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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조 Sep 27. 2021

한국과 프랑스를 잇는 문화 기획자 2

세 번째 만남 이성은

보통 어학연수와 교환학생 하면 어학도 어학이지만 잠시 쉬어가는 휴식 시기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렇지 않고 어학에 열중한 이유가 있나요? 


프랑스 문화학과 동기들 중에 특기생으로 들어온 친구들이 많았거든요. 프랑스에서 살다가 왔다거나. 그런 동기들을 보면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그때 학과 동기 두 명이랑 같이 갔는데 일부러 세명 다 다른 소도시에서 어학을 했어요. 


외롭거나 그러진 않으셨나요? 저 같은 경우에는 초반에 불어를 하나도 못 했던 상태였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때 어학원에서 만난 한국인들이 없었다면 너무 힘들었을 거예요. 


프랑스는 어학원도 바캉스가 많잖아요. 그때 친구들 만나서 같이 여행하고 그래서 특별히 외롭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출처 : 이성은님)



그때가 언제였나요? 


2012년 9월부터 2013년 5월까지였어요. 


그러면 1년 휴학하고 다녀오신 건가요? 


네. 


어학연수 후 남은 기간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제가 그때 DELF B2를 따고 왔었거든요. 그래서 이걸 활용할 수 있는 활동을 해보자 싶어서 불어를 쓸 수 있는 자원봉사는 모두 지원을 했었어요. 학교에서 불어권 유학생들을 도와주는 활동도 하고 문화 교류단이라는 숙대에 재학하는 유학생들을 위한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활동도 했어요. 또 서울 세계 무용 축제에서 불어와 영어 통역도 했었어요. 


남은 기간 동안 좀 쉬었어도 됐을 텐데 열심히 사셨네요. 


제가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또 그러면 우울해지는 성격이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관심 없는 분야의 일을 하지 않아요.


좋아하는 분야의 일이라도 일이 되면 하기 힘든 경우가 있는데 대단하신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 파리에서 3년 조금 넘게 살며 4번의 이사를 했거든요. 파리에서 가장 힘든 것 중에 하나가 주거 공간을 구하는 건데 처음 파리에 왔을 때 집을 어떻게 찾으셨나요? 


제가 어학연수를 갔을 때 유학원을 통해서 갔거든요. 그분을 통해서 소개를 받았는데 집주인 분이 문제가 좀 많으신 분이었어요(웃음). 그래서 입주할 때까지도 되게 불안 불안했었거든요. 입주를 하고 나서도 누전부터 누수까지 집에 문제가 많았어요. 그래서 엄청 고생을 하고 다시는 한인 부동산이나 이런 사람들을 안 통하겠다 결심을 했죠. 아시잖아요. 


부동산에 얽힌 무수한 수많은 에피소드가 있죠(웃음). 


그래서 프랑스존에서 찾다 보니깐 중국계 부동산이 있는 거예요. 그곳을 통해 재작년 말에 지금 사는 18 구로 이사를 했어요. 


프랑스에서 외국인이 집 구하기가 정말 쉽지가 않죠. 


특히 어려운 부분이 보증인인데 이번 집은 보증인이 필요하지가 않아서 쉽게 들어왔어요. 지금 만족하고 살고 있어서 당분간은 이 집에서 지낼 것 같아요. 


어떤 이유에서 프랑스에서 다시 한번 석사를 하게 되신 건가요? 


제 원래 꿈이 국제기구에서 일을 하는 거였잖아요. 그래서 국제기구 까지는 아니어도 국제 구호기구 같은 곳에서 자원봉사를 했었는데 그때 이런 일은 정말 천사들을 위한 일이구나 생각을 했어요. 그럼 나는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직업을 가지면서 또 해외 취업을 하고 싶다 해서 프랑스에서 석사를 해야겠다 생각하게 된 거예요. 


특별히 도핀 대학에 진학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프랑스 언어문화학과 지도 교수님이 도핀 대학을 추천해주셨어요. 


프랑스 석사 생활은 어떠셨어요? 


저는 한국에서 일을 했던 경력도 있어서 석사 과정 중에 Formation continue라고 프로페셔널을 위한 과정에 진학했거든요. 알테넝스와 비슷한 과정인데 금토일에 수업을 몰아서 듣고 나머지 요일에는 일을 했어요. 아무래도 프로페셔널을 위한 과정이다 보니 제가 동기 중에 가장 막내였어요. 제 또래는 정말 소수였고 거의 30대 후반이나 40-50대 후반이 많았어요. 


동기 중에 외국인도 많았나요? 


저와 한 명을 빼고는 모두 프랑스인이었어요. 


입학이 다른 과정보다는 힘들었을 것 같아요. 


네 맞아요. 그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도 중요하게 봤던 것 같고 이 과정을 마친 다음에 뭘 하고 싶은지도 많이 보셨어요.


인터뷰도 있었나요? 


인터뷰도 있었고 서류도 12페이지 정도 됐었던 것 같아요. 그중 기억나는 게 현재 한국에서 가장 이슈 되는 사건을 분석하는 글을 쓰라고 했었거든요. 그때 가장 이슈가 됐던 사건이 블랙리스트 사건이었어요. 그 글을 열심히 썼는데 그걸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학업 도중에 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행정업무 인턴을 하셨었는데요 어떤 일을 하셨나요? 


행정 업무 전반을 지원했는데요 주로 회계 보조를 많이 했어요. 당시 문화원이 16구에 있었는데 제가 근무하던 중에 이전을 했거든요. 그래서 이전에 관한 업무도 많이 도와드렸어요. 


기억나네요. 원래 굉장히 조용한 곳에 있었는데 새로 이전한 곳은 좀 더 북적이는 느낌이에요. 프랑스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한 팁이 있을까요? 


대학원을 입학하려면 DALF C1이 있어야 하는데 프랑스보다 한국에서 치르는 시험이 좀 더 쉽다는 이야기가 있거든요. 제가 한국에서 C1을 땄는데, 좀 수월하게 통과한 것 같아요. 그동안 제가 했던 노력들이 있으니깐 나름대로 불어에 좀 자신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현지에 와보니 저는 아무것도 아니더라고요. 석사 공부를 하는 게 굉장히 어려웠어요. 예술 경영 과정은 문화법도 배워야 하고 회계도 배워야 하는데 제가 이 분야를 배우는 게 처음인데 프랑스어로  배워야 하는 게 너무 어려운 거예요. 그래서 초반에는 많이 헤맸는데 그래도 방법은 있는 것 같아요. 필기를 빌려주는 천사 같은 친구도 있고 녹음을 해도 된다는 교수님들도 있어서. 시험 기간에는 계속 녹음을 들으면서 공부를 했어요. 언어 공부는 해도 해도 끝이 없잖아요. 언어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습관을 들여서 계속 공부하시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또 저희 과는 팀플도 되게 많았는데 초반에는 아무도 저와 팀플을 하려고 하지 않는 거예요. 아무래도 제가 외국인이고 성적에 영향을 미치니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은 한국인이다(웃음). PPT나 엑셀을 한국인들은 대부분 잘 다루잖아요 그러니깐 나중에는 제가 모두가 원하는 팀원이 되었어요. 초반에는 물론 서툴고 미숙한 부분이 있겠지만 자기 페이스로 가다 보면 언젠가 사람들이 나의 그런 능력을 봐주고 빛날 기회는 오는 것 같아요. 말이 길었는데, 요약하자면 너무 겁을 먹지 않았으면 좋겠고 언어 공부는 항상 습관처럼 해야 한다 이 말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언어 공부를 계속하고 계신가요?


네 올해 초에 DALF C2도 땄어요. 


어떤 식으로 공부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방송을 항상 봤어요. 유튜브에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통으로 올라오거든요. 그걸 자주 봤습니다. 그리고 제가 C2를 정말 많이 떨어졌었어요. 막판에는 제가 하도 몇 점 차이로 떨어지니깐 시험 보는 곳 원장님이 이건 너의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테크닉의 문제라는 거예요. 그래서 그분에게 3번 정도 과외를 받고 바로 합격을 했어요. 


그럼 혹시 그분께 전수받은 테크닉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족집게 강의 이런 건 아니고요. Plan을 미리 만든 다음에 그 Plan을 먼저 발표하고 주장을 이야기하고 근거를 이야기하라 이런 형식에 관한 것들이었어요. DALF C2 책 답지를 보면 Plan이 나와 있잖아요. 어떻게 발표를 하고 어떻게 쓰면 좋을지 그걸 참고하면서 연습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서 알아야 해요. 시의성 있는 주제가 나오니깐 최근의 이슈들을 아는 것이 중요하고요. 


자주 보시는 프랑스 유튜브 채널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ARTE라는 채널 추천해요. 또 시험을 위해서라면 DALF C2 아니면 DELF B1 이라든가 자신에게 맞는 레벨을 유튜브에 검색하면 팁 영상이 많이 나오거든요. 특히 C2 영상 중에 벨기에 선생님이 운영하는 채널이 있는데, 저는 그 채널을 많이 참고했어요. 


감사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취업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요? 프랑스 대학원 졸업 후 Creative Valley @ Station F에 취직하셨는데요. 이곳에 어떻게 취직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제가 대학원을 졸업하고 진로를 많이 고민했거든요. 공부를 좋아하지는 않는데 학업에 대한 욕심은 있어서 박사 과정을 준비했었어요. 프랑스 박사 과정은 먼저 지도 교수님을 찾아야 하거든요. 지도 교수님은 찾았는데 이 학교가 그랑제꼴이어서 무조건 펀딩을 구해왔어야 했어요. 그런데 펀딩 옵션 중에 Cifre라는 게 있는 거예요


Cifre가 뭔가요?



다음 편에서 계속




인터뷰어 조소희 

파리 8 대학 영화과를 졸업한 후 단편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이 이성은 @cat.a.paris

숙명여자대학교 프랑스 언어 문화학 / 홍보광고학 복수 전공

숙명여자대학교 프랑스 문화 매니지먼트 졸업 - 경영학 석사

Unniversité Paris-Dauphine Management des Organisations Culturelles (문화예술경영) 졸업


전) HSAd France 인-스토어 마케팅 담당

현) 주프랑스 한국문화원 언론 홍보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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