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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은 Aug 21. 2021

나는 어제 내가 한 일을 알고 있다

아니, 알게 되었다


 며칠 전 아침 일어나 발을 내딛는데 아이쿠, 저절로 다리를 절뚝했다. 발목이 쩌릿하니 아팠다. 

잘 자고 일어나 이게 뭔 일이람하고 절룩거리며 소파에 앉아 이래저래 만져보니 발목 관절이 말썽이었다. 무릎을 아껴가며 쓰고 있으니 난데없이 발목이 관심을 부른다. 이런 건 어찌 그리 샘을 내는지. 


 걸을 수 있는 걸 보니 뼈를 다친 건 아니다. 하긴 어젯밤까지 멀쩡했으니 몽유병으로 밤사이 돌아다닌 게 아닌 다음에야 느닷없이 뼈 다칠 일이 있을 턱이 없고, 그렇다고 삘만한 일도 없었는데~~ 은근히 걱정이 되었지만 병원 가긴 싫어 그저 시간이 약이겠거니 하고 살살 걸어 다녔다. 

 

 금방 괜찮아지겠지 하는 기대와 달리 며칠 아침마다 아야 하며 첫발을 내디뎠다. 시간이 지나면서도 나아지지 않아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 차 쓸 일이 생겨 운전석에 앉았는데 시동을 걸려고 브레이크를 밟으니 아야! 딱 거기 발목 부위가 아팠다. 얼라, 여기였네, 하고 곰곰이 생각했다.  떠오르는 장면. 아프기 전날이던가 전전날이던가 차를 몰다가 갑자기 끼어든 SUV에 급브레이크를 밟았었다. 욕 사발을 퍼붓고 (혼자서, 유리창 올린 채로) 지나왔는데 그때 발목에 무리가 간 모양이었다. 


꼴랑 그 정도 충격에? 아이구 충격이네!!!


 남편이 자꾸 무릎을 만졌다. 왜 그러냐니 오금이 땡긴다고. 왼쪽 아픈 다리가 완전히 펴지지가 않는다며 일어섰다 앉았다를 해 보이면서 앓는 소릴 한다.  나 몰래 뭐 오금 저릴 일 했수? 하고 농담을 했지만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워낙 몸 관리에 정성을 기울이는 사람이라 무리했을 리가 없는데 싶어서. 그런데 청소기를 밀다 보니 남편 책상 밑에 나무 상자가 보였다. 내 스케치 연습한 걸 모아 놓은 상자인데 이거에다 더러운 발바닥을 대고 있었다고 (그동안 남편이 청소기를 밀어 몰랐다) 궁시렁궁시렁거리다 문득 생각이 났다. 나중에 남편더러 상자를 발받침으로 쓴 지 얼마나 됐냐 물었더니 꽤 됐단다. 거기 다리 꼬고 올렸지? "응, 왜?" 그것 때문에 오금이 땡겼나보네, 자세가 틀어진 모양인데? 그리고 감히 내 재능 상자에 무좀 걸린 더러운 발을 올려놓냐? 


남편은 발받침을 빼앗겼고 내가 지나다닐 때마다 똑바로 앉아! 하고 잔소릴 했더니 며칠 지나 오금은 아예 신경도 안 쓰게 됐다. 


 이런 경험의 시작은 십 년쯤 전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등이 너무 아팠다. 그것도 등짝 전체가 막 아팠다. 구부리기도 힘들고 앉아 있기도 힘들었는 데다 그날 잡혀있던 중요한 약속이 있어 할 수 없이 병원에 가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당연히 아무 이상도 없었다. 의사가 이유를 모르겠다며 우선 소염제와 진통제를 먹으며 관찰을 하자 해서 집으로 돌아오다 아하! 하고 무릎을 쳤다. 며칠 전 내린 눈이 쌓인 체 얼어 미끌미끌한 길을 걸어오다가. 

 그 전날, 눈이 쌓인 길을 자전거로 비칠 비칠 돌아다니는 바람에 등 근육이 긴장을 해서 그렇게 아팠던 것이다. 그 당시에 왜 그렇게 가슴이 답답했던지 눈이 오든, 영하 십 오륙도에 찬바람이 따귀를 때리든 자전거를 타고 아침저녁 마구 돌아다녔는데 그때 자전거 균형을 잡느라 등이 심하게 긴장하게 했던 모양이었다. 비슷한 환경에 놓이니 금방 근육에 쩌르르~~ 신호가 와서 원인을 알 수 있게 돼버렸다. 아무렇지도 않게 힘들이지도 않고 했던 행동이 몸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그리고 점점 이런 일들이 늘어났다. 젊을 땐 뭔 짓을 해도 괜찮았는데 오십 줄에 들어서니 평소 하던 행동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다음날 몸이 신호를 보낸다.  어제 뭘 했나? 안 쓰던 어디 근육을 쓴 거지? 하고. 찬찬히 뒤져 보면 어김없이 원인이 될만한 뭔 일을 했는지가 떠오른다. 등산이라도 했다든지, 허세를 부리며 방문 사이에 박아둔 철봉에 매달려 보기라도 했음 이상할 것도 아니건만 사소하고 별 것 아니었던 그러나 평소에 안 하던 움직임을 양말 목 뒤집어 보듯 찾아야 한다. 참 처량하다. 


 왼쪽 새끼손가락이 저린 건 휴대전화로 하던 게임 때문이었고 (이게 목디스크의 전조 증상이라고 ㅠ.ㅠ) 허리가 찌부드했던 건 새로 산 바지 고무줄이 좀 (아주 좀) 팽팽해서였고, 왼쪽 무릎이 뻑뻑해졌던 건 한쪽 다리를 컴퓨터 본체에 자꾸 올리고 있었서 그랬고, 밤새 아야, 아야 하면서 잠결에 만졌던 새끼발가락은 낮에 방문턱에 슬쩍 걸렸던 것 때문이었다. 


 누군가가 운동을 시작하면서 내 몸에 이렇게 많은 근육이 있는 줄 몰랐다 하더니 늙어 보니 내가 그 꼴이다.  그래도 좀 유연한 편이라 티브이를 보면서 스트레칭도 하고 걷기도 곧잘 하는데 오래 써 굳어진 근육은 어림없이 존재를 과시한다. 고이고이 아껴 가며 써야 할지, 좀 더 단련을 시켜 튼튼한 근육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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