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만남 이성은
인터뷰이를 모집할 때 영화에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을 꼭 한 분 모시고 싶었다. 그런 내게 지난 6월 파리에서 열린 한국영화제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 때문인지 예년과 달리 한국인 관계자가 눈에 띄지 않았다. 결국 한국인은 한 명도 보지 못한 체 상영관 안으로 들어갔다. 영화를 보고 나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포기한 체 화장실에 들렀다 나왔다. 그런데 웬일인가 방금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한국인이(그것도 명찰을 단!) 내 앞에 떡 하니 있었다. 나는 서둘러 내 소개와 인터뷰 취지를 말씀드렸고 성은님은 흔쾌히 응해주셨다. 그렇게 만남 성은님은 영화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경력을 갖고 있었다. 이제 성은님을 만나보자.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 합습니다. 처음 만나서 인터뷰 제안드렸을 때가 기억나시나요?
파리 한국 영화제에서 저에게 다가오셔 가지고(웃음).
영화제에서 한 분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갔는데 영화관에 입장할 때까지 관계자로 보이는 한국인 여성분을 찾지 못한 거예요. 그래서 다시 와야 하나 생각하면서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명찰을 달고(웃음) 누가 봐도 관계자인 분이 서계신 거예요. 이분이다 생각하고 바로 다가가 말을 건네었죠(웃음).
제가 운이 좋았네요.
제가 운이 좋았습니다. 영화제 일을 잘 마무리하셨나요?
잘 마무리됐습니다. 이제 16회 영화제 다시 준비해야 해요. 이번 가을에 열릴 예정 이어서요.
이번 가을에요?
작년에 봉쇄령으로 3일 만에 영화제가 중단이 됐었거든요.
기억나네요.
저희는 지원을 받은 것도 있고 준비한 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 했다는 아쉬움도 있고 해서 15회 영화제에서 하지 못했던 프로그램에 영화 몇 편을 추가해서 6월에 진행한 거고요. 이번 가을에는 16회 영화제가 열릴 예정이에요. 올해도 10월 말에 열릴 것 같은데... 어제 마크롱 대통령이 새로 또 발표를 했잖아요.
규제를 다시 가하는 분위기죠. 준비하면서도 불안하시겠어요.
작년에는 진짜 어떻게 될지 몰라서 불안한 게 있었는데 올해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아요(웃음). 이미 다 겪어 봤기 때문에.
그래서 이번에 자원봉사 모집을 하지 않은 건가요? 사실 제가 이번에 자원봉사 모집하면 지원하려 했었거든요.
시국이 시국인지라 최소 인원으로 진행했어요. 그리고 영화제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이 되게 끈끈하세요.
작년에 했던 분들이 올해 또 해주시고...
또 친구도 데려요 고요. 주요 스태프들도 페이를 받지 않고 자원봉사로 일 하거든요.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어도 영화를 재미있게 보시고 나오시는 관객들을 볼 때 보람을 느껴요.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게스트 분들을 많이 초청하지 못했지만 2019년 같은 경우에는 송강호 배우님 하고 김지운 감독님도 오셨거든요,
저 그때 있었어요. 제가 앞쪽 좌석에 앉아 있었는데 송강호 배우님과 김지운 감독님이 제 여덟 줄 정도 뒤에 앉아계셔서 제가 계속 힐끔힐끔 봤어요... 그런데 세리머니가 끝나고 영화가 시작한 뒤에는 쌀국수 먹으러 가셨다 들었어요(웃음).
그 밖에도 여러 영화인들을 초청하는데 특히 한국 여성 감독님들을 초청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2019년도에 벌새를 만든 김보라 감독님이 오셔서 GV를 하신 것이 기억나네요.
그런 기회들을 만드는 것에 되게 큰 보람을 느껴요. 영화제가 아니면 프랑스에서 전혀 상영하지 않았을 작품들을 영화제에서는 볼 수 있잖아요. 단편 영화나 독립 영화 같은 경우 배급을 잘 안 하니깐 볼 기회가 적은데 영화제를 통해 다양한 한국 작품을 소개한다는 것에 보람을 느껴요. 그래서 자원봉사지만 다들 휴가를 내거나 퇴근하고 추가로 일을 합니다(웃음).
그렇군요. 자기소개를 부탁해도 될까요?
저는 항상 자기소개를 할 때 프랑스와 한국을 잇는 문화 기획자라고 소개를 하는데요. 7년 정도 프랑스와 한국의 문화교류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0년 숙명여대 프랑스어 문화학과에 입학하면서 프랑스와 인연이 시작된 것 같은데요. 어떤 계기로 해당 전공을 선택하게 되었나요?
이때 본격적으로 인연이 시작된 것이 맞기도 하는데, 첫 인연은 고등학교 때 프랑스어를 배우면서부터인 것 같아요. 원래 제 꿈이 문화 쪽은 아니었고 국제기구에서 일을 하는 거였거든요. 국제기구에서 일을 하려면 공용 외국어가 불어라고 하더라고요. 영어는 물론이고. 그렇게 해당 전공을 전공하게 됐는데 거기서 여러 교수님들을 만나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나는 문화 쪽이 잘 맞는구나 느껴서 예술 경영으로 진로를 정하게 됐습니다.
그렇군요. 대학교 생활은 어떠셨어요?
학교 생활은 정말 좋았어요. 저는 특히 여대를 간 게 신의 한 수였다라고 맨날 얘기하거든요.
여대를 졸업한 친구들은 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너무 재미있었고 또 여대다 보니 학점 경쟁도 엄청 치열하긴 했었거든요. 그게 저를 더 강하게 만든 것 같아요.
그러면 성적을 살짝 물어봐도 될까요?
4년 동안 성적 장학금을 받았어요(웃음).
정말 이런 게 참 이질감을 들게 하고...(웃음) 졸업 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서울 프린지 네트워크에서 일을 하는 동시에 숙명여대에서 문화 행정학과 프랑스 문화 매니지먼트를 전공했어요.
병행이 가능하나요?
특수 대학원이라 퇴근을 하고 다녔죠.
어떻게 그렇게 부지런할 수 있나요?
전혀 부지런하지 않아요(웃음).
아닌 것 같은데...(웃음) 서울 프린지 네트워크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서울 프린지 네트워크는 비영리 기관이에요. 주요 활동은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이라는 해마다 열리는 독립 예술 축제를 개최하는 거예요. 그 외에는 다양한 문화 기관이나 공공 기관에 용역을 받아서 문화 행사를 기획합니다. 예를 들어 신도림 역 안에 있는 문화예술 공간 고리를 서울 프린지 네트워크에서 관리해요.
그곳에서 무슨 일을 하셨나요?
저는 홍보 기획 담당으로 입사를 했어요. 그런데 마침 제가 있던 해에 대만에서 유명한 극단이 참여하고 싶다고 참가 신청서를 보낸 거예요. 그래서 제가 국제 교류도 맡게 되었어요. 이 팀이 오게 되면서 또 한국에 유명한 연극배우이시고 현재는 미디어 활동도 하시는 김신록 배우님이라고 계시거든요. 그 배우 님이 또 이 팀이랑 친한 팀인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하다 보니까 인연이 되어서 포럼도 열게 되었어요. 국제 포럼 기획해가서 김신록 배우님과 Dirks Theatre (덕스 시어터)의 메드렁 센 연출가 기획자 분과 또 한국에 계신 연극 쪽 분들하고 국제 포럼을 열어서 거기서 동시통역을 하기도 했어요.
동시통역이면 영어로 진행하신 거죠?
네 그때는 영어로 진행했습니다.
그 후 도핀 대학 문화예술경영에 진학하며 프랑스에 거주하게 되었는데요. 프랑스에서의 첫날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때가 처음은 아니었어요. 대학생 때 어학연수로 7개월 정도 있었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석사를 하러 와야겠다고 결심했었어요,
어학연수는 어디서 하셨어요?
Vichy(비쉬)라는 도시에서 했었어요. 까발람이라는 한국에 유명한 어학원에서 했습니다.
그때도 유명했나요?
그때도 유명하긴 했는데 지금만큼 그렇게 인기가 있지는 않았어요. 한국분들이 좀 계시긴 했지만 지금만큼 많지는 않았죠.
다음 편에서 계속
인터뷰어 조소희
파리 8 대학 영화과를 졸업한 후 단편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이 이성은 @cat.a.paris
숙명여자대학교 프랑스 언어 문화학 / 홍보광고학 복수 전공
숙명여자대학교 프랑스 문화 매니지먼트 전공 졸업 - 경영학 석사
Unniversité Paris-Dauphine Management des Organisations Culturelles (문화예술경영) 졸업
전) HSAd France 인-스토어 마케팅 담당
현) 주프랑스 한국문화원 언론 홍보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