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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엽 May 30. 2024

지중해 참치와 미녀


사람은 죽을 때까지만 산다.

여기 죽어야 쉬는 불쌍한 물고기가 있다.

참치는 쉬지 않고 헤엄쳐야만 산다.

헤엄을 멈추는 순간 호흡을 할 수 없어 돌아가신다.

참치 아가미는 근육이 없어 물을 통과시켜야 산소를 얻을 수 있게 진화하였단다.

잘 때도 헤엄쳐야 살 숙명이다.


참치잡이 어선에서 선원들이 잡은 참치를 먹을 때 가장 좋아하는 부위가 눈 아래 볼살이라고 한다.

실제 먹어봐도 입에 살살 녹는다.

거기에다가 주전자에 참치 눈알을 넣고 소주를 부어 마시면 눈물주라 하여 신기하게 술술 넘어가며 별로 취하지 않는다.

참치 종류는 참다랑어(튜나, 혼 마구로), 눈다랑어(빅 아이), 청새치 등이 있는데 맛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헤밍웨이가 쓴 '노인과 바다'에서 잡은 고기는 Marilin이라는 청새치류의 대형 종이다.


일본에선 참다랑어 큰 놈 한 마리에 30억 원 넘게 거래된 적도 있다.

스시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은 혼 마구로 한 점에 몇만 원 하는 것을 젓가락으로 집어 눈을 감고 아껴서 살짝 베어 먹으며 '오이시데쓰네~' 하는 것을 보면 는 게 뭐라고 인간 보기가 눈물겨울 정도이다.

중국 부자 노인네들이 오래 살 거라고 영계나 전족에 목숨 거는 것만 못 하겠지만...


다랑어 뼈가 원시 패총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을 보면 오래전부터 인간들의 일용할 양식이었다는 말이다.

고대 그리스 도자기에 참치를 잡아먹는 것이 그려져 있다.

냉장 시설이 없던 옛날에는 먹다 남은 고기를 소금에 절여 보관했다.

그렇게 나온 음식이 '벤트레스카'이다.

우리나라 참치 통조림과 비슷한데, 소금에 절인 참치 뱃살에 올리브기름을 넣은 것이 다르다.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사람들이 주로 먹는다.

그리스 소주 오우조와 검정 올리브 열매를 곁들여 먹으면 세상 사는 재미가 더해진다.


원양 어선에서 잡은 고가의 참치는 잡는 즉시 피와 아가미, 내장을 빼고 영하 5~60도에서 얼린다.

참치는 죽으면 빨리 부패가 되는 모양이다.

일본인들이 워낙 좋아해서 자라는 놈 보다 잡아먹는 게 많아서 요즘 씨가 마를 정도라 한다.

그래서 쿼터제로 잡고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참치 양식을 한다.

우리나라도 뒤늦게 양식을 하고 있고, 온난화로 참치들이 우리나라 해안에 올라와 전보다 많이 잡힌다고 한다.

양식으로 잘 키워서 팔면 로또는 아니더라도 소 뒷발질에 잭팟 터지는 것보다 낫다고 한다.

그리고 경제가 괄목하게 성장하는 중국인들이 참치에 맛 들이면 가격이 더 오를 것이다.


가끔 횟집에서 스키다시로 나오는 살색이 하얀 고기가 있다.

그건 기름치일 수가 있다.

왁스 재료로 쓰이는 물고기로 사람이 먹으면 탈이 난다.

대만 원양어선이 튜나 잡다가 걸린 기름치를 한국에서 받아다 왁스를 만든다.

그런데 간혹 양심에 털 난 업자가 횟집에 유통한단다.

대만인, 일본인뿐만 아니라 유통하는 넘도 지나 가족 설사할까 봐 절대로 먹지 않는 고기다.


지중해에서 양식한 참치는 맛과 가격이 자연산과 비슷할 정도로 우월하다고 한다.

대서양에서 자란 100~200kg 나가는 참치가 산란하려고 지중해로 몰려든다.

폭이 좁은 지브롤터 해협이 튜나를 잡는 포인트이다.

산란기 때는 살이 포동포동하고 기름이 많아 맛이 좋다.

지중해에서 산란한 뒤 대서양으로 돌아가는 녀석들은 기름기가 빠지고 말라서 살이 별로 없다.

이 해산한 참치를 잡아서 잘 먹여 살을 찌우는 게 지중해식 참치 양식이다.


우리의 'HAPPY LATIN' 호는 지브롤터에서 보급품을 다 받고 출항하여 지중해 연안의 참치 가두리 양식장을 피해 흑해를 향해 빨빨거리며 가고 있다.

멀리 지브롤터 미인 여시장 케인 알도리노 씨가 손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 보인다.

이게 문제야.

배를 오래 타면 맛이 가서 해변에서 손 흔드는 할매, 할배 그리고 꼬맹이도 다 아리따운 비키니 아가씨로 보인단 말이지.

이제 철판만 밟다가 더 헛것 보이기 전에 휴가 가서 땅 밟고 다니며 온돌방에 누워 쉬어야겠다.


지중해는 오래전부터 여러 민족이 이 바다를 오가면서 교류하였기 때문에 세계사에서 중요한 바다이다.

바다의 북쪽과 서쪽은 유럽, 남쪽은 아프리카, 동쪽에는 아시아가 있으며 터키의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해 흑해와 러시아로 연결된다.

그리고 수에즈 운하 개통 후 홍해와 인도양과도 연결이 되었다.

지중해 연안의 기후는 여름철에 강수량이 적고 건조하며, 대신 겨울철에 습하고 비가 많이 오는 편이다.

이러한 기후를 지중해성 기후라고 부른다.

포도, 올리브, 월계수와 코르크 등이 잘 되고 이곳에서 자라는 과일은 당도가 높고 맛있다.

특히 속이 빨간 오렌지는 맛이 기막히다.

이런 기후 덕분에 자연에서 누리는 혜택이 많아서인지 요 동네 사람들은 국민성도 꽤 낙천적인 편이다.


항해하는 우리 배 앞에 어선 한 척이 비껴간다.

기적을 울리고 손을 흔들며 서로 인사한다.

지중해뿐만 아니라 북해에선 청어가 많이 잡혀 거의 국민 생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딘이라는 통조림을 만들어 지들도 먹고 전 세계에 수출한다.

안주 없을 때 싸디싼 사딘 캔을 따서 한 점하면 먹을만하다.


그런데 유럽인들은 갈치와 삶으면 분홍빛이 되는 문어를 잘 먹지 않아, 잡으면 바다에 다시 던져버린다고 한다.

서양에서 문어는 데빌 피시라 하여 악마의 고기라 부른다.

미국이나 유럽에서의 문어는 약소국을 괴롭히는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실제로 세계 제2차 대전 당시 독일은 문어 머리를 한 처칠이 문어발로 아프리카, 인도 등을 휘감고 있는 그림을 그려 신문, 잡지에 종종 냈다.

또한 일본 역시 일장기에서 뻗어 나온 문어발이 동남아시아와 남태평양의 섬들을 감아쥐는 그림 등을 그렸다.

문어는 일본 사람이 많이 먹고 우리나라 사람도  먹는다.

유럽인이 조금 먹기는 하는데 아직 문어에 포크나 젓가락이 잘 가지 않는 모양이다.

이탈리아 연안의 조개와 홍합을 잡아먹고 사는 골칫덩어리 푸른 꽃게나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먹지 않는 골뱅이는 천대받았으나, 우리나라에서 많이 수입하여 그쪽 어부들의 효자 상품이 됐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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