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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ney Aug 17. 2021

왜 지금 철학인가?

스마트폰 시대에 더욱필요한 이유

[편집자 주] 철학이란 무엇인가. 스마트폰 시대에 왜 철학이 중요한가. 첨단의 과학 시대에 철학은 무슨 역할을 하는가. 무엇보다 내가 살아가는 데 철학이 무슨 소용인가. 일상 속의 철학 공부를 돕는 전문 웹사이트 Philosophy Break에 실린 '철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소개글을 아래에 요약해 싣습니다.


1.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은 일반적으로 인간 조건의 핵심적인 면에 관련된 깊고 근본적인 질문을 연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질문의 전형적인 것들로는 존재와 지식, 의식, 윤리, 사회, 언어 같은 것의 본질을 둘러싼 물음이 있다.


실체의 근본적인 본성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여기에 존재하는가? 우리는 죽고 나면 어떻게 되는가? 나의 정신과 세계는 어떤 관계에 있는가? 어떻게 해서 그리고 왜 의식은 일어나는가? 우리에게 자유 의지가 있는가? 언어는 어떻게 해서 의미를 갖는가? 무엇이 올바른 행동인가? 정의로운 사회는 어떤 것인가?


나아가 철학은 그런 질문에 대한 탐구의 차원을 넘어, 그보다 광범위하게 어떤 활동(철학하기)으로 정의될 수도 있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반성적 태도를 취하고 우리의 비판적 능력을 사용해 논리적 결론을 끌어내는 것을 뜻한다. 가령, 우리가 이번 선거에서 누구를 찍을지, 오늘 저녁 식사로 뭘 먹을지를 두고 일종의 비판적 사고를 한다면-다시 말해, 상이한 주장들을 두고 이성적 사고로 저울질할 때마다 우리는 철학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인 관심사를 두고 한 꺼풀 한 꺼풀 벗겨내 가장 핵심에까지 이르도록 오래 철학을 하다 보면 결국 우리는 역사적으로 위대한 철학자들이 몰두해온 질문에 근접하게 된다. '선거에서 누구를 찍어야 하지?'라는 질문은 '어떤 것이 정의로운 사회인가?'로 바뀌고, '저녁에 뭘 먹어야 하지?'라는 질문은 '어떤 행동이 옳은 것인가?'로 바뀐다. 또 지금의 따분한 기분이나 불만족스러운 느낌을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의미란 대체 어떻게 생겨나는 걸까?'라는 질문을 낳고, 무심코 벽에 비친 빛의 형상을 물끄러미 보다가 '실체의 근본적인 본성은 뭘까?'라는 질문을 떠올릴 수도 있다. 혹은 '나를 둘러싼 세계가 도대체 실재하는 걸까?', 더 심하게는 '도대체 왜 무엇인가가 존재하는 거지?'라는 질문으로 뻗어갈 수도 있다.


그렇게 본다면, 철학은 우리의 생각과 믿음을 떠받치는 이동하는 지각판을 적극적으로 살펴보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 세계의 표층을 넘어, 그것이 궁극에는 무엇이고, 어떻게 그러하며, 왜 그런지 파고들어, 가장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수준에서 우리 자신과 실체와 대면하는 활동이다. 미국의 분석철학자 윌프레드 셀라스는 간단히 이렇게 설명하기도 했다.


철학의 목표는 사물을 그 용어의 최대한 넓은 의미에서 그 용어의 최대한 넓은 의미 안에 한데 모으는 방법을 이해하는 것이다. (The aim of philosophy is to understand how things in the broadest possible sense of the term hang together in the broadest possible sense of the term.)


2. 철학은 어떻게 우리의 삶과 정신을 낫게 만드는가?


우리는 철학이 정보의 포화 상태에 이른 지금 세계에 대한 해독제이며, 따라서 사람들이 철학에 참여하면 할수록 자신들의 삶이 더 흡족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오늘날 디지털 세계의 중독성은 많은 사람에게 해를 주고 있다. 가차 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폭포는 우리의 주의 범위를 잠식하고 있다. 하지만 삶은 유한하며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우리의 삶을 규정한다. 요동치는 정보의 와류에서 빠져나와 신선한 생각의 공기를 마시는 것은 이제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 되었다.


2천 년 전 로마의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는 탁월한 논고 <인생의 짦음에 관하여>에서 이렇게 썼다:

세네카의 대화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까치


우리가 살 시간이 짧은 게 아니라 우리가 삶의 많은 부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인생은 충분히 길다. 그 모든 시간을 활용만 잘한다면 최고의 성취에 이를 정도로 충분히 넉넉한 양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그러나 그것을 부주의한 사치에 낭비하고 좋지 않은 활동에 쓴다면, 결국 우리는 죽음의 마지막 제약에 의해서야 비로소 우리가 알기도 전에 시간이 다 지나가 버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그러니 명심하라. 우리는 짧은 인생을 받은 게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짧게 만든다는 사실을.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부족한 게 아니라 그것을 우리가 낭비하고 있음을... 인생은 길다. 우리가 어떻게 쓰는지만 안다면.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우리를 계속해서 '하나만 더 보고'라는 유혹으로 잡아 둔다. 광고의 융단 폭격은 우리를 굴복하게 만든다. 스마트폰을 가진 우리는 그것들을 아무 생각 없이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하지만 이걸 봐야겠다는, 저걸 사야겠다는, 새 소식을 확인해야겠다는 이 모든 강박들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그 안의 우리의 위치를 관조한 함으로써 통제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우리는 지상에서 최선의 삶을 살 수 있을까?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까? 무엇이 삶의 목적이 될 수 있을까?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의미를 주는지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 상태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숱한 불안과 불확실들이 사실은 뿌리를 캐고 들어 가 보면 모두가 철학적 문제들이다. 수 천 년에 걸쳐 철학자들은 이런 문제들과 씨름해 왔고, 이런 문제에 관해 우리가 귀 기울일 만한 통찰력 있는 것들을 가지고 있다. 그런 철학의 오랜 지혜와 비판적으로 대화하는 것은 인간 조건 속에 내재하는 문제들을 우리가 이해하고, 대면하고, 그럼으로써 우리의 실존적 두려움과 불안을 다독이는 데 더없이 좋은 방법이다.


역사 속의 위대한 사상가들의 생각을 곱씹어봄으로써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얻게 된다. 그것이 의미와 존재에 관한 생각이든,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한 방법의 고민이든, 그저 인생에서 추구할 만한 가치를 알아보는 것이든 다 포함된다. 왜냐하면, 철학의 순교자라는 오명을 가진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가 말했듯이, 살펴보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3. 지금 같은 시대에 철학이 무슨 소용인가?


지금 시대에 철학이 갖는 의미는 철학이 늘 지녀 왔던 것이기도 하다. 즉, 인간 조건의 중심에 놓여 있는 근본적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철학은 개인적인 학습이나 탐구뿐 아니라 학계나 최신 연구 사업 같은 분야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철학이 다루는 질문 중 어떤 것들은, 가령 우주의 기본적인 성질이나 의식의 출현 같은 것은 보다 전문적인 과학의 주제로 넘어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예컨대, 물리학자들은 실체의 근본 성질을 탐구하는 최전선에 있다. 마찬가지로 신경과학자들은 뇌의 비밀을 푸는 길을 개척하고 있다.


그러나 철학은 이런 눈부시고도 매혹적인 연구 사업들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그 결과를 보완하고, 명료히 하고, 나아가 이것들을 통일한다. 가령, 물리학자들이 물질의 행동을 예측하는 최신 수학 모델을 공유하면 철학자들은 이렇게 묻는다. "좋습니다. 이런 행동이 물질 자체의 내재적 본성에 관해 우리에게 이야기해 주는 것이 뭐지요? 원자를 구성하는(아원자) 입자는 뭐지요? 전하(charge)는 뭔가요?-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들이 대체 왜 존재하지요?"


마찬가지로, 신경과학자들이 뇌를 파악하는 데 진전을 보이면 철학자들은 나서서 그런 최신 연구 결과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의식과 자유 의지 개념에 어떤 결과를 낳는지 곱씹어본다.


그리고 오늘날 더없이 적절하게는, 컴퓨터 과학자들이 계속해서 AI를 더 정교하게 발전시켜나가는 동안, 철학자들은 점점 힘을 키워가는 기계 지능이 우리 사회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논의하는가 하면, 그것에 수반되는 다급한 윤리적 도덕적 우려 사항을 분석한다.


철학은 각 주장의 명료함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상식적인 사고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는 가정과 모순을 캐내고, 진실에 관한 우리의 통찰을 날카롭게 하며, 연구의 전 영역에 걸쳐 지식-특히 우리가 아는 것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과학적 지식-의 기반에 안전성을 더하는 데 유능하다.


그러나 지식을 명료히 하는 차원을 넘어, 가장 위대한 철학은-위대한 과학이 그러한 것처럼-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꿔놓을 수 있는 막대한 설명력을 가지고 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우리 일상의 시간 개념을 바꿔 놓은 것과 마찬가지로 니체의 도덕 해체는 우리 일상 속의 '선'과 '악'의 개념에 대단히 설득력 있는 문제를 제기한다.


세계는 불확실하다. 철학의 가치는 바로 이 불확실성을 대면하는 데 있을 뿐 아니라, 그럼에도 지식과 진전을 위한 발판을 찾으려는 데 있다. 버트런드 러셀왜 철학이 중요한가에 관한 뛰어난 글에서 이렇게 요약했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버트런드 러셀

문예출판사


철학은 공부해야 하는 것은 그것의 질문에 어떤 확정적인 답을 위해서가 아니다. 왜냐하면 어떤 확정적인 답도 대개는 참이라고 알려질  없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질문 자체를 위해서인데, 이런 질문이야말로 무엇이 가능한지에 대한 우리의 개념을 넓히고, 우리의 지적 상상을 풍부하게 키워주고, 우리 정신이 상상에 닫히게 만드는 독단적 확신을 줄여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철학이 관조하는 우주의 위대함을 통해, 정신 또한 위대해지고, 그럼으로써 그것의 최고선을 구성하는 우주와 하나가   있게  주기 때문이다.


*5권의 철학 입문 추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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