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렌터카에 좌절하고 페리에 위로받은 첫째날

안달루시아 말라가 첫날: 기대와 현실사이

by 은제인

20시간의 비행을 한 터라 너무 지쳐있던 우리에게는

대형 비행기, 중형 비행기, 그리고 기차라는 대중교통에서 벗어나서

'사적인 공간'을 만끽할 '우리 차'를 찾는 것이 절박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렌터카 사장에게 연락을 했다.

소통할 때마다 친절하지만 엄청 바쁜 것으로 보이는 주인은

역에 딸린 주차장에서 우리와 만나자고 했다.


역으로 가는 두 정거장 동안 기차 밖으로 보인 풍경은 정말 이국적이었다.

걱정 섞인 마음으로 로스 알라모스 역에 도착했다.

도착하자 보이는 주차장에서 차를 빌리는 듯한 사람들이 보였기 때문에 마음이 놓였다.

차는 도요타의 오파라는 차였다.

외관상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모든 것을 수기로 작성하는 아주 아날로그한 방식의 절차를 끝내고 나서,

우리는 키를 받고 떠날 수 있었다.

그런데 차를 운전하던 남편의 표정이 심각해진다.


남편: 자기야… 차가 너무 밀려.

나: 우리 옛날에 차 사기 전에 쏘카에서 빌리던 스파크 있잖아, 그것보다 더 후져?

남편: 그 차는 이 차에 비하면 고급이지.


외관은 멀쩡해 보여도 속은

오랜 운행으로 인해 닳고 닳은 차였던 듯했다.

차가 밀폐가 안되는 느낌이랄까...

조금 잘 짜여진 철로된 상자로 달리는 느낌?

그때까지는 뭐, 잘 달리기만 하면 됐지, 라고 생각했지만,

점차 여행이 진행되면서… 우린 차 때문에 많이 걱정하고 스트레스 받고 힘들었다…

그래도 뭐, 결과적으로는 아무 사고 없이 여행을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구글 지도의 내비게이션을 사용해서 운전했는데,

인터넷 속도 때문인지 내비게이션조차 우리 차보다 느려서

숙소로 가는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길을 놓쳐서 뺑뺑 돌기도 하고

일방통행 길을 잘못 들어가서 다른 차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숙소로 도착했다.


주차장이 있는 숙소를 예약하면서 나는

당연히 우리나라의 아파트나 빌라, 혹은 주택처럼

집 바로 앞에 주차장이 있는 것을 상상했다.


하지만 첫 숙소와 이후의 다른 대부분의 숙소들도,

주차장이 건물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래서 주차장에 주차하고 나서 열심히 짐을 들고 숙소로 걸어가야 했다.

아무래도 자동차 이용 문화가 발달하기 전에 이미 발전된 도시들에

주차장 공간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겠지.




긴 비행과 힘들었던 길 찾기에 지칠 대로 지쳐버린 우리는

숙소에 도착하자 "집에 가고 싶다", "우리 차가 그립다"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했다.

씻는 것이 절실했다. 씻고 나니 피로가 좀 가시고, 힘이 솟는 것 같았다.


우리는 내가 집 근처에 알아둔 곳으로 식사를 하러 갔다.

칼라마리, 새우 웍, 빠따따스 브라바스.

주인에게 말라가에서 처음 먹는 끼니라며 추천을 요청했지만,

주인은 영어를 하지 못했다. 미안했다.

집에서 공부하고 온 만큼 스페인어 많이 하고 싶었는데,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영어를 쉽사리 하지 못하는 게 같은 이유인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공부를 해도, 정말 입밖으로 술술 말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듯하다.


라 모나라는 이 식당에서는 올리브유가 너무 치명적으로 맛있어서 충격.

어디선가, 우리가 시중에서 구매하는 올리브유는

진짜 올리브유가 아니라는 정보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확신이 드는 때였다.

밥을 먹고 맥주도 한 잔씩 하고 힘을 얻은 우리는 도시쪽으로 향했다.


우와. 입이 떡 벌어졌다.

바르셀로나를 세 번 가봤는데 그런 곳과는 완전히 다른,

정말 이국적인 뭔가가 있었다.

너무 이국적이어서 마치, 한국의 아울렛 같은 분위기였다.

말라가에 오기 전까지는, 한국의 아울렛들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유럽의 분위기'이고,

실제를 반영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에 와보니 '아, 여기를 모티브로 삼았구나. 내가 모르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걸어나가면서 사진을 찍었다.

너무 예쁜 곳들이 많았기 때문에 입에서는 감탄사가 멈출 줄을 몰랐다.

내게 상대적으로 익숙한 바르셀로나보다 훨씬 더 그들만의 매력을 강하게 지닌 듯한 그런 모습.


그리고 더 내려가서 수변 공원쪽으로 갔다.

해변에 도착하니 상가가 아름답게 이어져 있고 각종 공연도 있었다.

탱고 공연 댄서가 너무 아름다웠다.

이날 나를 가장 안타깝게 했던 것은 내게 현금 동전이 없었다는 것이다.

여러 공연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바닥에 있는 통으로 공연비(?)를 받고 있었는데

나는 공연에 감탄을 했어도 동전이 없어 감사와 찬사를 표현할 방법이 없으니 너무 미안했다.

공연만 즐겨놓고 그냥 간다면 그것도 먹튀가 아닐까?


걷다보니 유람선 페리 앞에 다달았다.

선착장 안내판을 보니 5분 뒤에 출발하는 페리였다.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느껴졌다.

무엇보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너무 좋아서, 만약 내일 타기로 했는데 내일 날씨가 나쁘면 오늘의 이 기회를 놓친 것에 너무 후회할 것 같았다.


보트를 탔다. 배가 겨우 도착한 말라가에서 다시 멀어진다.

해가 바다 한복판에 보이는 산인지 섬인지 알 수 없는 언덕으로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 정말 아름답다고 감탄했다.

사람들이 많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름다움에 압도되어 사진을 남기고 있었다.

그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정말 평화로워 보이고 행복해 보이는 남편의 표정이었다.

작은 일에도 들뜨는 나에 비해서, 우리 남편은 이렇게까지 들뜨는 일이 드물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내게 너무 큰 기쁨이었다.




보트에서 찬 바람을 쐬다 보니 지친 우리는 아름다운 해변에서의 야경을 보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츄로스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지만 먹고 나니 속이 좀 느끼했다.

오는 길에 마트에서 구입한 올리브유는 라 모나에서 먹었던 그런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라 모나에 가서 올리브유를 사고 싶다 생각했다.

결국은 못 갔지만 말이다.

판매용이 아닐 수도 있고.


숙소로 돌아와서 정리를 마친 우리는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둘 다 몹시 피곤해서 금방 골아떨어졌다.

물론 아침에는 시차 때문에 몇 번이나 다시 깨고는 했지만,

그래도 잠을 이어나가서 8시 정도까지는 잘 수 있었다.



새로운 하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록. 여행 꿀팁!

로드 트립을 다니시는 경우 무조건 차에는 투자를 하세요...!

남편 왈, 우리나라에서 생각하는 '쓸 수 있는 범위'와 외국의 '쓸 수 있는 범위'는 크게 다른것 같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걸 빌려줘? 싶은걸 줬다고... 저도 마찬가지로 생각했어요.

시간이 되돌이킬 수 있다면 저는 꼭 차량에 투자를 할것 같아요.


그럼 다음 글에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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