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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ney shin Jul 16. 2017

2화. 공동현관의 부재

자취방 마이너스 영점오호

나의 자취방으로 가는 길목에서는 항상 물레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 봉제공장의 봉제 기계돌아가는 소리이다. 내가 방금 전에도 무협 소설을 썼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내 주특기가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류인 걸 감안해서 앞으로 내가 하는모든 이야기들을 제발 찰떡같이 알아듣길 바란다. 방금 물레가 봉제 기계 돌아가는 소리를 말하는 것처럼. 


다시 나의 자취방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이 3층짜리 작고 허름한 빌라엔 총 7세대가 살고 있다. 원룸건물은 나이 80세쯤 돼 보이는 할머니가 현금으로만 월세를 받으시고 계신데, 계좌이체를 관리할 줄 아셨던 전직 은행원 남편은 이년 전에 호사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주인 할머니도 나이가 드셔 조금씩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것이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된다. 


'그땐 월세 2-3만 원 정도 덜 넣어드려도헷갈려 잘 세지 못하실지 모르겠지.'




내가 사는 방 바로 옆에도 반지하 방이 하나 더 있다. 이 두 개의 반지하 방은 101호,102호, 201호, 202호, 그리고 주인집 할머니와 함께 공동 현관을 쓰는 게 아니라, 옆으로 나있는 조그만 샛문을 이용하여 들어가는 구조로되어있다. 


비밀번호를 입력해 열리는 자동문이 있는 집으로 들어가는 당신이, 그런 공동현관조차 없는 내 집의 보안 문제를 걱정해 준다면 그건 틀림없이 시간 낭비일 것이다. 


작가인 나의 소중한 재산이 USB뿐인 것을 감안하면 나의 반지하 방을 노린 어떤욕심 없는 좀도둑이 가져갈 만한 것은 돼지 저금통 속의 몇 만 원과, 에스프레소 머신,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친필 사인이 담긴 서적이다. 특히 이 서적을 알아볼 정도로 수준 있는 도둑이라면 나는 기꺼이 그를 위하여 이 책을 기증할 생각이다. 종종 그를 위하여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책을 꽃아 놓기도 한다. 어쩌면 그는 이 책 한 권을 만나 인생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여태껏 살아온 사내 일지도 모른다.




자취방 마이너스 영점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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