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사라짐이 일깨워 준것
모두가 잠든 새벽, 홀로 깨어 거실 한편에 자리를 잡습니다. 밤새 뒤척이며 잠을 깨우던 아이들이 다행히 깊은 단잠에 들었습니다. 비로소 찾아온 고요 속에서 나만의 명상을 시작합니다.
사실, 방금 전 명상을 마치고 정성스레 적어 내려간 글이 프로그램 오류로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순간 울컥하며 짜증과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내 가쁜 숨을 가다듬고 다시 자리에 앉습니다. 사라진 글자들 너머에 있는 마음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이 기록을 시작한 이유는 명상을 통해 마주한 감정들을 갈무리하고,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가기 위한 발자취를 남기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공들여 쓴 글이 지워졌다고 해서 화를 낸다면, 나는 '더 나은 마음'이 아닌 '글이라는 결과물'에 집착하고 있었음을 반증하는 꼴이 됩니다.
글쓰기 또한 수행의 일부여야지, 글 자체가 수행의 본질보다 앞서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다시 일깨웁니다.
우리는 종종 이렇듯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즉각적인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실수를 저지르곤 합니다. 그리고 그 날 선 화살은 대개 우리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향합니다. 낯선 타인이나 업무로 만난 이들에게는 예의와 이성으로 대하면서도, 정작 곁에 있는 가족에게는 무심코 날카로운 반응을 내뱉습니다. 내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마음이 소란할 때면, 그들의 작은 몸짓조차 견디지 못하고 짜증을 앞세우기도 합니다.
명상은 지금 나의 내면 기상도를 가만히 살피는 일입니다. 내 마음에 먹구름이 끼어 있음을 미리 알아차린다면, 비바람이 몰아칠 때 잠시 멈춰 설 수 있는 지혜가 생깁니다. 매 순간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나의 상태를 인지하고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부드럽게 반응하려 노력하는 그 과정 자체가 귀한 수행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 앞에 어떤 예기치 못한 '현상'이 벌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현상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오직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자극과 반응 사이의 빈틈에서, 부디 '반응'이 아닌 '대응'으로 충만한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