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 마이너스 영점오호
나의 자취방으로 가는 길목에서는 항상 물레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 봉제공장의 봉제 기계돌아가는 소리이다. 내가 방금 전에도 무협 소설을 썼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내 주특기가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류인 걸 감안해서 앞으로 내가 하는모든 이야기들을 제발 찰떡같이 알아듣길 바란다. 방금 물레가 봉제 기계 돌아가는 소리를 말하는 것처럼.
다시 나의 자취방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이 3층짜리 작고 허름한 빌라엔 총 7세대가 살고 있다. 원룸건물은 나이 80세쯤 돼 보이는 할머니가 현금으로만 월세를 받으시고 계신데, 계좌이체를 관리할 줄 아셨던 전직 은행원 남편은 이년 전에 호사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주인 할머니도 나이가 드셔 조금씩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것이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된다.
'그땐 월세 2-3만 원 정도 덜 넣어드려도헷갈려 잘 세지 못하실지 모르겠지.'
내가 사는 방 바로 옆에도 반지하 방이 하나 더 있다. 이 두 개의 반지하 방은 101호,102호, 201호, 202호, 그리고 주인집 할머니와 함께 공동 현관을 쓰는 게 아니라, 옆으로 나있는 조그만 샛문을 이용하여 들어가는 구조로되어있다.
비밀번호를 입력해 열리는 자동문이 있는 집으로 들어가는 당신이, 그런 공동현관조차 없는 내 집의 보안 문제를 걱정해 준다면 그건 틀림없이 시간 낭비일 것이다.
작가인 나의 소중한 재산이 USB뿐인 것을 감안하면 나의 반지하 방을 노린 어떤욕심 없는 좀도둑이 가져갈 만한 것은 돼지 저금통 속의 몇 만 원과, 에스프레소 머신,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친필 사인이 담긴 서적이다. 특히 이 서적을 알아볼 정도로 수준 있는 도둑이라면 나는 기꺼이 그를 위하여 이 책을 기증할 생각이다. 종종 그를 위하여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책을 꽃아 놓기도 한다. 어쩌면 그는 이 책 한 권을 만나 인생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여태껏 살아온 사내 일지도 모른다.
자취방 마이너스 영점오호
3화로 이어집니다 written by. journey_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