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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고 Mar 23. 2021

내가 만든 소설 속 주인공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면?

기욤 뮈소 '인생은 소설이다' 리뷰


오늘은 기욤뮈소의 소설 인생은 소설이다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기욤뮈소의 팬으로서 신작 소식에 설렜습니다. 


소설 '인생은 소설이다'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유명 작가 플로라가 어느 날 세살짜리 딸 캐리와 집에서 숨박꼭질을 하다가 아이를 잃어버립니다. 그녀는 상실감에 글 한자도 못쓰고 있는 상황이죠.그러다 문득 누군가에 의해 그녀의 인생이 조종당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알고보니 플로라는 작가 로맹이 쓰고 있는 소설의 주인공이었습니다. 


플로라는 이를 깨닫고 권총의 총구를 그녀의 관자놀이에 가져다 대고 로맹에게 말을 겁니다.

앞으로 3초를 줄 테니 어디 한번 나를 말려보시지. 하나, 둘, 셋... 


판타지 소설을 읽다보면  집중해서 보는 것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어떻게 독자에게 납득시키냐는 거였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설정이 필요한데요. 자칫 어설퍼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이 설정을 주의깊게 보곤 했어요.  


기욤 뮈소의 <인생은 소설이다>에도 독특한 설정을 중반부터 공개하는 데요. 초반에는 등장인물 플로라가 딸 캐리를 잃어버리고 납치범을 쫓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중반부터 플로라가 겪는 이 모든 사건들이 작가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상황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들어있는 액자식 구성이라 독자들을 설득할 설정을 제시해야 했는데요. 그래서 기욤 뮈소가 설정한 것은 2가지 였습니다. 


플로라가 누군가에 의해 조종당하는 상황을 알아채는 장면과 실제 주인공 로맹이 자신이 쓴 소설의 등장인물인 플로라와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플로라가 어떤 계기로 알게 되었는지 한번 읽어볼게요. 


머릿속에서 떠오른 가설들을 서로 견주어 보았다. 어느 하나 진실에 근접한 가설은 없어보였다. 별안간 날씨가 흐려지는가 싶더니 거센 바람과 비구름이 몰려왔다. 허술하기 그지없는 갈대 울타리가 심하게 흔들렸다. 


나는 핵심적인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자잘한 디테일들이 아니라 훨씬 근본적인 뭔가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령 처음부터 자욱한 안개가 장막처럼 둘러쳐져 있어 눈앞에서 펼쳐지는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동안 누군가 나를 줄곧 감시하고 있었고, 내가 내려야 할 결정을 대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왔다. 너무 막연한 느낌이라 구체적으로 예시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이었다. 


나는 비로소 사건의 심연 속으로 들어갈 미세한 틈새를 발견했다. 이제 막연한 느낌을 좀 더 명확하게 포착하고 싶었다.


현재 내 주변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야기들이 사전에 이미 쓰여 있었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나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에 대해 내가 주체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이 불합리한 조건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누군가 막후에서 꼭두각시 인형을 조종하듯 줄을 잡아당겼다가 풀었다 하면서 나를 마음대로 제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나는 누구에게 조종당하고 있을까?

-p.89  


여전히 내 주변에서 강력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현재 옥상에 나혼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런 느낌이 드는 걸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보이지 않는 힘, 타인이 가하는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

분명 꼭두각시 인형을 조종하는 누군가가 있었다.


적.

개자식.

소설가.


내 눈앞에 펼쳐져 있는 익숙한 풍경이 부르르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이내 훨씬 또렷해진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조선소 작업장, 예전 제당 공장의 높다른 굴뚝, 이스트 강을 가로지르는 윌리엄스의 그 철교. 

애써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명백한 진실이 저절로 드러났다. 나는 방금 어느 작가가 쓴 소설의 등장인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동타자기, 아니 컴퓨터라고 해야 훨씬 현실성이 있겟지만 아무튼 누군가가 나를 매단 줄을 잡고 제멋데로 조종하는 중이었다.


나는 비로소 나의 적이 누군지 알아냈다. 내 이야기를 쓰는 소설가의 교활한 술수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나 역시 그와 똑같은 직업을 가진 소설가이니까. 지금 내가 확신할 수있는 단 한 가지가 있다면 방금 전 그의 계획을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나를 꼭두각시 인형처럼 마음대로 조종하는 그는 자신의 정체가 발각되리라고는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계속 인형을 매단 줄을 제멋대로 흐트러뜨려 놓고 있었다.

-92p  


두번째는 실제 작가 로맹과 로맹 소설 속 인물 플로라와 대화하는 장면입니다.

한번 읽어볼게요.

일주일에 한번 오디오클립에 소설 한 권 소개하고 있어요, 관심있으시면 클릭해주세요.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5442/clips/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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