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여운을 그리며..."
보통 책을 한 번 읽고 난 후에 그 소감에 대한 글을 쓴 것으로 마무리 짓는 경우와 다르게 이번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책은 읽으며 인상 깊었던 몇 가지 문구를 들어 그 생각과 의견을 다시 적어보면서 그 여운을 그려보려 합니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 탄생으로 돌아가는 길이기에 더욱 의미 있음을 알리고자 했던 그였을거라 생각하며, 돈, 피, 언어의 3가지가 상호간에 동격으로서의 교환이 이루어지면 상관이 없으니 교차하며 교환이 이루어지기에 인간이 심적인 고통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게 공감하고 또 여운을 그릴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네요. 특히 교환, 한국인의 언어와 생각의 메커니즘상 강점, 리더의 역할과 리더십 부분이 감명 깊었기에 나누려 합니다.
본문중에서...
1. 피, 돈, 어의 교환에 대하여
“인간이 발견한 것 가운데 가장 기가 막힌 것이 돈이라네. 인간은 절대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교환을 하며 살아가지. 우리가 숨 쉬는 것도 식물과의 교환이야. 우리는 탄소를 내뱉고 식물은 산소를 내뱉지. 모든 생명 가치는 교환인데, 핵심 교환은 세 가지야. 첫 번째는 피의 교환이라네. 그게 사랑이고 섹스지. 사랑은 생식이라는 목적을 벗어나지 않아. 교환가치가 없다면 인종은 멸종되겠지. 그다음은 언어 교환. 그리고 돈의 교환이라네. 돈의 교환을 통해 생산과 소비와 시장이 만들어지는 거지. 세상이 복잡해 보여도 피, 언어, 돈 이 세 가지가 교환 기축을 이루며 돌아가고 있어. 돈이 없으면 시장이 성립이 안 되고, 피가 없으면 더 이상 어린아이가 생길 수 없고, 언어가 없으면 사상이나 정의, 선, 가치는 다룰 수 없겠지. 내 말이 아니라네.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 Strauss가 문화인류학에서 설명한 인류사의 3대 교환 구조지. “로열패밀리들, 재벌가들은 피와 돈을 섞어 더 큰 부를 만들지 않습니까? 그래서 불행해지는 거야. 돈은 돈의 교환을 해야지. 피의 교환을 하면 안 되는 거거든. 자기는 첫사랑하고 결혼하고 싶은데, 부모는 부잣집에 시집보내려고 하잖아. 드라마에서 맨날 그런 얘기하더구만. 하하. 피의 교환과 돈의 교환은 경계가 다른 건데, 돈의 교환으로 피의 교환을 하고 언어의 교환을 하려 들면 비극이 생겨. 3대 교환은 서로 제 갈 길이 있는 거야.?
2. 한국인의 언어와 생각 메커니즘에 대한 강점
한국인은 정량적인 것과 정성적인 것, 원칙과 직관을 융합해버려. 그래서 조직도 오거나이즈가 잘 되는 시스템보다 비상시에 만드는 임시 조직이 더 잘 굴러가. 한국 사람이 위기에 강하다고 하는데, 위기에 강한 게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강한 거라네. 한국인들은 미리 계산하고 계획하고 자로 잰 듯 원칙에 맞게 행동하지 않고, 흐르듯이 상황에 맞춰 직관으로 반응한다는 거지요?”
3. 리더의 역할과 리더십
리더는 사잇꾼, 너와 나의 목을 잇는 사람들_ “대적이 아니라 ‘경협(경쟁하면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군요. 그렇지. 에너미enemy는 안 돼. 라이벌rival이어야지. 라이벌의 어원이 리버river야. 강물을 사이에 두고 윗동네 아랫동네가 서로 사이가 나빠. 그런데도 같은 물을 먹잖아. 그 물이 마르고 독이 있으면 동네 사람이 다 죽으니, 미워도 협력을 해. 에너미는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살지만, 라이벌은 상대를 죽이면 나도 죽어. 상대가 있어야 내가 발전하지. 같이 있는 거야. 그게 디지로그 정신이야. 기업도 마찬가지라네. 대기업과 중소기업, 벤처는 에너미가 아니라 라이벌이야."
결국 우리는 어떤 국가 체제하에 살아가든 사람간 상호 교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피, 돈, 언어를 통해 서로가 필요한 물리적, 정신적, 감정적 교류를 하며 교환 관계를 성립해 나가기도 하는 것인데요. 이 과정 속에서 수단의 일관성이 흐트러지는 순간 서로아 이익을 보기 위해 치열한 수싸움을 하거나 상처 받고, 갈등이 생겨 나기도 합니다. 수단이 교차되는 만큼 그들의 가치 판단을 통해 더 많은 이득을 보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한국인들은 서양인들과 다르게 흑과 백, 정답과 오답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은 않습니다. 이럴수도 있고, 저럴수도 있지..라는 식의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대응하기에 답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점들이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현실과 미래 세상에서 더욱 잘 적응하고 발전하기 위한 기본 틀이될 수 있다고 생각해 본다면 정말 큰 강점이 아닐까요? 이어령 선생님은 이 점을 한국인만의 큰 강점이고 그렇기에 지금처럼 한국 사회가 발전할 수 밖에 없었다는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리더십이라는 것은 위, 아래 동네의 경쟁자들이 물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되, 필요하면 함께 그 물을 이용하는 것처럼 두 당사자 사이의 중심에서 서로 간의 완전한 융합은 아니나 다소 교집할 수 있는 역할을 해주는 사람으로 칭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 세상을 떠나 처음으로 돌아간 그이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남긴 삶의 지혜와 지성이 닮긴 메시지는 오랜 기간 동안 여운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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