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년 봄,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적마다 잊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그 일을 빼 먹으면, 다음 해 벚꽃 시즌까지 기다려야 하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하루 날을 잡아 연례의식(?)을 치러야만 한다. 바로 내 고양이 쪼꼬와 함께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일이다.
우리 쪼꼬는 어릴 적 산책하는 고양이였다. 고양이가 가장 활동적인 2~4살 시절에 본래 쪼꼬의 집사였던 우리 엄마는 나가고 싶다고 연일 우는 쪼꼬에게 그만 현관문을 열어주고 말았다. 산책은 그 때 생긴 나쁜 버릇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크게 아파 중환자실에 입원하면서 내가 쪼꼬를 맡게 됐고, 처음 몇 해는 낮이고 밤이고 나가고 싶다고 우는 녀석을 달래기 위해 급한 대로 하네스를 채우고 빌라 옥상에 다녀오곤 했다. 반려동물용품점에서 고양이 하네스를 살 때, 가게 직원은 고양이 하네스를 구비해 놓기는 했지만 직접 사는 손님은 처음 본다며 신기해했다. 그렇다. 우리 쪼꼬는 고양이계에서 100마리 중 한 마리 나올까 말까 한다는 바로 그 전설의 산책냥이시다.
그러던 쪼꼬가 산책을 중단하게 된 계기는 안타깝게도 3년 전 급성 당뇨로 크게 아프게 되면서다. 당시 녀석은 화장실조차 혼자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당연히 산책은 꿈도 꿀 수 없었고,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던 나는 이따금씩 녀석을 안고 빌라 옥상에 올라가 바람을 쐬곤 했다. 하지만 당시 쪼꼬에게는 옥상 풍경을 감상할 여유조차 없는 듯 보였다. 그렇게 건강이 심각하게 안 좋았던 우리 쪼꼬는 고양이별 입구까지 갔다가 나의 극성맞은 병수발 덕분에 기적처럼 회복해 무사히 인간계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새로 이사온 집에서는 옥상에 갈 수가 없어 산책을 끊어야만 했다.
원래 쪼꼬가 산책을 좋아하기도 했고, 한 해 한 해 나이들어가는 녀석과 함께 추억을 만들고 싶었던 나는 남동생과 함께 묘수를 생각해냈다. 꽃과 고양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완벽한 그림이므로 우리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마다 쪼꼬를 데리고 나가 벚꽃을 배경으로 예쁜 사진을 찍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올해로 4년째 우리는 벚꽃 시즌이 되면 집 근처 사람이 많지 않은 벚꽃길에 쪼꼬와 함께 짧은 피크닉을 다녀온다. 말이 피크닉이지 잠깐 사진만 찍고 금방 올 뿐이지만, 우리에겐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다. 문제는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쪼꼬는 정작 별로 신나보이지 않는다는 것인데, 평소 약간 화난 듯한 표정이 벚꽃과 어우러지는 덕에 나와 동생 눈엔 녀석이 더욱 사랑스럽고 귀여울 뿐이다.
오래 전 가족들과 함께 살면서 17년간 강아지 세 마리를 키운 적이 있다. 어미와 새끼 두 마리를 젖먹이 시절부터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까지 나름 열심히 보살폈다. 하지만 떠나고 나니 모든 것이 아쉽고, 못해 준 것만 생각나 속상했다. 그 때마다 위로가 되어 준 것은 함께 한 순간을 담은 사진이었다.
우리 쪼꼬가 나와 오래 오래 함께 하길 진심으로 바라지만 영원할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렇기에 쪼꼬와 함께 하는 이 순간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에겐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해도 벚꽃이 가장 예쁠 때 나와 동생은 모든 일정을 뒤로 하고 쪼꼬를 데리고 벚꽃길로 나갈 생각이다. 하네스를 한 화난 표정의 고양이가 벚꽃 앞에서 사진찍는 모습을 본다면, 틀림없이 우리 쪼꼬일 것이다. 화난 표정의 사랑스런 나의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