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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조 Sep 24. 2021

퇴사한 프랑스 회사에서 복직 제의를 받기까지 6

두 번째 만남 곽경혜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시앙스포 입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입학 팁이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나요? 


시앙스포에 입학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았으면 해요. 링크드인 같은 사이트를 통해서 먼저 졸업한 선배들이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 살펴보다던가요. 그런 과정에서 목표 의식이 분명해지고 그런 모습이 입학 과정에서 드러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시앙스포와 프랑스 국립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제가 모든 국립대를 아는 것도 아니고 학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게 국립대는 이론 중심인 면이 많고, 프랑스 학생 중심의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어요. 그에 비해 시앙스포는 실무진 중심의 교수진이 꾸려져 있고, 다국적 학생들 대상으로 한 국제적인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어요. 따라서 국제 대학 랭킹도 꽤 높은 편이고요.




조금 개인 적인 질문인데, 현재의 삶에 만족하시나요? 


학생 때는 늘 행복해져야지 생각했는데 그 이유가 그때의 삶이 행복하지 않아서였던 것 같아요. 요즘은 그런 생각 없이 평온하니깐 만족하는 편인 것 같아요. 또 그 이유 중에 하나가 한국보다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프랑스의 문화 덕분인 것 같아요. 


확실히 그런 것 같아요. 물론 그런 분위기가 프랑스라서 완전히 없는 건 아니지만요. 다들 각자의 스타일과 취향이 확고하고 또 그걸 존중하는 분위기라 저도 덩달아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프랑스에서 지낼 예정이신가요? 


안 그래도 남편과 그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좀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다른 나라에서 지내보는 건 어떨까 해서요. 아무래도 부모님이 점점 나이 들다 보니 한국은 아니더라도 조금 더 한국과 가까운 곳에서 사는 건 어떨까 싶거든요.


한국에서 사는 건 고려하지 않으시나요? 


한국에서 살기엔 남편이 힘들 것 같아 한국과 가까우면서도 영어를 쓰는 싱가포르나 홍콩을 생각하고 있어요. 생활비, 직장, 사회 보장 제도 등 프랑스와 그곳의 생활환경을 비교하며 저울질 중이에요.


저도 막연히 그런 생각을 해요. 지금은 당장 좋더라도 나이가 들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고요. 특히 코로나를 겪으면서 그런 생각이 더 강해졌어요. 


프랑스는 남자 친구 같아요. 좋을 땐 너무 좋다가도 가끔은 지긋지긋한(웃음).


맞아요(웃음). 경혜님 같은 루트를 밟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요. 한국 대학을 나와서 한국 회사에 취직했는데 돌연 외국으로 훌쩍 떠나고픈... 그런 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드릴 수 있을까요?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니깐 함부로 조언을 해드리긴 힘들 것 같아요. 대신 프랑스에 처음 왔던 스물일곱의 저에게 해주고픈 이야기는 있어요.


무엇인가요? 


지금 네가 계획한 대로 삶은 흘러가지 않을 것이다(웃음). 


두바이에서



파리에 거주하신 지 이제 십 년 째인데, 그동안 느낀 변화가 있으신가요? 


일단 지하철에서 4G가 터진다는 경이로운 발전이 있죠(웃음). 2011년도만 해도 친구에게 지하철 타기 전에 나 이제 지하철 타니깐 톡 못해라고 말하곤 했어요. 그리고 한국 식당 수가 굉장히 많이 늘었어요. 예전에는 양념치킨, 닭강정을 먹을 수 있을 거란 생각조차 못 했었거든요. 한류 바람이 불면서 한국 식당도 수가 많아지고 또 동시에 종류도 많아졌어요. 그리고 십 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왔다 하면 South에서 왔냐 North에서 왔냐 많이 물어봤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저도 공감해요. 저는 2017년도에 왔는데 초반만 해도 한국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고, 한국 하면 북한을 많이 떠올렸는데 요즘은 케이팝이 성행하면서 자연스레 한국 문화에 대해 많이 떠올리는 것 같아요.


첫 번째로 강남스타일이 큰 변화를 일으켰었죠(웃음). 


저는 그때 한국에서 소식만 들어서 체감이 안되는데 실제로 어땠나요? 


클럽에 가면 마무리 곡은 무조건 강남스타일이었어요. 한 번 에펠탑 앞에서 싸이가 공연한 적이 있었는데 제가 거기서 꽤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땅이 울리는 소리와 함성 소리가 들렸죠(웃음). 그 후로 급속도록 한국 드라마, 케이팝이 성행하기 시작했어요. 


저도 최근 한류의 힘을 크게 느낀 적이 있었어요. 한중일을 구분하지 못했던 프랑스 친구 어머니가 최근 인스타 DM으로 송중기의 최신 사진을 보내줄 수 없냐 연락이 온 거예요(웃음). 알고 보니 어머니가 작년에 은퇴를 하셨는데 그 후 넷플릭스로 한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하더라고요.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여기 나와서 느낀 게 한국을 아는 사람들은 한국을 부유국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어서 한국이 선진국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조금이라도 국제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이미 선진국인 거예요.(실제로 인터뷰가 진행되고 얼마 후에 UN에서 한국의 지위를 만장일치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시켰다.)


이제 인터뷰가 거의 끝으로 향해가는데요. 좋아하는 파리의 스팟이 있다면 알려 줄 수 있나요?


Hôtel de Sully라는 Saint-Paul역에서 빨간 문 있는 교회 쪽으로 쭉 내려가다 보면 나오는 곳이 있어요. 옛날 어느 귀족의 집인데, 다른 방향으로도 들어갈 수 있지만 Rue de Rivoli 쪽으로 들어가는 게 좋아요. 그쪽으로 들어가서 주차장 다음 문만 통과하면 건물로 둘러싸인 화원이 나오거든요. 들어가자마자 도시의 모든 소음은 차단되고 새소리가 울려 퍼져서 마치 비밀의 화원에 들어온 기분이 들어요.  


그런 곳이 있는지 전혀 몰랐어요.


그리고 16구에 Musée Jacquemart-André(자크마 앙드레 미술관)라는 귀족이 살았던 집을 미술관으로 개관한 곳이 있는데 그곳도 너무 예뻐요. 마지막으로 Petit Palais(프티 팔레) 안에 있는 카페도 추천하고 싶어요. 특별전을 보는 것이 아니라면 무료입장이 가능해요. 봄에 가면 꽃이 가득해서 예쁘고 여름이면 청량해서 예뻐요. 


바캉스 계획은 잘 세우셨나요?


올여름에 친구가 결혼식을 포르투갈에서 올릴 예정이라 여행겸 포르투갈에 일주일 정도 갈 것 같아요. 그리고 Lacanau라는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서퍼들 많이 가는 도시에도 갈 예정이에요. 골프와 테니스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여행 패키지를 결제했어요(웃음). 


마지막으로 하시고픈 말이 있으신가요?  


한국에서 살든 프랑스에 살든 어디든 열심히 살면 결국 살아지는 것 같아요. 프랑스에 오는 것이 꼭 대단한 결심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대신 불어는 열심히 해야 해요(웃음).



6월 29일 Partisan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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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 지금의 내 나이에 프랑스에 정착한 경혜님은 십 년 동안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세 군데의 회사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현재도 여전히 커리어를 쌓아가는 중이다. 십 년 후에 나는 어떤 커리어를 쌓고 어떤 경험을 한 사람이 되어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인터뷰어 조소희 

파리 8 대학 영화과를 졸업한 후 단편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이 곽경혜 @kate.in.paris

프랑스 생활 11년 차.

파리 4 대학 도시계획학 석사 졸업. 

현 오스트리아 가구회사 Bene의 프랑스 지점 운영책임자(Operation Manager)




사진 출처

배경 사진 <Ses souvenirs>, Peichen 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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