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만남 곽경혜
런던에 출장을 갔을 때 그 상사가 제 험담을 한 것을 알게 된 거죠.
참 지긋지긋하네요...
저는 다른 일에 스트레스받지 않고 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한 사람이거든요. 그런 일들이 생기니 점점 제가 하는 일이 즐겁지가 않았어요. 런던에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직장 네임벨류를 유지해야 하나 계속 고민이 됐어요. 그 고민을 안고 유로스타를 타고 파리 국경을 넘는 순간 갑자기 BENE로 돌아가야겠다는 결심이 들었어요. 사실 복직 제안을 거절하고도 아쉬운 마음이 있었어요. 제가 결혼도 했고 자녀 계획도 있는데 BENE에서는 다 준비되었다고 했었거든요. 출산과 육아 때문에 자리를 비워도 다 케어할 준비가 되어있다고요.
거절한 제안을 물리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렇죠. 그런데 결심이 서고 저도 모르게 바로 상사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할 말이 있는데 지금 통화할 수 있냐고 바로 물어봤죠. 상사가 그렇다 이야기를 했고 제가 결정을 반복할 기회가 남아있냐 물었어요. 그랬더니 지금은 옆에 팀원들이 있으니 나중에 다시 통화하자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긴장됐을 것 같아요.
맞아요. 왠지 목소리도 차가운 것 같고...(웃음). 그쪽에서는 결정을 반복하는 것이 우리를 가볍게 생각하나 했을 수 있잖아요. 그날 저녁에 다시 전화가 올 때까지는 걱정됐죠. 근데 전화가 와서 반가운 톤으로 지금 회사에서 무슨 일 있냐 하더라고요(웃음). 낮에 전화를 받았을 때 너무 기뻤는데 옆에 팀원들이 있어서 티를 낼 수가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뭐라 답하셨어요?
지금 회사에는 아무 문제도 없고 그때가 서울 트립을 앞뒀을 때라 서울에 가는 것도 기대하고 있고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굳이 여기가 싫어서 간다는 인상을 줄 필요는 없잖아요. 저번에는 결정을 빨리 내려 두 회사에 피해가 없게 해야 할 것 같아서 충분히 숙고를 못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죠. 그렇게 복직 의사를 밝힌 다음 연봉 협상 등 이직에 필요한 과정에 돌입했죠.
연봉 협상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요.
연봉 협상의 기본 질문은 현재 연봉이 얼마냐는 거거든요.
솔직하게 답해야 하나요?
아뇨(웃음). 현재 받는 연봉에 최소 10% 정도 올려 말하는 것을 추천해요. 그리고 희망 연봉은 원하는 연봉보다 조금 더 높게 제안하는 것이 좋아요. 어차피 회사 측에서는 깎으려 할 거니요.. 높게 부른다고 돈 드는 것도 아니고요(웃음).
그렇게 어떤 직책으로 복직하게 되었나요?
불어로는 Responsable des Opérations France, 한국어로 말하면 프랑스 지점 운영 총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인사, 영업, 이벤트, 전시장 관리, 본사와 커뮤니케이션 등 각종 업무에 다 관여하고 있어요.
1년이 안 되는 시간 만에 팀원에서 운영 총괄로 복직하신 거네요. 정말 대단하세요. 혹시 CDD와 CDI의 차이도 간단히 알려줄 수 있나요?
CDI는 일단 계약 만료의 끝이 없어요. 해고는 할 수는 있지만 사유를 증명해야 해요. 회사 사정이 정말 어려워졌거나 아니면 피고용자가 업무상 큰 실수를 했거나요. 해고는 아니지만 제가 앞서 BENE를 떠날 때 했던 양측의 협의를 통한 계약 파기도 있어요. 반면 CDD는 일단 계약 종료가 정해져 있어요. 앞서 말한 대로 12개월만큼 2번 연장이 가능하고 그 후로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아니면 계약을 종료해야만 해요. 연차나 복지는 CDD, CDI의 차이도 있지만 분야 마다도 다르기 때문에 어떻다 말하기 까다롭지만 2019년부터 프랑스는 CDD, CDI 차이 없이 회사 사보험을 모두 들어야 해요. 그리고 CDD로 일하는 사람은 CDI 일을 찾으면 언제라도 CDD로 계약된 일을 그만둘 수 있어요.
그동안 터득하신 프랑스 직장 생활 노하우가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한국은 일단 까라면 까야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분위기잖아요(웃음). 근데 프랑스에서는 예스맨이 되지 않는 게 좋아요. 안 되는 건 안된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해요. 자신의 주관을 보여주라는 거죠. 그리고 질문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고요.
저도 학교 생활을 하면서 많이 느꼈어요. 프랑스 친구들은 ‘이런 걸 질문한다고?’ 생각이 드는 질문도 서슴없이 하더라고요. 또 그런 질문을 하는 친구에게 눈치 주는 분위기도 없고요. 물론 뒤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요(웃음).
맞아요. 눈치 보지 말고 조금이라도 이해가 안 되면 바로 물어보는 것이 좋아요.
그래도 회사에서 학교처럼 질문을 많이 해도 괜찮은지 걱정이 되기도 해요.
물론 질문 융단 폭격을 하란 이야기는 아니에요(웃음). 본인 선에서 처리할 수 없을 때, 이걸 이렇게 처리해도 될까 의심이 들면 질문하기를 망설이지 말라는 거예요. 한국인은 질문하기를 두려워서 질문을 안 한다면, 프랑스인들은 자신을 너무 과신한 나머지 멋대로 일을 처리해 문제를 만들어요.
회사에 외국인 직원은 얼마나 있나요?
총 18명인데 그중에서 외국인은 저와 독일인 둘 뿐이에요. 게다가 독일인은 독일에서 재택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결국 사무실에서 외국인은 저 혼자예요. 요즘 입찰에 참여하려면 외국인을 고용한 회사는 외국인 직원의 이름과 체류증 번호를 적어야 하는데 이것 때문에 직원들이 제 체류증 번호를 다 외우고 있어요(웃음).
제 체류증도 번호가 까마득한데... 복직한 후에 동료들과의 관계는 어떠세요?
업무적으로 갈등이 없을 수는 없지만 다들 너무 좋은 사람들이고 이 갈등이 업무로 인한 갈등이라는 것을 모두 알기 때문에 개인적인 갈등은 없어요. 이 부분에 관해서는 서로 암묵 간에 합의가 되어있죠.
다음 편에 계속
인터뷰어 조소희
파리 8 대학 영화과를 졸업한 후 단편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이 곽경혜 @kate.in.paris
프랑스 생활 11년 차.
파리 4 대학 도시계획학 석사 졸업.
현 오스트리아 가구회사 Bene의 프랑스 지점 운영책임자(Operation Manager)
사진 출처
배경 사진 <Ses souvenirs>, Peichen 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