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합리화와 자기 인식

SNS 강박에서 벗어나기

by 조용한 조작가

이른 새벽 3시도 안 된 시간, 막내 아이의 울음소리에 잠에서 깬 아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눕니다. 4시가 넘어가자 지금 잠들면 5시에 못 일어날 것 같아 바로 몸을 깨웁니다.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잠시 쉬다 집을 나섭니다. 크리스마스 새벽, 아무도 없는 적막한 헬스장에서 러닝머신 위를 홀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러닝머신 벨트가 회전하는 소리, 벨트에 착지하는 저의 발소리, 그리고 조금 거칠어진 호흡 소리만이 공간을 가득 채워갑니다.


몸이 덜 풀린 탓인지 평소보다 무겁다는 생각과 함께 심박이 높아집니다. 보통은 2km 정도만 뛰면 자연스럽게 몸이 풀리는데, 오늘은 5km가 지나도 계속 몸이 무겁습니다. 이때부터 '자기 합리화'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러닝머신에서 내려오고 싶은 마음속 타협안들이 하나둘 생겨납니다. 이틀 전 실시한 힘든 포인트 훈련의 피로가 덜 풀렸다거나, 어제 근력 운동을 많이 했다거나, 내일 장거리 주 훈련을 하려면 오늘 무리하면 안 된다는 생각들입니다.


그러다 2월 22일에 신청한 마라톤 목표 페이스인 '500'에 마음이 머뭅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안일함이 머릿속을 채울 때쯤, 저의 진짜 목표인 '서브-3(Sub-3)'를 다시 한번 떠올립니다. 서브-3 주자에게 그 어떤 핑계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오롯이 혼자서 쌓은 마일리지와 훈련량만이 모든 것을 증명할 뿐입니다. 페마 초드론이 말했듯, 자신을 파괴하는 습관을 고치고 정신을 일깨우는 것은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그 목표를 위해 오늘의 작은 훈련에서 포기하지 않기로 다시 마음먹습니다.


오늘 타협하면 분명 다른 힘든 날에도 타협할 것입니다. 서브-3를 생각하며 호흡과 내 발에 집중합니다. 8km, 9km, 10km를 넘어서며 평소 뛰던 외부 코스를 머릿속으로 그려봅니다. '아, 이쯤이면 성당쯤 왔겠다', '이쯤이면 시내에 들어섰겠다'라고 마지막 힘을 쥐어짜 봅니다. 그렇게 13km를 완주하고 천천히 속도를 낮추며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포기해야 할 수만 가지 이유보다, 해내야 할 단 한 가지 이유에 집중한 결과입니다.


모든 것은 '인식'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내가 포기하려 한다는 인식, 무의식적으로 SNS나 숏폼을 보고 있다는 인식에서부터 자신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로빈 샤르마의 말처럼 우리가 성장을 위해 어디에 집중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곧 운명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마음의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다시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려 노력한다면, 무의미하게 흘려보낼 시간들을 사색이나 독서, 운동 같은 생산적인 시간으로 바꿔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크리스마스도 명확한 '자기 인식'을 통해 의미 있는 하루로 채워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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