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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가 모드가 되면 경청이 쉬워진다

나는 당신의 인터뷰어

by Jeoney Kim
priscilla-du-preez-sOdldNCQEtU-unsplash.jpg 이미지 출처: Priscilla Du Preez (Unsplash)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어떤 사람은 그 욕구가 강해서 자연스럽게 말이 많아지고, 어떤 사람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쉽게 꺼내지 못한다. 나는 한 때 내 이야기를 주로 하는 쪽이었다.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 자연스럽게 내가 이야기를 주도하는 경우가 많았고, 특히 한 친구는 늘 내 말을 잘 들어주었다.


그러다 몇 년 전, 그 친구의 속마음을 알게 된 적이 있다. 나를 만나고 집에 돌아갈 때마다 "나는 오늘도 내 얘기는 하나도 못하고 듣기만 하다가 왔구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많았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깨달았다. 말수가 적고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해서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게 아니구나. 그 친구도 할 말이 많았지만, 내가 쉴 새 없이 말하느라 타이밍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대화를 할 때 수집가 모드로 전환해 보기로 했다. 내가 이야기하는 대신, 상대의 이야기를 수집한다는 마음으로 듣는 것. 그리고 말할 기회를 줄 수 있도록, 내가 먼저 질문을 던지는 것.




‘수집가 모드’란 무엇일까?

보통 우리는 대화 중에 내 의견을 말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하지만 수집가 모드로 전환하면 목표가 달라진다. 내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이야기를 모으는 것.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가는 과정. 굳이 내 이야기를 끼워 넣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이렇게 생각하면 대화의 긴장감이 줄어들고, 상대는 나를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으로 느끼게 된다.


나는 그때부터 대화를 시작할 때, 내 얘기를 먼저 하는 게 아니라 질문을 먼저 던지기로 했다. 요즘은 어떤 게 재미있는지, 요즘 가장 즐거운 순간은 언제인지, 요즘 가장 시간을 많이 쓰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이렇게 물어보면 상대방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요즘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고, 대화는 훨씬 더 자연스럽고 흥미롭게 흘러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내가 말하고 싶은 욕구를 많이 느낀다. 물론 상대방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빠져들 때도 있지만, 나도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 순간이 많다. 그럴 때 도움이 된 것이 바로 인터뷰어 모드였다.




‘인터뷰어 모드’를 적용하는 법

경청을 할 때는 단순히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인터뷰어처럼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단순히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말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면서 대화를 이어가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친구가 “요즘 일이 많아서 힘들어”라고 했을 때, 단순히 “그래서? 뭐가 제일 힘들어?”라고 묻는 대신 “아, 진짜? 요즘 바쁜 건 알았지만 많이 힘든가 보네. 어떤 부분이 가장 부담스러워?”라고 물어보면 상대가 부담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다.


질문을 던질 때 중요한 것은 상대가 답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상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다음 질문을 던지곤 한다. 하지만 좋은 인터뷰어는 질문과 질문 사이에 간격을 두며 대화를 이어간다. 상대가 답을 정리할 시간을 주면 더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해진다.


또한, 말수가 적은 사람이라고 해서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조용한 성격이어서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언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그런 사람일수록 말할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질문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친구가 “요즘 고민이 많아”라고 했을 때, “뭐 때문에?”라고 묻는 것보다 “어떤 고민이 제일 신경 쓰여?”라고 물으면 상대가 좀 더 편하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지나치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분위기를 읽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흐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대화는 흐름을 만드는 것이다

‘수집가 모드’로 상대의 이야기를 모으고, ‘인터뷰어 모드’로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이끌며, 말수가 적은 사람에게도 말할 기회를 주면서 질문과 리액션의 균형을 맞추면 대화가 훨씬 더 깊고 즐거워질 수 있다.


다음번 대화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해 보자. 이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할까? 그리고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져보자. 그 작은 변화만으로도 대화는 놀랍도록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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