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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엽 Mar 27. 2024

바다의 불청객 해적



'HAPPY LATIN' 호는 이끼께 항에서 컨베이어로 비료 삼만여 톤을 순식간에 싣고 출항하기 위해 뱃고동을 길게 울렸다.

선창마다 컨베이어 몇 대 걸쳐놓고 주야로 돌리면 선적은 금방 끝난다.

이번 항해는 남미 최남드레이크 해협을 지나가야 한다.

파나마 운하가 생기기 전에는 스페인 무적함대와 범선 모두 이 항로로만 다녔으나 파도와 바람이 세고 사고가 잦아 지금은 선박 통행량이 별로 없다.

마젤란 해협과 드레이크 해협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대체로 파도가 잔잔한 편이다.


바다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세계에서 제일 깊은 바다는 마리아나 해구이다.

필리핀 해 마리아나 제도 북쪽에 있는데 깊이가 11km가 넘는다.

에베레스트 산이 들어가고도 남는 어마어마한 깊이이다.

깊이가 깊이인지라 엄청난 수압과 빛이 없어 생물이 살지 못할 거로 추측했었다.

수압은 수심이 10m 깊어질수록 1기압씩 올라간다.

만약 인체가 심해에 노출된다면 엄청난 수압에 몸이 으깨진다.

타이타닉 호가 가라앉은 수심 4,000m에서 수압은 4t짜리 코끼리 열 마리가 머리를 누르는 힘과 같다고 한다.

차츰 과학과 장비가 발전하여 심해를 탐사해 보니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희한한 생물들이 많이 살고 있다.

곰치 과에 속하는 뼈가 유연한 물고기가 그 높은 수압을 견디게 진화하여 살고 있고, 지구에서 가장 거대했던 상어 메갈로돈 화석이 발견된 적도 있다.

추정치로 큰 놈은 길이 20m, 무게 100t이 넘을 것이다.

그 바닥에 비닐봉지가 떠다닌다니 우리 인간의 환경 파괴는 가히 천하무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배는 어떤 것일까?

기록상으로는 1975년 일본의 오파마 조선소에서 만든 Happy Giant’ 호이고 중간에 배를 늘려 약 56만 t에 길이는 458m인 거대 유조선이다.

여러 번 선주와 선명이 바뀌었다가 지금은 운항을 멈추고 유류 저장 탱크로 사용하다 폐선했단다.

크기를 비교한다면 지금 타고 있는 삼만 톤급 대형선인 'HAPPY LATIN' 호보다 약 20배가 큰 초 울트라 대형선이다.

마치 어른 에 선 강아지 차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까.


배를 타고 대양항해를 할 때면 늘 해적을 염두에 둬야 한다.

주로 말래카 해협 부근과 소말리아, 나이지리아 근처에서 해적에게 당한다.

해적들은 틈만 나면 총 들고 남의 배에 올라와 재물을 훔치고 죄 없는 사람을 해치거나 죽이는 범죄자이다.

산에서 도적질 하면 산적, 말 타고 다니면 마적, 바다 강도는 해적, 훔친 물건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도둑은 의적이라고 하나?


8세기 이후 유럽은 기후가 따뜻해져 인구가 늘어났고 스칸디나비아 반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척박한 스칸디나비아에 인구가 늘어 식량이 부족해지자 바이킹이 조직적으로 전 유럽을 약탈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양날 도끼를 들고 뿔 투구에 긴 수염을 기른 잔인하고 야만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로는 탁월한 항해사이자 탐험가이기도 했다.

그들은 항해술이 발달해서 아이슬란드나 그린란드는 물론이고 콜럼버스 이전에 북미까지 진출한 흔적이 남아있다.

하지만 원주민들과의 마찰과 기후 변화로 결국 철수했다.

아메리카 정착을 단념한 후에도 바이킹들이 지금의 캐나다를 방문한 흔적이 보이는데 이는 배를 만들기에 적합한 목재를 구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사람 뼈 두 개를 X자로 그리고 그 위에 해골을 집어넣은  해적기 졸리 로저는 아일랜드 해적이 시작하였다고 한다.

16세기에 스페인이 중남미를 정복하고 각종 귀금속을 싣고 본토로 향하는 선박들은 카리브해에서 해적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캐리비안 해적인 영국인 드레이크는 스페인의 선박들을 습격해서 보물을 털고, 때로는 신대륙의 스페인 식민지에 직접 쳐들어가기도 했다.

결국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하고 제해권이 영국으로 오게 됐다.

그리고 그는 마젤란 다음으로 세계 일주 항해를 하기도 했다.

그는 나중에 해군 제독이 되어 넬슨과 더불어 영국 최고의 바다의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해적 출신으로 가장 출세한 인물이라 하겠다.

이와는 좀 다른 경우지만 대한 독립군 출신으로 옥고를 치른 후 런던 항해대학을 나와 영국 배 선장을 하다 해군 제독과 국방장관에 오른 신성모라는 이도 있다.


요즘 해적들은 고속 보트를 타고 자동 소총에 GPS 등 현대식 장비로 무장하고 기습공격을 가하는 방식으로 해적질을 하고 있다.

말래카 해협은 중동의 석유와 아시아로 오가는 무역품을 실은 배가 지나가는 요충지로 언제나 화물선이 바글바글해 해적들이 노리는 황금어장이다.

해적질로 악명 높은 소말리아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라서 규제할 주체가 없고,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많은 배가 지나가는 곳이고 한 탕만 성공하면 인생이 바뀌기에 해적이 들끓는다.


처음에는 상선들도 무장한 보안요원이 탔으나 무장상선은 입항을 허가하지 않는 나라가 많아서 비무장상선들이 대부분이다.

궁여지책으로 물대포 등의 비살상 방어 장치를 하지만, 스피드보트를 타고 기관총을 쏴대는 해적들에게 비무장인 상선에선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해적들에게 자주 털리고 비싼 몸값을 지불하다 보니 열받은 나라들이 자국 해군을 끌고 와 해적 토벌 작전을 벌이고 있다.


해적은 UN 해양법에 따라 공해상에서도 나포, 체포할 수 있고 해당 국가의 법원에서 형벌을 결정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해상강도를 형법과 국가 보안법으로  중죄로 다스린다.

해적은 보통 남의 배를 공격하는 범죄행위를 말하는 것이나 해상강도는 선상 반란도 포함된다.

페스카마 호 선상 살인 사건 때 조선족 이항사는 사형, 나머지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당시 변호사였던 문재인 씨가 2심부터 변호했다고 한다.


아덴만에서 삼호 주얼리 호를 납치한 소말리아 해적은 한 명은 무기징역, 나머지는 13년 이상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라고 한다.

소말리아 해적은 자국에서의 삶이 얼마나 열악한지 우리나라 교도소가 호텔 같다며 형기 마치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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