어도 이미 내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봐도 학생들의 모습도 그대로였다.

우리는 그대로인데 시간만 훌쩍 가버린 듯했다.


성실하고 착한 학생들이었다.

겨우 2~3살 나이 차이에 행여나 어리다고 무시할까 걱정했었다.

대학 졸업 후 잠시 학원강사를 할 때 멋모르고 나이를 그대로 얘기했었다.

학부모가 '저는 선생님 나이는 그렇게 신경 안 써요.' 하며 '선생님 나이가 생각보다 어려 그리 마음에 들진 않네요'라는 마음의 말을 들어야 했다. 원장선생님 부인은 그렇게 나이를 곧이곧대로 학생들에게 얘기하지 말라고 귀띔을 했다.


하지만 베트남 학생들은 어린 나를 선생님으로 존중해 주었다.

나이불문 선생님은 cô 학생은 em인 것이 호칭뿐만 아니라 태도도 그러했다.

첫 수업시간 교실을 들어서자 20여 명의 학생들이 모두 기립해서 인사하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었다. 마치 우리나라 7,80년대에 선생님을 대하던 모습 같았다. 이후에도 학생들은 항상 깍듯이 나를 대해주었다.



학생 때는 선생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는데

이제는 다 이해하며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아, 나는 그때 너무 어렵게 가르쳤던가.' 하는 생각이 스치며

원어민처럼 소통하는 게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의 걸음마 베트남어 수준도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려나?)


졸업 후 모두가 한국회사에 취업해 15년 이상 일하고 있었다.

한국어 실력뿐만 아니라 자기 분야의 전문가들이 되어있었다.

특히 아이 키우며 워킹맘으로 열심히 일하는 친구들은 더욱 대단해 보였다.

그런데 당연한 거라고 한다.


언제가 또 만날 것을 기약하며 사진을 찍고 인사를 나누었다.

마음에 감사와 뿌듯함이 가득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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